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변해도... 우리의 삶은 지속된다

by Chong Sook Lee



떨어질 힘조차 없어 축 늘어져 매달려 있는 나뭇잎들이 바람에 흔들린다. 푸르던 날들은 여름이 다 가져가고 아름답다는 사람들의 칭송에 넋 놓고 있는 동안 옆에서 같이 놀던 이파리들은 떠나고 떨어지지 못한 채 남아 있는 낡은 이파리가 처량해 보인다. 지붕에서 놀던 심심한 까치가 나뭇가지를 건드리고 그나마 몇 개 남은 이파리들이 우수수 땅으로 곤두박질친다. 옆에 붙어있던 이파리가 떨어져도 같이 가지 못하고 힘없이 남아서 나무를 지킨다.


회색 하늘은 눈을 가득 안고 우울한 눈빛으로 세상을 내려다본다. 사는 게 무엇인지 살다 보면 알게 될 줄 알았는데 갈수록 모르겠다. 모으고 쌓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집집마다 쓰레기만 가득하다. 결국 모든 것을 버리고 가야 하는데 무엇 때문에 많은 것들을 사들이며 살았는지 모르겠다. 영원히 살 것처럼 산 물건들이 한두 번 쓰고 먼지만 뒤집어쓰고 자리만 차지한다.


사놓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고 버리고 가야 하는 것을 알지 못했다. 얼마 쓰지 않아서 거의 새것이나 다름없는 물건들이 세월 따라 유행이 지나 헌 옷 아닌 헌 옷을 입고 있다. 아무리 좋고 비싼 물건들이라도 세월을 이길 수 없어 휴지조각이 되고 쓰레기로 버려진다. 지구는 쓰레기가 넘쳐나고 오염되는데 사람들은 여전히 새 물건을 만들고 산다.


세상이 이렇게 빨리 변할 줄 아무도 몰랐다. 커다랗게 만들던 물건들이 작아지고, 두껍고 무거운 물건들이 얇고 가볍게 만들어진다. 오래도록 쓸 수 있게 만들지 않고 잠깐 쓰다가 싫증 나면 버리게 만든다. 옷을 빨지 않고 몇 번 입다가 버리고 신발도 빨 때가 되면 버리고 새로 사고, 두꺼운 책이나 무거운 그릇은 싫어하는 세상이다.


집안에 보물처럼 백과사전을 하나씩 가지고 살았는데 지금은 핸드폰을 하나씩 손에 쥐고 산다. 손바닥 만한 전화기에 없는 것 없이 모두 있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편지를 쓰고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모르는 것을 물어보면 대답해주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가야 할 곳을 자세히 알려준다. 매일매일의 새로운 소식을 전해 주고 모르는 내일을 예측하여 대비하게 한다.


가만히 앉아서 업무를 보고 세상을 보고 배우며 산다. 세상 따라 생각도 변하고 사람들의 기호도 변한다. 어디를 가도 자동식 계산대가 있어 혼자 물건을 고르고, 돈을 내고 사 가지고 나온다. 돈을 내고 거스름 돈을 건네주며 안부를 묻던 시대가 아니고 기계가 하라는 대로 손가락만 움직여주면 된다. 기계의 명령에 따라 하지 않으면 기계는 꼼짝하지 않고 버틴다. 편하게 살기 위하여 만든 기계는 인간을 조정한다.


며칠 전 늘 쓰던 카톡이 불통이 되어버린 사건이 있었다. 카톡에 연결된 브런치를 몇 번 시도해도 안되어 글만 몇 개 써 놓고 막연히 기다렸다. 어차피 안 되는 것을 들여다보면 답답하기만 해서 아예 잊어버리고 기다렸더니 서서히 복구가 되고 있는데 참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그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손해를 보았다고 하는데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기계에 의존하고 기계로 사는 세상에 기계가 안되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기계는 사람이 만들었는데 기계가 멈추면 두 손 놓고 고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기계는 돈을 받지 않는다. 현금이 많아야 부자라던 시대는 없어지고 숫자만 가지고 살고 현금이라는 돈이 사라져 간다. 어쩌다 현금을 내고 거스름돈을 받으려면 캐쉬어는 돈을 셀 줄 몰라서 시간이 한참 걸린다.


요즘 기성세대에게 돈이란 그저 종이조각에 불과할 뿐 가치를 모른다. 편리한 삶을 위해 만들어진 돈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돈이 많아도 얼마 없어도 카드로 살아간다. 한없이 커져가던 핸드백이 작아지고 있다. 온라인 쇼핑으로 물건을 사고팔고, 쇼핑센터는 무인 판매가 되었다. 사람을 상대하지 않고 기계와 놀면 된다. 기계가 돈을 벌어주고, 기계로 사기를 치고, 기계로 저금을 하고 투자를 한다.


몸을 쓰는 게 아니고 머리만 잘 쓰면 되는 세상이 되었다. 세상은 변해 가고 있지만 일부 사람들은 조금씩 그게 전부가 아님을 깨닫는다. 손으로 밭을 일구고 걸으며 건강을 찾는다. 더 이상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 손빨래를 하고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 잊지 않고 찾아오는 하루에 감사하고 파란 하늘을 보며 평화를 만난다. 더 좋은 삶을 쫓아 살아온 시간을 멈추고 자연 속에 삶을 선호한다.


때에 따라오고 가는 자연을 바라보며 삶의 진정한 의미를 배운다. 인간이 만든 기계가 어디까지 갈지 모르지만 자연의 힘을 이길 수 없고 신비한 자연의 섭리는 무한하여 감히 따라갈 수 없다. 달나라를 가고 우주를 가까이 보며 자연을 파헤치는 과학자들이 더 많은 것을 알아내는 날이 가까이 온다고 좋아한다.


인간의 능력으로 지구 아닌 다른 곳에서의 삶이 언젠가는 이루어질 것이다. 공상 만화에서 보았던 세상이 현실이 된 것처럼 달나라 어딘가의 삶을 상상해본다. 사람들은 모두 우주복을 입고 공기처럼 떠다니며 먹는 음식이 아닌 공기를 먹고 마시며 옛날을 잊고 살 것을 생각해본다. 그렇게 되면 전쟁도, 전염병도 없고 하늘의 별처럼 스스로를 드러내며 존재할지도 모른다. 나뭇잎 떨어지는 것을 바라보다 생각이 여기까지 왔다. 겨울이 다가온다. 지붕에 하얗게 내린 서리가 서서히 녹아간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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