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진 꽃들... 고개를 숙입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by Chong Sook Lee



하늘이 무너지고

땅은 꺼지고

슬픔은

어둠을 업고 거리를 덮습니다

기대와 희열과

환희와 웃음은

미련과 원망과 후회의

비가 되어 내립니다


최고의 모습을 하고

최상의 기쁨을 만끽하려고

만남의 장소로 가는 발길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뛰어가고 있습니


마음은 날아갑니다

가려진 서로의 모습에

찾을 수 없는 모습들

타인이 되어 갑니다

모르기에 자유롭고

보이지 않아 신나서

누구라고 말하지 않고

같이 있음에

함께해서 좋았습니다


타인의 모습으로 걷습니다

좁은 길은 메어 터지고

봇물 터진 골목길은

넘쳐흐르는 인파로

겹겹이 쌓입니다

바닥에 깔려 지르는

비명은 아무도 듣지 못합니다


넘어진 가면들은

갈기갈기 찢어지고

밟힌 채 하늘을 보고

눈을 감습니다

타인이 되어 엎어지고

자빠지고 쌓여가는

행렬


누가 누구를

무엇 때문에

허공 속에 흩어지는

메아리가 돌아오고


대답은 없습니

남은 이들의 통곡이

하늘을 찌르고

땅이 꺼지는 날이 갑니다

눈물과 회한의 시간이

어둠 속으로 사라집니다


다시 못 올 날들

다시 만나지 못할 사람들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비극의 참사 속에

새파란 청춘들의 심장이

고통을 견디다 못해

조용히 멎습니다

할 말이 없습니다


잘 가시오…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하며

명복을 빕니다


(사진:이종숙)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