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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Mar 22. 2020

나와 내가 노는 세상이 왔다


먼길도 한걸음씩  다가가면 됩니다.(사진:이종숙)


세월이 손님처럼 왔다 간다. 반가움도 서운함도 없이 무심히 세월을 맞고 보낸다. 어제가 오늘 같은 하루들이 얽히고 얽혀 날자도 요일도 모르는 채 보낸다. 특별히 할 일도 없고 사람들도 구경한 지가 오래되었다. 아이들도 조심하느라 오지 않고 각자 살아가느라 바쁘다. 지금은 아이들이 학교를 가고 어른들은 일을 하며 저녁 시간에 몇 시간 만나 서로의 얼굴 보던 날들이 아니다. 잠자는 시간만 빼놓고 나머지 시간을 함께 보내며 그야말로 지지고 볶는다. 그립고 아쉬운 마음 없이 어서 빨리 이 상황이 끝나기를 바란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으로 보아서는 그리 쉽게 끝나지 않을 듯하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보고 싶고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고 안타까워했던 마음이 늘 있었는데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얼른 빼앗긴 일터로  돌아가 평범한 일상을 되찾기를 원한다.

하늘이라는 커다란 지붕 아래에 살고 있는 지구촌 사람들은 하나가 되어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다. 모든 것이 중지되어 거리는 텅 비고 사람들은 불안해한다. 확산을 막기 위해 만나지도 않고 여럿이 모이지도  않는다. 사람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갈 곳을 잃고 볼거리도 잃었다. 먹거리를 찾고 쇼핑을 다니며 잠시도 멈추지 않고 즐거움을 찾던 시간들이 어느 순간 멈추었다. 자의든 타의든 우리는 격리를 해야 하고 자제해야 한다. 싫든 좋든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별것 아니라고 아무렇게나 생각하며 무심히 했던 것들이 지금의 심각한 상황을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미리 조금만 일찍 서두르고 조심했더라면 이지경까지 오지 않았는지 모른다. 지금에 와서 후회 한들 소용이 없으니 지금이라도 정부가 하라는 대로 하며 살아야 한다.

무서운 전염병으로 삶이 위협을 는 나날은 시시하게 버렸던 날들을 그리워한다. 바빠 죽겠다며 하루라도 편히 살고 싶던 마음을 알아차렸듯이 아무런 것도 하지 않고 먹고 놀기  반복이 되었다. 눈을 뜨며 오늘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도 있다. 위층에 갔다 아래층 내려갔다 뒤뜰에 나가 둘러보고 앞뜰을 쳐다본다. 아직도 많은 눈이 쌓인 밖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창가에 앉아서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바라보고 날아다니며 노는 새들을 바라본다. 무서운 겨울을 견디고 무거운 땅을 헤집고 나오는 새싹들이 따스한 벽을 기대며 하나씩 둘씩 세상에 나온다. 참으로 평화스러운 모습이다. 언제나 이렇게 한가한 생활을 즐길 수 있을까 기다려 왔는데 막상 아무것도 하지 못하니 심심하고 무료하다.


심심풀이 장난감(사진:이종숙)



사회적 거리두기의 생활이 길어지면서 집안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들이 유튜브에 올라온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우울증이 생긴다 하여 바쁘게 놀이나 일을 찾아서 미친 듯이 움직이는 영상도 보여준다. 온라인으로  공부를 하는 학생도 많고 하고 싶던 공부나 취미를 배우기도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지금은 적응하며 자신을 교육시키며 때가 되기를 기다려야 한다. 며칠 전 우연한 기회에 손에 들고 운동하는 조그만 아령을 샀다. 손안에 딱 맞아서 들고 흔들면 나름대로 운동이 된다. 여전히 매일매일 산책을 하지만 오랫동안 앉아 있다 보면 내 몸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 몇 번씩 휘두른다. 평소에 그토록 원하던 여유로운 삶을 살게 되었는데 사람들은 아직 받아들이지 못한 채 잃어버린 것들을 그리워한다. 불편하지만 하루 이틀 조금씩 길들여지는 이 삶에 무언가를 찾아서 해야 할 때임도 불구하고 갖지 못하는 자유에 대한 갈망 때문에  현실을 거부한다.

뉴스로 연이어 쏟아지는 코로나 19에서의 진정한 해방은 우리가 이런 악순환을 현실로 받아들이며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하루 사이에 몇 천명의 확진자가 나고 수백 명의 사망자가 나는 이 무섭고도 비참한 현실에서 우리가 할 일은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 할 일을 찾아 살아가는 것이다. 밖으로 던 생활을 안으로 돌리며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며 지낸다. 내일로 미루던 것들을 하나 둘 하다 보면 전염병이 다 없어질 것이다. 사람들을 만나서 수다를 떨던 날들의 재미를 손으로 글을 쓰며 머리로 재미를 느끼며 산다. 안 하던 것들이라 쉽지 않지만 옛날로 돌아가 본다. 못 만나는 이들에게 편지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뜨개질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갑작스러운 외출 자제로 괜히 큰일이라도 난 듯이 우왕좌왕하지 말고 더 나이 들면 하지 못할 것들을 찾아본다.

태양은 여전히 밝고 눈부시게 하루를 가져다준다. 바람은 세상에 상관없이 이리저리 불고 꽃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다투며  피어난다. 그렇게 힘들어도 계절은 바뀌어 겨울은 가고 봄은 이미 와 있다. 세월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고  때  갈 때 다. 기다림으로 애태우며 세월을 보내는 것은 어리석은 감성이다. 전염병으로 희생되는 분들의 명복을 빌며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파란 하늘을 바라본다. 오늘 지금이 싫다고 짜증을 내도 변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끝이 안 보인다고 절망할 필요가 없다. 나만의 고통도 외로움도 아니고 함께 겪어나가야 하는 힘겨움이다. 하늘을 보며 바람을 껴안아 본다. 사람 사는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하니 생각이라도 멋지게 해 본다. 어쩌면 생각 나로 세상은 아름다워 살만하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세상은 문을 닫아 버렸다. 가까이 오지도 가지도 말아야 한다. 거리를 유지하고 순서를 기다리며 조용히 산다. 모르는 것을 물을 용기도 없고 상대를 쳐다보며 웃을  틈새도 주지 않는다. 각자의 길을 향해 묵묵히 걸어갈 뿐이다. 기계처럼 언어도 표정도 없는 사회가  무섭다. 모두가 적이 되어 경계하는 모습이 싫다. 혼자 놀아야 한다. 나와 내가 노는 세상이 되었다. 어서 빨리 우리가 함께 놀 수 있는 날이 기다려진다.

나와 내가 노는 세상이 왔다.
희망이 보이면 좋겠습니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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