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차다. 며칠 사이로 계절이 바뀌었다. 온도가 뚝 떨어져서 두꺼운 잠바를 꺼내 입고 걷는다. 어느새 가을이 왔다 갔는지 모르겠다. 찬바람만 남기고 매몰차게 여름은 떠났다. 영원히 오래도록 함께 할 것 같았는데 밤새 슬그머니 가버렸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듯 지붕에 하얀 서리만 뿌려놓고 가 버린 가을이 야속하다. 몇 개 붙어있던 나뭇잎들은 어제 불어대던 바람에 다 떨어지고 빈 가지만 남아 바람에 흩날린다. 이제는 추운 겨울이 우리를 찾아오는 날이 가까워진다. 올해는 유난히 좋았던 가을 날씨였는데 계절은 떠날 때를 안다. 코끝에 스치는 바람이 차고 하늘은 높아만 간다.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잘 있으라고 가을이 손을 흔든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가을은 사진으로 남아 추억이 되었다. 만날 수 없지만 그리울 때 한 번씩 꺼내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