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마음속에서 꽃피고 열매를 맺는다

by Chong Sook Lee



엄청 춥다. 한파도 이런 한파가 없을 정도로 춥다. 영하 34도로 체감 온도는 41도다. 집집마다 지붕에 있는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펑펑 나온다. 이렇게 추운 날은 창밖을 내다보기만 해도 추운 것 같은데 아무리 추워도 벽난로 앞에서 활활 타는 불을 보고 있으면 추위는 잊는다. 아무도 걷지 않는 동네는 한적하기 그지없고 어쩌다 지나가는 차들은 연기만 하얗게 뿌리고 간다. 11월 초에 많은 눈을 동반하고 겨울이 일찍 와서 놀랐고 온화한 날씨가 계속되어 가을이 다시 돌아와서 놀랐다. 불과 며칠 사이로 겨울과 가을이 오고 가서 겨울은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겨울은 잊지 않고 돌아왔다.


변덕 심한 날씨로 감기가 유행하여 코로나로 지친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지만 이제는 감기인지 코로나인지 알고 싶지도 않다. 코로나로 심하게 앓은 사람이 있고, 무증상으로 모르고 보낸 사람도 많다. 몇 번씩 걸린 사람도 있고, 한 번도 걸리지 않은 사람도 있다. 코로나의 정체를 알고 나름대로 철저히 대비한다고 해도 걸리는 사람은 피할 수 없다. 나 또한 지난 1월에 코로나에 걸려 한 달 동안 심하게 앓고 나서 다시 검사를 해보니 양성이라고 해서 두 번 걸린 셈이 되었지만 한 달 동안 잠재된 코로나 균이 조금 남아 있었기에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 별 걱정 없이 지냈다.


다행히 그 뒤로 건강해져서 일상을 되찾아 산책을 다니고 건강하게 지냈는데 여름에 후유증이 내 삶을 파고들었다. 갑자기 눈이 부어 응급실로 가서 검사를 해 보았지만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결과를 받았다. 부은 눈이 가라앉았지만 오른쪽 다리에 있는 복숭아뼈의 통증으로 말로 할 수 없는 심한 고통에 시달렸다. 발을 바닥에 디딜 수 없어 절룩거리며 검사를 했지만 뼈에는 이상이 없으니 통증이 가라앉을 동안 진통제를 복용하라는 의사의 말만 돌아왔다. 너무나 심한 통증으로 진통제를 먹고 복숭아 뼈 통증은 없어졌는데 어깨와 허리가 아프고 양쪽 엄지 손가락이 아파 오기 시작했다. 심한 통증으로 물건을 잡지 못하게 되고 무릎이 아파서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의사한테 가고 병원에 가기는 쉽지만 검사를 하고 약 처방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님을 알기에 주저하고 있다. 거기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마른기침이 심하게 나기 시작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며 시간을 보냈다. 누워있어도, 앉아 있어도 한없이 나오는 기침을 막을 길이 없고 혹시 모르는 염증이 있을지도 모르기에 항생제를 처방을 받아먹었다. 폐검사를 한 결과 천식이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심한 편이 아니라고 스프레이도 필요 없다는 의사의 소견으로 고통스럽게 기침을 하며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콧속이 마르면 호흡 시에 들이마시는 공기가 목으로 들어갈 때 목을 간지럽혀서 기침을 유발한다는 말을 들었다.


코에 기름을 바르고 바셀린을 바르고 시간 날 때마다 소금물로 입안을 소독하며 영양제를 꾸준히 먹었더니 극성스러운 기침이 서서히 멈추어 간다. 물론 아직도 아침저녁으로 하루에 몇 번씩 기침을 하지만 많이 나아졌다. 10여 년 전 기침 때문에 응급실까지 갔던 기억 때문에 겁이 많이 났는데 다행히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 같다. 지금은 무릎과 허리의 신경 통으로 고생을 하고 있지만 어느 날 괜찮아지리라 믿는다. 사람의 몸도 계절을 타는 것 같다. 사람은 아플 때 몸을 돌보게 되고 심신을 안정하고 다시 건강을 되찾게 된다. 앞으로만 가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지금껏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고 아픔이나 고통을 통해 배우며 산다.


의사의 소견으로는 지금껏 내게 온 모든 통증이 코로나 후유증이라고 하지만 오랫동안 방치한 몸이 하는 소리일 것이다. 면역성이 약해지며 숨어있던 통증이 한꺼번에 들고일어난 것이다. 몸이 아프면 만사가 귀찮고 삶의 재미를 잃어버린다. 이제 기침도 멎어가고 신경통도 덜해간다. 아픈 이유를 찾고 통증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 운동을 하다 보면 머지않아 건강한 몸과 마음을 되찾을 것이다. 겨울은 세상에 사는 모든 만물들에게 휴식을 주기 위함이다. 겨울을 살아가면서 바쁜 삶에서 여유를 찾고 천천히 사는 마음을 배우게 하는 것이다. 힘겨운 겨울이 있어 봄이 더 눈부시고 여름이 풍요롭고 가을이 아름답다.


겨울은 춥지만 봄을 준비하는 것이다. 몸이 아플 때 병을 낫게 하기 위해서는 의사의 진단을 통해 검사를 받고 치료를 하지만 충분한 긍정적인 마음 자세가 필요하다. 인생의 고개를 오르는 때가 있고 내려가는 시기가 있다. 뛰고 달려온 세월을 뒤돌아보며 앞으로 가는 길을 바라보게 된다. 지난 몇 개월 동안 나를 찾아온 통증으로 말미암아 통증을 대하는 자세를 배운다. 거의 모든 통증은 시작과 끝이 있고 머무를 때와 떠날 때가 있다. 생로병사의 의미를 배우며 살아간다. 오면 오게 하고, 가면 가나보다 하며 살아야 한다. 왜 왔는지, 언제 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의학과 과학이 발달하여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무궁무진한 자연의 힘이 있다.


빨갛게 타오르는 벽난로 안의 장작불을 바라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난다. 나의 인생의 겨울이 시작되었다. 다시 봄으로 돌아갈 수는 없고 피할 수 없기에 겨울을 즐겨야 한다. 봄을 기다리는 우리들 가슴속에서 봄은 꽃이 피고 열매를 맺으며 영원히 존재한다.


(그림: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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