산책길에서... 우연히 만난 행복

by Chong Sook Lee



갑자기 추워진 날씨지만 아침 일찍 산책을 나왔다. 일주일 전에 영상 35도였는데 오늘은 영상 17도로 매우 춥다. 스웨터를 입고 양말도 신고 나갈 때는 겉옷을 입는다. 일주일 사이로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 언제 여름이 왔다 갔는지 모르겠다. 초췌한 모습으로 서있는 풀들이 산책로에 허리를 구부리고 서있다. 예쁘던 파란 새싹들이 누렇게 변한 모습이 세월을 말한다. 오랜만에 이곳으로 산책을 나왔다. 가뭄으로 계곡의 물은 말라 바닥에 깔려있는 돌들이 허리를 내놓고 앉아 있다. 나무들은 이제 단풍이 들 준비를 하고 매일이 다르게 색이 변한다. 씨를 맺고 열매가 익어간다.


다람쥐는 나무를 오르내리며 겨울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아직은 나뭇잎이 많아 오솔길로 들어가기는 쉽지 않아 큰 산책로로 천천히 걸어 본다. 몇몇 사람들이 개와 산책을 할 뿐 주중이라 숲 속은 조용하다. 못 와본 사이에 백양나무가 하늘을 찌르듯 키가 껑충 자라서 어른 나무가 되어 숲 속을 차지하고 있다. 오랜만에 보는 손자들이 몰라보게 훌쩍 자란 모습 같다. 비가 오랫동안 오지 않아도 깊은 땅속으로 뿌리를 뻗어 필요한 물을 빨아먹고 자란다. 보이지 않아도 할 일을 하는 신비로운 자연의 지혜를 배우고 싶다.


바람이 같이 가자고 어깨를 감싼다. 아침에 추웠는데 한동안 열심히 걷다 보니 땀이 난다. 춥다고 오기 싫었는데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든지 처음에는 귀찮은데 하고 나면 기분이 달라진다. 하기 싫고 귀찮은 것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 한다. 유혹을 뿌리치고 일을 저질러야 일이 된다. 하다못해 노는 것도 귀찮아서 안 하게 되는 경우도 많아지니 걱정이다. 이렇게 나와 걸으면 건강에도 좋고 심심하지 않고 시간도 빨리 간다. 집에서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는 것도 좋지만 나와서 자연을 보니 참 좋다.


오랜만에 정겨운 친구를 만난 것 같다. 올 때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반겨주고 안아주는 아름다운 숲이 있어 너무 좋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올 수 있다. 새파랗게 싹이 돋아나 는 봄, 오솔길이 보이지 않게 녹음이 울창한 여름, 너도나도 곱게 물들이고 서로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가을, 하얀 이불을 덮고 봄을 기다리는 겨울, 사시사철 최선의 모습을 보여주는 숲이다. 산책로로 걸으면 왕복 1시간 20분 정도 걸리고, 오솔길로 걸으면 1시간 40분 정도 걸리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숲이다.


벌써 나무들은 여기저기 단풍이 들고 키 작은 풀들은 시들어 넘어져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누워있다. 사람도 늙으면 저런 모습이 되겠지 생각하니 왠지 서글프다. 앞으로 열심히 걸어간 다. 지나가며 만나는 사람들과 날씨 이야기를 하며 좋은 날 보내라고 덕담을 나누며 지나친다.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르지만 다음에 또 보자고 하는 말을 서로 한다. 멀리 보는 자연이 아름답고, 가지 못하는 곳이 좋아 보인다고 어쩌다 만나는 사람들은 친절하다.


친하면 이해관계가 생기고 결국 작은 것으로 오해를 하고 다투게 되는 경우가 많다. 차도 너무 가까이 달리면 사고가 나듯이 사람이나 물건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함이 필요하다. 숲 속의 나무들이 너무 빡빡하면 잘 자라지 못하고 가늘고 경쟁을 이기지 못하면 쓰러져 죽는다. 봄에 왔을 때 서 있던 굵은 나무들이 여름을 이겨내지 못하고 여기저기 쓰러져 있다. 다람쥐들은 쓰러진 나무에 있는 구멍으로 들락거리며 숨바꼭질을 한다. 할 일도 없는데 바쁘게 날아다니는 새들도 쓰러진 나무에서 무언가를 찍어먹고 잠시 쉬었다 간다.


차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조용한 숲 속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못 본 사이에 소나무 아래로 떨어진 솔방울들이 발에 차인다. 바람이 불고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햇살이 눈부시게 숲을 비춘다. 세상은 끊임없이 움직이는데 커다란 나뭇가지로 막힌 계곡물이 흐르지 못하고 고여 있다. 비가 오지 않아 모든 것이 멈춘듯하다. 비가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은 아랑 곳 없이 하늘은 비를 끌어안고 있다. 하늘은 상관없다는 듯이 높고 푸르다. 록키산맥에 있는 제스퍼에 대형산불이 며칠 동안 계속되어 전기가 끊겨서 주민들이 힘들어한다는 뉴스가 전해진다.


아무리 조심해도 자연재해를 막을 길이 없다. 세계 어디를 가도 문제없는 나라는 없다. 숲 속을 걷다 보면 욕심 없는 자연을 닮아 가는지 마음이 겸손해진다. 자연이 하라는 대로 살면 좋은데 쉽지 않다. 세상에는 불평과 불만이 많고 아프고 슬프고 불행한 사람이 많다. 백 년도 못 사는데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숲 속을 걸으면 모든 것들이 잊힌다. 높은 하늘과 눈부신 햇살과 쭉쭉 뻗은 나무들을 친구 삼아 걷는다. 자연은 돈이 없는 사람이나 돈이 넘치는 사람이나 똑같이 받는 하늘의 선물이다. 나올까 말까 망설이다 나온 산책길에서 행복을 만난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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