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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Mar 19. 2020

시시해도... 평범한 일상이 그립다

나무는 자리를 지킨다.(사진:이종숙)

사람은 무엇을 먹고 사는가 생각해 보았다. 당연히 음식을 먹고 사랑을 먹고 산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원하는 것을 이루면 기쁨으로 살고 절망해서 쓰러져 있다가도 희망의 불빛을 보며 일어난다. 이제는 끝이다 하며 포기하는 순간에도 말 한마디의 위로로도 살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그 무엇인가로 생각이 바뀌어지고 체념으로 감았던 눈을 뜨며 세상을 다시 보게 한다. 하루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주저앉고 싶을 때도 해맑게 쳐다보는 아이들의 까만 눈동자로 힘을 얻고 말없이 동행하며 손을 잡아주는 짝의 따뜻한 마음으로 다시 일어선다.

이슬은 아침햇살에 한순간 반짝 빛나기 위해 추운 밤을 견뎌야 하듯이 우리의 삶 또한 어느 한순간의 기쁨으로 살아가는 것 같다. 마음이 가라앉고 우울한 이 시점에서 나름대로의 소소한 행복을 찾는 이유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염병은 무섭게 확산되고 언젠가는 끝이 나겠지만 세계적인 문제가 크다. 경제인들은 전염병이 끝난 뒤에 오는 경제적 혼란은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이라 한다. 비상사태를 준비하고 사재기를 하고 난 뒤에 오는 경제 대란을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단다. 잔잔하던 호수에 아니 세계에 코로나 19라는 전염병이 불러온 파장은 그야말로 치명적이다. 어느 누구도 섣불리 손을 대고 막을 재간이 없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사람들은 밖으로 향하던 발길을 멈추고 문을 걸어 잠그고 집에 갇히게 되었다. 학교를 닫는 바람에 재택근무를 하게 된  부모는 이중 삼중 더 힘들게 되었다. 어린아이들이 시시 때때로 보채고 칭얼대며 같이 놀자고 할 때마다 하던 일을 중지해야 할 텐데 업무 능력도 안 나오고 신경은 신경대로 쓰게 생겼으니 대신할 수 없어 그저 미안하다. 서로가 조심해야 하는 시점에서  혹시 있을 수 있는 균을 상대에게 주기라도 하여 전염이 되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 방문을 최소화한다. 특히 나이 든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에 더더욱 조심한다. 사람이 한평생 살아가는데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좋은 일 하려다가 결과가 나빠지는 경우가 많이 있어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해야 하니 말이다.

성당의 미사를 비롯하여 모든 것이 중지된 상태에서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인터넷 방송으로 미사를 보고 신부님의 강론을 들으며 영성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신앙생활을 꼭 교회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말도 하지만 교회는 또한 우리의 신앙을 몸소 체험하고 실천하는 곳이기도 하다. 40년 동안 다니던 성당을 전염병으로 인해 안 가게 되니 이상한 것은 사실이다. 나름대로 우리가 집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영성교육 방송을 듣고 묵주기도를 하고 신앙에 도움이 되는 책을 볼 수 있다. 신앙이 돈독하면 언제 어디에 있느냐 또는 어느 교회에 나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코로나 19가 종식이 되어 모든 일상이 정상으로 돌아가는 날까지는 각자 나름대로의 신앙생활을 찾아서 해야 할 것 같다.

또한 친구들과의 만남도 제지하는 지금이지만 가까운 지인들 하고는 영상통화를 하며 친분을 계속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 카카오톡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아무리 멀리 살아도 가능한 영상통화는 우리의 메마른 삶을 지속하게 해 주는 촉매가 되기 때문에 정말 고맙다. 이민 초기에 전화 한 통 하기 힘들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잊지 못한다. 전화 사정도 좋지 않아 잡음 때문에 잘 들리지도 않거니와 몇 마디 안부를 묻다 보면 벼락 통화료를 내야 했다. 보고 싶고  그리운 마음에 할 말도 못 하고 울다가 전화를 끊고 한참을 울었던 기억들이 있다. 머물 것 같던 젊음도 가고 오지 않을 것 같은 노년이 왔다. 자식들 다 키우고 결혼시켜 4명의 손주들까지 두었으니 가족의 건강과 행복 외에는 더 바랄 것도 없다.



전염병 때문에 세상이 불안해 하지만 여전히 봄은 온다. 뉴스로 본 한국의 봄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한강변에 만발한  노란 산수유꽃과 버드나무가 연둣빛 새 이파리로  옷을 갈아입었다.  연분홍 매화꽃도 예쁘게 피며 자연은 제 할 일을 한다. 제 아무리 전염병이 세계를 덮쳐도 인간들의 승리로 이것 또한 지나갈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칠 때마다 인간은 발전한다. 지금은 우왕좌왕하며 갈팡질팡 하고 있지만 이번에 코로나 19로 많은 것을 배웠다. 얼마나 오랫동안 이어질지 모르지만 질병을 대처하는 인간의 능력은 무궁무진하다. 연구자들은 머지않아 코로나 바이러스의 백신을 만들 것이다. 그때까지 불편하고 힘들더라도 참아야 한다.

평범한 일상이 그립다. (사진:이종숙)


불과 일주일 전에 몇 명에 불과하던 이곳 캐나다는 감염자가 600명이 되었다. 무서운 확산을 막기 위해 외출 자제를 권고하고 50명이 넘는 단체는 모든 모임을 가질 수 없다. 소상공인들은 문을 닫고 직원들을 감원시킨다. 세상이 놀라고 있다. 프랑스는 특별한 일을 제외하고는  외출 금지령이 내렸고 위반 시에는 벌금을 물어야 한다. 나날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이탈리아는 어제 하루 만에 475명의 사망자가 나왔다는 뉴스다. 두려움을 넘어 무섭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겪는 기가 막힌 이 상황을 현명하게 대처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때 마음이 든든하다.


이제 사람들의 소망은 딱 한 가지로 모아졌다. 어서 빨리 코로나 19로부터 자유로워져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하객을 부를 수도 축하를 해줄 수도 없는 결혼식은 모두 취소가 되고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는 장례식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지루하고 시시하다며 짜증을 냈던 평범한 일상이 그리워지고 그런 사소한 것들이 우리를 살아가게 함을 실감한다.

얼음 속으로 봄은 온다.(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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