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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집에 갇힌 아이들
by
Chong Sook Lee
Dec 19. 2022
아래로
용이 준이 영이는 한 살씩 차이 나는 형제자매다.
첫째인 용이가 아직 12살이 안되었지만 아이들 셋이 집을 지키고 있다.
조용하던 집에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쉬쉬쉬.
푸르르 푸. 우르르르.
용이: 어, 이상한 소리가 난다. 이게 무슨 소리지?
준이: 그래, 나도 들려. 어디서 나는 소리일까?
영이: 우리 몰래 누가
들어왔나?
어쩌면 도둑이 몰래 들어와 있는지 몰라.
용이: 아냐. 그냥 집안에서 나는 소리야. 무서울 것 없어. 우리 셋이 집에 있는데 뭐가 무서워. 우리들이 힘을 합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어.
준이: 맞아. 엄마 아빠가 집에
올 때까지 텔레비전 보고 있으면 돼. 지금은 아무 소리도 안나잖아.
용이가 텔레비전을 튼다.
용이: 무슨 쇼 볼래?
우리
지난번에 보던 것 재미있던데 그거 볼래?
준이: 나는 싫어. 싸우는 것이 재미있어.
영이: 나는 아무것이나 상관없어. 엄마나 빨리 왔으면 좋겠어.
용
이: 엄마 오려면 아직도 멀었어. 한참 더 기다려야 해. 그러지 말고 우리 뒤뜰에 가서 눈으로 집을 한번 만들어 보자.
영이: 그래 그래. 그게
재미있겠어.
집에 있으니까 이상한 소리가 나서 자꾸 무서운 생각이 들어.
세 아이들은 눈이 하얗게 쌓인 뒤뜰로 나간다.
용이: 애들아, 우리가 들어가서
놀 수 있는 커다란 얼음집을 만들어보자. 눈이 쌓여있는 한쪽에 문을 만들고 안으로 파고 들어가면 집이 될 거야.
준이: 그래. 그거 재미있겠다. 우리는 뭐하면 되지?
차고에 있는 삽으로 눈을 한쪽으로 퍼내야 하는데 너희들
할 수 있겠어?
영이: 응. 우리 여름에 모래사장에서 쓰던 작은 삽이 있으니까 조금씩
퍼내 볼게.
용이: 그래. 그러면 나는 바닥을 딱딱하게 만들어 볼게.
아이들은 열심히 눈을 퍼내고 굴을 만든다.
처음에 작았던 구멍이 점점 커지며 제법 집 모양이 되어간다.
용이: 계속 이렇게 하면
될 거야. 내가 기어들어 가볼게. 어어어… 지붕이 무너지고 있어. 눈이 더 필요해.
준이: 그래. 우리가 눈을 더
퍼부을게. 손으로 바치고 있어.
용이: 아무래도
안 되겠어. 영이가 안으로 들어가서 손으로 지붕을 받치고 서 있고 준이는 눈을 더 올려. 잘 되고 있어. 우리 조금만 더 하면 집이 완성이 될 거야.
영이: 벌써? 야, 신난다. 우리 셋이 들어가는 얼음집이 만들어지면 엄청
재미있을 거야.
준이: 맞아. 우리가 만든
얼음집에서 놀고 있을 때 엄마 아빠가 오면 우리가 없어진 줄 알고 놀랄 텐데.
엄마 아빠
올 때까지 놀면 되지.
용이: 그래. 우리 더 크고 튼튼하게 만들어 보자. 이쪽에 눈이 더 필요해. 영이야. 너는 들어와서 걸어 다녀봐. 바닥이 튼튼해야 우리들이
놀 수 있지.
준아. 이제 눈은 충분해. 너도 안으로 들어와서 지붕을 단단하게 만들어야 해.
준이: 응 알았어 지금
들어갈게. 와. 정말 멋있게 되었네. 우리 셋이 충분히 앉아서 놀 수 있을 것 같아. 이쪽이 조금 더 두꺼워야 하는데 내가 나가서 눈을 더 얹어 놓을게 안에서 잘 만져봐.
용이: 응. 영이와 같이 안에서 지붕을
손으로 받치고 있을게.
한참을 만지고 다듬으니 그럴싸한 얼음집이 완성되었다.
용이: 됐어. 이젠 우리 모두 들어가서 엄마 아빠가 올 때까지 놀고 있자.
영이: 그래. 그래. 너무 재미있다.
준이: 우리가
지은 집에서 놀으니까 더 재미있는 것 같아.
한참을 재미있게 놀다가 준이가 발로 벽을 찼는데 집이 무너졌다. 눈집이 내려앉아서 아이들이 갇혔는데 마침 엄마 아빠가 들어온다.
엄마: 얘들아. 엄마 아빠 왔다.
어디 있니?
아빠: 애들이 없네.
어디 갔지? 얘들아. 얘들아. 어디 있니?
집안과 밖을 돌아다녀도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자 엄마는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어 골목으로 뛰어 나가 아이들을 찾고 아빠는 뒤뜰로 나간다.
뒤뜰에는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 삽이 여기저기 뒹굴어 다니고 아이들은 보이지 않자 혹시
유괴당한 것 같은 나쁜 예감이 든다.
아빠: 용아, 준아, 영아!!!! 어디로 갔어?
한쪽 구석에 쌓여있던 눈이 조금씩 움직인다.
잘못 보았나 하며 자세히 보니 쌓인 눈이 흔들리며 무슨 소리가
들리는 듯하여 가까이 가 본다.
무슨 소리가 가늘게
들리는 것 같은데 어디인지 모르겠어서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엄마가 뛰어온다.
엄마: 아이들이 없어요.
온 동네를 다 돌아다녀도 아이들이 안 보여요. 애들이 밖에 나갔다가 길을 잃었나 봐요.
아빠: 큰일이네. 어딜 갔을까? 애들끼리 놔두면
안 되는데 우리가 잘못했어. 같이 나갔어야 하는데.
눈 더미가
또다시 흔들리다 눈이 떨어져 내려온다.
어디선가 아이들의 소리가 들려온다.
엄마: 어. 여보. 어디선가 아이들 소리가 들려요.
아빠: 응. 나도 좀 전에 무슨 소리가 들려서 아무리 찾아봐도 어딘지 모르겠어.
엄마: 얘들아. 어디 있니?
눈
더미가 심하게 흔들리며 아이들 소리가 들린다.
아이들: 엄마! 아빠! 우리 이 안에 있어요.
얼음집이 무너져서 우리가 갇혔어요.
빨리 눈을 쳐 주세요.
엄마: 어머. 여보 , 애들이 저 안에
있나 봐요.
애들 소리가 들려요. 어서
눈 좀 쳐줘요.
아빠:
아이고. 저 녀석들. 거기에 있었구나.
얘들아 잠깐만 기다려. 엄마 아빠가 눈을
치워줄 테니 잠깐만 기다려라.
용이: 알았어요. 영이가 너무 춥대요.
아빠: 그래그래. 이제 거의 다 됐어. 어쩌다가
이런 일이 생겼니? 어서 나와라.
용이: 휴… 얼음집을 만들어서 재미있게 놀고 있었는데 지붕이
내려앉으면서 집이 무너져 우리 위를 덮었어요.
준이: 눈이 너무 많아서 우리가
나올 수가 없었어요. 우리가 소리를 질러도 아무도 도와주러 오지 않아 너무 무서웠어요.
영이: 감사합니다. 엄마. 아빠.
엄마:
아이고. 그런 것도 모르고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찾아도 못 찾았단다. 그래도 늦었지만 다행이다.
용이: 정말이에요. 눈은 점점 무거워지고 아무도 우리가 그곳에 있는지 몰라서
죽는 줄 알았어요.
아빠:
고생 많았다. 온몸이 꽁꽁 얼었네. 어서 집안으로 들어가서 몸을 녹여야지.
영이:
네… 너무 추워요.
엄마: 집안에서
놀라고 했는데 왜 나갔니?
용이: 엄마 아빠 나가고 텔레비전을 보려고 했는데 집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서 무서웠어요.
준이: 밖에서 엄마 아빠를 기다리며 눈집을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나갔어요.
그랬구나. 엄마가 미안해. 너희들과 같이 나갔어야 했는데 정말 미안하구나.
영이:
아니에요. 처음에는 집에서 놀았는데 소리가 나서 무서운 생각에 밖으로 나가서 재미있었어요.
얼음집이 무너져서 고생은 했지만 너무 좋았어요.
아빠: 너희들이 좋았다니 다행이다.
다음부터는 엄마 아빠 집에
있을 때 얼음집을 만들면 되지?
용이: 네. 맞아요. 엄마가 우리 찾으러 돌아다니게 해서 죄송해요.
아빠: 아냐. 더
늦기 전에 너희들을 찾아서 너무 좋아.
엄마: 따뜻한 코코아 마시고 놀아라.
세 아이들은 부서진 얼음집을 삽으로 무너뜨리고 발로 밟으며 깔깔대고 웃는다.
용이: 엄마 아빠가 오지 않았으면 우리는 어떻게 됐을까?
준이: 우리가 갇혀서 못 나왔으면 우리는 꽁꽁
얼었을 거야.
영이: 나는 엄마 아빠가
안 올까 봐 너무 무서웠어.
용이: 나도 여기서 아무도 모르게
죽는 게 아닌가 걱정했어.
준이: 엄마 목소리는 들리는데 우리 소리는
안 들렸나 봐.
그러게. 우리가 크게 소리쳤는데
눈 때문에 안 들렸나 봐. 우리 다시 한번 소리쳐 보자.
아이들: "엄마. 아빠. 우리 여기 있어요. 우리 구해줘요."
아빠: 하하하. 이제 잘 들린다.
어디선가 소리가 들리는데 도저히 모르겠더라.
다음에는 아빠랑 얼음집을 크고 튼튼하게 짓고
안에 들어가서 놀아라.
영이: 정말요? 야.. 신난다. 아빠와 함께 지으면 엄청 튼튼해서 무너지지
않을 거예요.
준이:
네. 너무 좋아요. 다음에는 엄마도 아빠도 같이 놀아요.
용이:
너무 행복해요. 엄마 아빠가 집에 오고 우리를 찾아서 너무 좋아요.
다섯 식구
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온 동네에 퍼진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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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ng Sook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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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ng Sook Lee의 브런치입니다. 글밭에 글을 씁니다. 봄 여름을 이야기하고 가을과 겨울을 만납니다. 어제와 오늘을 쓰고 내일을 거둡니다. 작으나 소중함을 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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