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분홍색 석양 속에 하루가 간다

by Chong Sook Lee



하루가 저물어가는 모습은 환상적이다. 바닷가에 생선 튀김 식당이 있다. 아주 오래되고 작은 식당으로 코로나 이전에는 손님들이 식당에 앉아 식사를 했는데 코로나로 거리두기를 하는 동안 완전히 테크 아웃 식당이 되었다.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열고 12 시부터 6시까지만 장사를 한다. 하루도 쉬지 않고 밤낮으로 돌아가는 대형 식당과는 다르게 여유로운 삶을 산다.


음식을 주문하고 식당 옆에 있는 피크닉 테이블에서 기다리다 음식이 나오면 가져가는데 새로 주문하는 사람도 많고 음식을 기다리는 사람도 많아 장사진을 이룬다. 의자에 앉거나 서서 동네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 음식이 나오면 다음을 기약하며 웃으며 헤어진다. 금방 만난 사람들이 오랜 친구처럼 친절하여 정감이 간다. 식당에서 음식을 사 가지고 바닷가로 향한다.


하늘은 연분홍색으로 물들고 멀리 보이는 선박장 에는 배 들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하여 많은 배들이 정박해 있다. 뒤로 멀리 보이는 산 그림자가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크고 작은 섬들이 바다 위에 떠있다. 바다 갈매기들이 하늘을 날고 여행자들은 모래사장을 따라 걷는다. 마침 바다를 떠다니다 모래로 올라와 누워 있는 두 개의 나무가 있어 앉아서 바다를 바라본다. 멀리 보이는 등대 두 개가 등대 불을 반짝이고 있다.


잔잔한 파도를 바라보며 바닷가에서 먹는 저녁이 참 맛있다. 생선 튀김과 감자튀김 그리고 양배추 무침이 잘 어우러져 식욕을 돋운다. 딸네 집에서 가까이 있는 바다라서 딸과 사위가 즐겨 찾는 곳이다. 일을 끝내고 저녁을 먹으며 하루의 피로를 풀고 낭만 있게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예쁘다.


갈매기들이 먹을 것을 나누기를 바라는지 모래사장에 앉아서 우리를 보고 있다. 바다에 음식이 널렸는데 사람들 먹는 음식이 먹고 싶은가 보다. 사람들이 한두 번 준 것이 버릇이 들었는지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자연 속에서 자생하며 살아가야 하는데 인간화되는 것이 아쉽다.


모래사장을 걸어 본다. 하늘 전체가 연분홍색으로 물이 들고 잔잔한 파도가 밀려오고 밀려간다. 아름다운 저녁이다. 춥지도 덥지도 않고 평화로워 한없이 걷는다. 걷다 보니 다시마 줄이 눈에 보여 남편이 줄을 당겨본다. 아주 길은 줄에 커다란 다시마가 끌려 나온다. 황금색의 다시마가 머리를 풀어헤치고 줄기에 매달려서 춤을 춘다.


다시 다시마를 바다에 넣어주고 돌아가 앉아서 바다를 본다. 바다 위를 날아다니던 갈매기가 바닷속에서 커다란 게 한 마리를 잡아서 입에 물고 나온다. 잡히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게를 모래사장에 내동댕이친다. 다른 갈매기가 와서 게를 뺏으려고 덤비며 큰 싸움이 난다. 빼앗기지 않기 위해 한바탕 난리를 치더니 갈매기 한 마리가 움직이며 발버둥 치는 게를 입에 물고 날아간다. 날아가다 아무도 없는 모래사장에 게를 놓고 뜯어먹더니 배가 부른 지 남은 조각 하나를 입에 물고 갈매기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날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어느새 날이 저물어 가로등이 켜져 바닷가를 환하게 비추는 빨간 불빛을 바라보며 구름 뒤로 멀리 보이던 산이 어둠 속에 잠긴다.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고 우리도 집을 향한다. 하루를 맞고 하루를 보내며 아쉬운 하루가 간다. 오랜만인데 아이들과 늘 함께 산 것 같다. 자상하게 챙겨주는 딸과 사위의 따뜻한 마음으로 행복한 밤을 맞는다. 잘 살아라. 너희들만 행복하면 우리는 더 바랄 게 없다. 하루의 피로가 밀려와 일찍 잠자리에 든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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