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없는 세상은 행복도 없을지도 모른다

by Chong Sook Lee



사람 사는 방법이 다르다. 아무 걱정 없어 보이는 사람도 있고 매사에 걱정을 끌어안고 사는 사람도 있다. 별것도 아닌데 걱정을 하며 우울하게 사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걱정이 하나도 없는 사람같이 허허 대고 사는 사람도 있다. 걱정이란 불면 불수록 커지는 풍선 같아 지나치면 터져서 산산조각이 된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걱정이야 당연히 있어 하나가 해결되면 다른 하나가 생겨난다. 걱정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삶의 맛을 내는 조미료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인생을 따라다니는 걱정은 어디에도 있고 무엇을 해도 함께 한다.


집안을 정리하려고 꺼내놓으면 생각지 않은 여러 가지 물건이 나온다. 언제 샀는지, 무엇 때문에 놓아두었는지 모르는 물건들이 꾸역꾸역 나온다. 필요해서 사다가 놓았을 텐데 쓰지 않고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 몇 년 전에 사다 놓은 것도 있고 기억조차 없는 것도 있다. 물건을 꺼내놓고 보니 어떻게 치워야 할지 걱정부터 앞선다. 버려야 할 것과 보관해야 할 것이 구분이 안 간다. 앞으로 살 때까지 필요한 물건이 있고 언젠가는 필요할 물건이 있는데 마음 같아서는 다 버리고 싶다. 고르기도 복잡하고 세월이 가면 어디다 두었는지 생각이 안 난다. 확실하게 두었다고 생각하는데 시간이 가서 막상 찾으려고 하면 헷갈린다.


언젠가 청소를 하는데 화장실 싱크대 아래에 사다 놓은 전구들이 있어 남편에게 잘 두라고 했다. 남편이 어디에 두었는지 확인은 안 했지만 한참 후에 필요해서 물어보니 기억이 안 난다고 해서 집안을 다 뒤져도 찾을 수가 없었다. 어딘가에 있는 전구를 찾기보다는 사는 것이 빠를 것 같아서 다시 사다 사용했다. 매사가 다 그렇다. 잘 모셔 놓은 것은 생각이 나는데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눈에 보이게 놓아두다 보니 정리가 안되어 더 정신이 없다. 물론 명세를 자세하게 적어두면 편리하겠지만 그것도 일이다. 처음 며칠은 절대 잊지 않을 것 같은데 시간이 가면 전혀 생각이 안 난다.


같은 물건이 매일 필요한 것도 아닌데 모아두는 것이 더 어리석다는 생각이 든다. 부엌에 안 쓰고 자리만 차지하는 그릇이 쌓여있어서 버릴 것 버리고 정리를 해도 여전히 복잡하다. 우리 둘이 사는 데는 몇 개만 있으면 되는데 식구가 한 번씩 모이면 필요해서 가지고 있는데 그것도 정리해야 한다. 차고에 연장통이 몇 개 있는데 쓰고 남은 여러 가지 볼트나 잔잔한 못들이 봉투에 있고 버리지 못하고 쌓아놓은 장갑도 몇 켤레 되는데 언제 쓸지 궁금하다. 사람이 여러 가지 물건이 있는 것처럼 걱정도 같이 살아야 하는 것 같다. 인생살이 좋으면 좋은 대로 힘들면 힘든 대로 걱정 투성이다. 더운 날은 너무 더워 걱정 추운 날은 너무 추워 걱정이다.


겨울이 긴 이곳은 노숙자 문제로 걱정을 한다. 늘어나는 숫자에 비해 날씨는 추워지는데 동사를 막기 위해 정부는 동분서주를 한다. 국민을 대표하는 직책을 가진 사람들이 발 빠르게 움직여도 쉽지 않다. 일단 장소를 정해서 정부 승인이 떨어져야 하고 사람들이 살 수 있게 만드는 일까지 시간이 걸린다. 한겨울에 추위에 떨며 거리에서 생활하는 그들을 위해 이제야 급해진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나라 살림이 말같이 쉽지 않고 복잡하지만 조금씩 양보하고 도우면 쉽게 해결될 수도 있다. 정부에서 각 주마다 배당하는 예산을 더 받으면 좋겠지만 쉽지 않다. 불경기에 고금리, 고가까지 겹치고 사람들은 내일을 걱정하게 된다.


외식이 없던 시대는 외식은 특별한 선물이었는데 사람들의 생활이 윤택해지고 외식은 자연스럽게 일상이 되었다. 외식 붐이 일어 너도나도 외식을 하더니 코로나가 생겨나고 사람들은 배달음식에 길들여져 갔는데 월급은 오르지 않고 배달비는 오르니까 귀찮아도 사람들은 집밥을 선호하게 되었다. 물가가 올라도 재료를 사다가 만들면 나름대로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 외식도 좋고 배달음식도 좋지만 집밥만큼 더 좋을 리 없는데도 편하다는 장점으로 끊을 수가 없다. 돈이란 있으면 쓰는 것인데 없어도 쓰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카드를 돌려서 쓰다 보면 나중에는 막다른 골목으로 몰린 쥐가 된다. 어디로 가도 길이 없으면 별생각을 다하게 된다.


사람은 습관이 중요하다. 무슨 일이든 귀찮고 싫어도 하다 보면 재미가 있는데 아예 못한다 생각하고 하지 않으면 못하게 된다. 직업이 없고 돈이 없어 힘들다고 하면서도 할 것 다하며 사는 사람들이 부럽다. 경기장에서 관람하는 사람들, 콘서트에서 구경하는 관객들의 수는 엄청나다. 그런 것을 보면 불경기가 아닌 것 같다. 쇼핑센터에 가보면 커다란 가방 몇 개씩 물건을 사 가지고 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보인다. 뉴스에 보이는 세상은 걱정스러운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공항은 여행객들로 넘쳐나고 관광지는 구경하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걱정을 하면서도 사람들은 행복을 찾으려고 한다.


세상 돌아가는 것이 걱정스럽다 고 하는 말은 내가 어릴 적부터 들었는데 언제나 편안한 세상이 올지 의문이다. 어차피 힘든 세상에 하고 싶은 것이나 하며 살겠다는 배짱으로 사는 사람들이 많아져 간다. 걱정 없는 사람은 없다. 걱정하느라 하루하루 슬프게 살거나 걱정은 뒤로 밀어놓고 닥치는 대로 살 수도 없고 걱정과 함께 살아야 한다. 어쩌면 걱정 없는 세상은 행복도 없을지도 모른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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