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칼국수가 최고

by Chong Sook Lee


'엄마 칼국수가 최고'라며 맛있게 먹는 딸을 본다. 빅토리아에 오던 날 점심으로 칼국수를 해 주었는데 오늘 또 먹고 싶다고 해서 만들어 주었다. 아무리 좋은 음식도 어제 먹고 오늘 또 먹으면 싫증이 나는데 먹을수록 맛있다며 행복해하니 나는 더 행복하다. 이제 간신히 입덧이 멈추어 식욕을 되찾은 딸이 그동안 먹고 싶어 하던 칼국수를 해 먹일 수 있어 너무 좋다.


손 칼국수를 좋아해서 평소에 자주 만들어 먹는다. 조금은 번거롭지만 만들어 먹다 보니 습관처럼 해 먹는다. 밀가루 두 컵에 식용유 조금 넣고 뜨거운 물로 익 반죽을 해서 냉장고에서 숙성시켜 얇게 밀어서 국수를 만든다. 아이들이 자랄 때 자주 해 먹었더니 어쩌다 집에 오면 엄마표 손칼국수가 먹고 싶다고 만들어 달라고 한다. 칼국수 전문집에 가서 먹으면 엄마 맛이 아니라고 한다.


담백하게 멸치 몇 마리와 다시마 한쪽을 넣어 육수를 만들어 국수를 넣고 호박과 양파를 고명으로 넣는다. 다진 양념은 고춧가루와 생강 그리고 참기름을 넣어서 섞어 먹으면 된다. 빅토리아에 오기 며칠 전, 딸이 "엄마 칼국수가 너무 먹고 싶어" 하며 문자를 보냈는데 얼마나 먹고 싶으면 문자까지 보낼까 하는 마음에 당장에라도 달려와해주고 싶었다. 오자 마자 칼국수를 해주었더니 땀을 뻘뻘 흘리며 먹는 걸 보니 기분이 정말 좋다.


엄마가 된 지 42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아이들이 해달라고 하면 마음이 급해진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도 내 눈에는 여전히 어린 애로 보여 무엇이든지 해주고 싶어 진다. 세상이 좋아져서 먹고 싶으면 어디든 가서 사 먹을 수 있다. 언젠가 생일에 무엇이 먹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엄마 칼국수를 해달라 고 해서 웃은 적이 있다. 특별히 넣는 것도 없는데 그 맛이 좋은지 좋아한다. 가족 모두 좋아하는 칼국수는 어느새 우리 집의 대명사가 되었다. 감기 몸살에 몸이 아프고 힘들면 칼국수가 생각난다. 비가 오거나 날씨가 추우면 먹고 싶어 지는 칼국수다.


밀가루 음식이 몸에 나쁘다고 하지만 칼국수만큼은 거절할 수 없다. 칼국수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동네 식당 중 하나가 칼국수를 판다고 하기에 가서 먹어보니 맛있었다. 그 뒤로 다시 찾아갔을 때는 칼국수가 메뉴에서 빠져 있었다. 이유인즉 너무 힘들어서 뺏다는 것이다. 비싸게 받으면 손님이 안 올 것이고 싸게 팔면 인건비가 나오지 않는 이유였다. 맛있게 하고 싸게 할 수는 없는 현실이다. 힘들이지 않고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식당을 가는데 갈 때마다 실망을 한다.


며칠 전 친구들과 함께 식당에 가서 음식을 주문했는데 기름에 절은 듯한 음식을 보고 질렸다. 감자탕을 만들 때, 기름을 걷는 과정 없이 재료를 넣고 끓였는지 기름이 둥둥 떠 다닌다. 제육볶음도 기름에 푹 잠겨서 나와 먹어야 할지 망설이다가 도저히 먹을 수 없어 조금 먹다가 그냥 나왔다. 설탕과 기름이 범벅이 된 음식이 보기에는 번질번질하여 맛있어 보일지 모르지만 너무 지나치다. 맛있게 하기 위해 양념을 충분히 넣는 것도 좋지만 지나치면 역효과가 난다.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소화도 안되고 며칠 동안 후유증으로 고생하게 되어 담백한 음식을 선호하다 보니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먹게 된다.


오래전 딸과 함께 한국에 갔을 때, 동생이 남대문 시장에서 칼국수를 제일 맛있게 하는 집이라고 우리를 데리고 갔다. 시장 안에 수많은 장사들 틈에 아주 작은 칼국수 집이었다. 보기에는 허름하고 보잘것없는 집에서 만든 칼국수는 그 어느 고급 식당 것 보다 더 맛있었다. 양도 많고 맛도 있어서 어찌나 칼국수를 맛있게 먹었는지 지금도 딸과 이야기한다. 그 뒤 몇 년 뒤에 딸과 다시 그 집을 찾아갔는데 어디인지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아 한참을 돌다 결국 찾아내어 맛있게 먹었다.


한 번은 부산에 가서 시장 구경을 하며 칼국수집을 찾으러 시장 끝에 까지 갔는데 칼국수 집이 없어 그냥 돌아서려는 찰나 조그만 칼국수집 간판이 보였다. 배도 고프고 반갑기도 해서 뛰어가서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할머니 한분이 혼자 부엌에서 일을 하시길래 주춤하다가 칼국수를 주문을 했다.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는데 할머니가 밀가루 반죽을 하기 시작해서 깜짝 놀랐다. 보통은 미리 만들어 놓은 국수를 끓여서 해주는데 밀가루로 직접 밀어서 국수를 만들어 끓는 육수에 넣고 칼국수를 만든다.


귀한 손님을 대접하듯 경건하게 움직이며 만든 칼국수는 그냥 칼국수가 아니었다. 앉아서 받아먹기가 미안할 정도로 정성을 다하여 만들어 주신 할머니의 칼국수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하루에 몇 그릇을 파는지는 모르지만 한번 다녀간 사람이면 꼭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약아빠진 장삿속이 아닌 할머니의 칼국수는 엄마의 맛이었다. 세월이 가도 그 할머니의 칼국수를 생각하면 군침이 돈다. 이제는 다시 그곳에 간다 해도 만나지 못하겠지만 정성 들여 만드시던 할머니의 모습은 내 마음속에 남을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딸에게 칼국수를 해주며 추억에 젖는다. 사람들은 누구나 몸과 마음이 편해지는 음식이 있다. 특히 어릴 적 엄마가 해주시던 음식은 힘들고 고달픈 현실을 이겨 나가는 힘이 된다. 비빔밥이나 비빔국수 아니면 콩나물국이 고향의 맛이고 그리운 음식이듯 내가 해준 칼국수를 먹는 딸이 또 제 아이에게 해 주며 추억할 것이다. 맛있게 먹고 건강한 아기를 낳기 바란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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