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지 않는 밤은 생각이 많아진다

by Chong Sook Lee



잠이 오지 않는 밤은 너무 길다. 새벽녘에 간신히 잠이 들어 두어 시간 자고 깼다. 무엇을 잘못 먹었는지 시간이 갈수록 정신이 또렷해져 혼났다. 특별히 잘못 먹은 것도 없는데 무엇을 잘못했나 곰곰이 생각해본다. 초저녁에 잠깐 피곤이 밀려와서 소파에 누워서 눈을 감고 있었지만 잠을 잔 것은 아니다. 잠이 쏟아지는 것도 힘들지만 밤에 잠이 안 오는 것도 고통이다. 요즘에는 밤새 한번 정도 깨고 잘 자는 편인데 이상할 정도로 잠이 안 왔다.


내일 일까지 미리 하며 억척을 떨고 살아왔는데 몸과 마음이 풀어져도 한참 많이 풀어졌다. 필요한 것을 준비하고 대비하며 살았는데 비우고 버리다 보니 삶이 쌓고 채우는 것만이 전부가 아님을 깨닫는다. 필요한 것을 사고 모으고 하는 것이 전부였는데 버리고 비움이 필요한 시간이 왔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비롯해서 물질적인 것뿐 아니라 정신적인 비움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실감한다.


오래된 장맛이 좋다고 한다. 맛있는 장맛 같은 사람이 그립다. 사람들과의 관계는 언제나 중요하고 소중하지만 좋은 점이 있고 힘든 경우도 많다. 한번 맺은 인연을 오래도록 이어가는 나로서는 자주 만나지 않아도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각자 살기 바쁜 세상에 일일이 소식을 전하지 않아도 잘 있으려니 하고 산다. 시간이 나면 오랜만에 만나 지난 시간을 이야기하며 우정을 확인하는 것도 좋다. 우연히 만나 지나간 이야기를 하다 보면 시시콜콜 생각나는 옛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런 반면에 친하던 사람이 무언가를 잘못 오해하고 멀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는 어쩔 수 없이 사이가 틀어진다. 오해를 풀고 이해를 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나 좁은 이민 사회에 생각이 다른 이유로 패가 갈려서 생각지 않게 어색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사람의 감정은 말을 하지 않아도 느낌이 온다 싫어도 함께 해야 할 일이 있고 좋아도 어쩔 수 없이 남이 되는 경우도 있다. 상대방의 처지를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만 고집한다면 제대로 된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


오해는 또 다른 오해를 낳고, 의심은 또 다른 의심을 낳는다. 어차피 한평생 사노라면 이런저런 여러 가지 일로 오해하고 만나고 헤어지며 산다. 생각이 다르고 목적이 다르고 원하는 것이 다르기에 걸어가는 길도 다르다. 좋고 싫은 것을 떠나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는데 고집과 아집으로 해결하려 하는 사람들이 많다.


권력과 벼슬에 눈이 멀어 멀쩡한 사람을 죄인 취급하고 상대의 잘못을 파헤치며 자신의 주장이 옳음만을 주장하다 보면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 않고 귀로 들리지도 않게 된다. 사람이 살면 얼마나 오래 산다고 서로 우기고 싸우며 사는지 모르겠다. 의견 다툼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상대방을 없애야만 살 수 있는 것처럼 야유와 욕설로 이어지는 관계는 싫다 못해 무섭다.


살기 위해 싸우고 따지고 하는데 정도가 지나치면 혐오와 증오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 인간관계이고, 가장 추하고 험악한 것도 인간관계다. 조금 양보하고 조금만 이해하면 좋게 끝날 일도 자신의 이기와 자존심으로 헝클어져 버린다. 사람은 자존심으로 살아간다고 한다.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하면 어린아이들도 억울해한다. 자세히 알지도 못하면서 미리 짐작하고 오해하며 미워하다 결국 관계를 망쳐버린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기에 감정에 치우치지 말고 좋은 것은 칭찬해주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지만 잘 안된다. 대화도 없고 협상도 없이 상대를 깎아내리는 모습은 어디에나 있다. 사람들은 외로워서 서로 만나길 바라면서, 만나면 흠을 잡고 오해를 하고 자기주장과 맞지 않으면 돌아선다. 아주 작은 이유로 서로 좋았던 시간은 잊고, 원수가 되어 살아간다. 상대를 존중하고 이해하며 사는 것은 책에만 있는 논리에 불과한 현실이다.


코로나로 인해 만남이 많이 줄어들어 서로가 소중함을 배우면서도 고집스러운 마음은 안고 산다. 부모 자식도, 형제자매도 의견이 맞지 않으면 돌아서는 세상이라 남남끼리는 더 말할 필요 없다. 아무리 좋은 관계라도 상대의 의견은 들어보려 하지 않고 약점을 파헤치다 보면 관계는 끝난다. 강경파들이 싸우는 사이에 중도파들은 괜한 오해를 받는다. 뜨겁지도, 차지도 않으면 내침을 당한다는 말이 있지만 자신만이 정의이고 법이라는 생각을 하고 산다면 이 땅에 평화는 결코 오지 않는다.


잠이 안 오는 밤에는 생각이 많아진다. 오래도록 함께 하며 먼 훗날까지 같이 갈 수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묘연해진다. 옛 친구는 무엇을 하는지 모르고, 가까운 사람들은 각자의 성을 쌓아가는라 바쁘다. 친구가 어디 있는지, 누가 친구이고 누가 적인지 모르겠다.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적이 되기도 하고 무심하던 사람과 친구가 되는 현실이다. 서로의 잘못을 따지고 후벼 파지 않고 언제 만나도 따스한 마음이 전해지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간절해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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