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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Mar 20. 2020

겨울은 가고 봄은 온다


겨울은 가고 봅이 온다.(그림 :이종숙)

봄이 겨울옷을 하나 둘 벗어던지며 다가온다. 아무리 겨울이 더 있고 싶어도 오는 겨울을 막지 못한다. 햇볕은 야금야금 눈을 삼키고 봄은 땅속을 헤치며 세상에 나온다. 어제보다 더 길어진 오늘의 해가 하지가 될 때까지 계속 길어질 것이다. 낮이 길고 밤이 짧아지니 활동도 많아지고 몸도 나른하다. 눈이 쌓여 있는 뒤뜰에도 군데군데 눈이 녹아 푸릇푸릇한 모습을 드러낸다. 다음 주부터는 영상의 온도가 된다 하니 한번 녹기 시작한 눈은 순식간에 녹아 흐를 것이다. 지난 겨울초에는 눈이 안 와서 농부들이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1월부터 한파가 몰려와 춥고 눈도 많이 와서 농부들의 걱정을 덜어 주었다. 4월 하순부터 밭을 갈기 시작하는데 3월 하순까지 눈이 있으면 농사에 많은 보탬이 된다.

전염병으로 세계가 정지되어 황당한 봄을 맞이하고 있지만 그나마 밭에 눈이 있어 다행이다. 봄에 씨앗을 뿌려두면 여름에 자라서 추수하는 가을이 되면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재미있고 좋은 것을 찾아다니며 이곳저곳 여행을 하던 시절이 그립기도 하지만 조촐한 나날이 점점 익숙해지고 있는 현실이다. 사람이 멋지게 살려고 하던 모든 것들이 어쩌면 우리에게 굴레를 씌워서 우리를 꼼짝  하고 매달리게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 못하게 되고 하지 않으니 불편하면서도 편안해진다. 기를 쓰고 어딘가를 다녀야 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하던 날들을 돌이켜보게 하는 한가한 일상이 되었다. 복잡하던 거리가 한가해지고 외식문화가 사라지고 음식도 생필품도 주문하여 배달하는 문화가 되었다.

백양나무가 뽀얗게 봄을 맞는다.(사진:이종숙)



만나지 않아도 보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은 생활 속에서 절제를 배우고 산다. 군중심리로 사회를 혼란시키는 사재기의 단점도 있지만 하루만 살면 된다는 의식에서 벗어나 비상사태를 대비하여 내일을 준비하며 살아야 하는 것도 배운다. 모든 것이 흔하고 넘치는 이 시대에 조금씩이라도 절약하고 아끼는 습관 또한 배우고 산다. 며칠 전에 필요한 물건들을 사 왔다. 평소 같으면 많이 있으니 신나게 쓸 텐데 '만약에' 하는 생각에 자제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아끼며 작은 것도 소중하게 생각하며 사셨던 부모님 시대로 돌아가는 느낌이 든다. 뉴스를 통해 본 사재기의 모습은 생지옥이다. 세상에 있는 물건을 다 살듯이 쇼핑 카트에 쌓여있는 물건들은 사람들의 높아지는 불안 수치 때문일 것이다.

한국의 역사를 살펴보면 끊임없는 전쟁과 새로 생겨 나는 전염병과의 싸움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수많은 사건들이 오고 갔다. 최근 100년간의 역사만 보더라도 엄청나게  많은 일을 겪으며 살아오면서 매번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 사람들은 버텨냈고 삶을 이어갔다. 삼일절 운동으로 시작하여 오늘날에 이르는 동안 얼마나 힘든 백 년이라는 세월이었던가?  36년간의 일제 강점기를 지나 해방 5년 만에 6.25 전쟁을 겪고 가난과 싸우며 간신히 경제적인 안정과 평화를 이루었을 때 IMF라는 무서운 경제 파탄을 겪으면서 사람들은 바닥에 떨어졌다. 중간중간에 사스와 메리스라는 전염병으로 힘들어하며 일어나지 못할 것 같던 시련을 국민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시켰는데 생각지 못한 코로나 19 발생으로 다시 곤두박질치고 있다.

한국이 비상사태를 대처하는 여러 가지 모습을 보며 세계의 모범국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이 심각한 시련을 견뎌내고 있다. 금방 올 것 같은 봄이 심술궂은 겨울 때문에 오지 못한다. 금방 지나갈 것 같던 코로나 19도 더 악화되어 가고 있지만 우리는 조금씩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가지 않겠다고 버티는 겨울을 밀쳐 낼 수도 없고 오겠다는 봄을 막을 수 없으니 기다 려야 한다. 마음을 졸인다고 해결되지 않고 걱정을 한다고 종식될 문제가 아닌 이상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허둥대며 어쩔 줄 모르던 사회가 조금씩 체제를 잡아가듯이 개개인들의 삶도 또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물건을 사서 쌓아 놓는 것이 능사가 아니 고 있는 것을 이용하는 지혜 또한 필요함을 알게 된다.


다람쥐들이 신나게 논다.(사진:이종숙)


낭비하며 편하게만 살아오던 일상에서 조금은 불편해도 세균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 또한 필요하다. 쓰레기가 넘쳐나는 세상에 헝겊으로 손수건이나 행주를 만들어 종이 행주를  대신하여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된 것은 다행이다. 마스크 대란이 생기고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 만드는 법을 유튜브를 통해 공유하게 되었다. 학교가 휴교를 하니 유튜브나 인터넷으로 여러 가지 학습용 프로그램을 만들 어 제공한다. 어린아이들과 함께 해야 하는 재택근무를 하는 부모들은 아이들이 잠깐이라도 열중할 수 있는 놀이를 찾아내어하는 아이디어를 찾아낸다. 학교 휴교령이 발표되던 날은 청천벽력 같았는데 하루 이틀 지나며 나름대로 요령이 생기고 적응하며 산다.

이렇게 세상은 한 번씩 큰 사건으로 하여금 소용돌이 속에서 생겨나는  또 다른 지각변동을 통하여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 코로나 19가 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불안한 상황이 되어 고국에 돌아오기를 원하는 해외교민들도 전세기를 통하여 들어오고 있다. 신속하고 정확한 한국의 대응책이 세계에 알려지면서 한국이 제일 안전한 나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처럼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불철주야 수고하는 모든 분들의 노고로 잘 넘어간다. 서로 많이 갖기 위해 싸우던 세계는 하나가 되어 코로나 19를 몰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협력한다. 알 수 없는 세균이 세계를 점령하고 사망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머지않아 세균을 잡을 날도 가까워지고 있다.  

겨우내 많이 자랐습니다. (사진:이종숙)
겨울은 가고  봄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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