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온 곳을 몰라 돌아갈 수 없고
갈 곳은 모르지만 무작정 앞으로 가면
갈길이 보일 겁니다
가다가 막히면 돌아서 가고
급하게 가다가 힘들면 천천히 가며
어디까지 가는지 알 수 없어도
쉬지 않고 가다 보면
가고 싶은 곳에 다다르겠지요
시냇물을 떠나올 때
가는 길을 몰라서 막연했지만
길을 찾으며 편하게 흘러갑니다
하늘을 보고
어딘가에서 떨어진 낙엽과 함께
흘러가는 길이 참으로 좋습니다
가다 보면 좁은 길이 넓어지고
수십 리 낭떠러지로 떨어져서
곤두박질쳐도
하늘을 안고 있는 맑은 호수에
잠시 머물다 다시 긴 여행을 시작합니다
어디로 갈지 몰라 헤매다 보면
가는 길이 보입니다
길을 따라가다 보면 다시 길이 좁아지고
생각지 못한 웅덩이에 빠지기도 합니다
간신히 빠져나와 어디론가 가다가
커다란 강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왔는데
이제는
겨우 길을 찾은 것 같아 평화롭습니다
파란 하늘에 두둥실 떠다니는 구름을 보고
가끔씩 얼굴을 간지럽히는 바람도 만나
휘청거리고 출렁대며 앞으로 갑니다
갈길이 어디인지 알 수 없어도
가다 보면 어딘가로 갈 수 있습니다
원하는 곳으로 가면 좋겠지만
알지 못하는 곳으로 가도 괜찮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왔는데
그 무엇도 두려울 것 없습니다
태양이 나를 비추고 보이지 않는 손길이
나를 이끌어 주는 한 끝없이 앞으로 갑니다
좁고 험한 길이라도
가다 보면 갈길이 보이고
끝을 알 수 없지만
지금껏 온 것처럼 앞으로 갑니다
따뜻한 햇살이 눈부시게 빛나는 날
강물처럼 흘러가며
나의 길을 걸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