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져서 오리들이 노는 호수가 얼고 바람이 심하게 분다. 철없는 아기 오리들은 바람이 불자 걸어가다가 힘없이 넘어지고 엄마 오리는 추워지는 날씨가 걱정스러워 하늘을 쳐다본다. 오리들의 대화가 이어진다.
얘들아. 날씨가 추워진다는데 어쩌지?
따뜻한 곳으로 가면 돼요.
이곳이 따뜻한 곳이라서 왔는데 이상기온으로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고 눈이 많이 온다는구나.
그럼 어떻게 해요?
나는 추운 게 제일 싫어요. 벌써 발이 시려요.
며칠만 참으면 되는데 아랫동네 계곡으로 내려가 보자. 그곳은 다른 곳보다 따뜻해서 아직 살만할 거야.
오리들이 낮은 계곡으로 내려간다.
여기는 괜찮아요. 물이 흘러 내려가고 물이 별로 차지 않아 견딜만해요.
다행이다. 이곳으로 오길 잘했다. 윗동네에 사는 친구들에게도 알려주고 올게 멀리 가지 말고 여기에서 놀고 있어라.
엄마 오리는 북쪽 골짜기에 있는 오리들을 찾아간다.
얘들아. 이곳은 너무 추워. 어서 서둘러서 아랫동네로 내려가야 해. 안 그러면 얼어 죽을 수도 있어.
어디로 가야 하니? 난 여기 온 지 얼마 안 돼서 이곳 지리를 잘 몰라. 따뜻한 곳이 있는 줄 몰랐어.
나를 따라오면 돼. 나는 이 동네에서 오래 살아서 어디가 따뜻한지 알아. 내려가다 보면 움푹 들어간 골짜기 아래에 겨울에도 얼지 않는 계곡이 있어.
정말? 잘 됐다. 추워진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얼른 가자. 우리 모두 다 같이 가도 되지?
그럼. 그곳은 나만 아는 곳이야.
아기오리는 엄마를 기다리며 헤엄을 치며 물속에 있는 작은 송사리들을 잡아먹기 바쁘다.
얘야. 잘 있었지? 지금 친구들이 여기로 오고 있어. 뭐 좀 먹었니?
네. 엄마. 여기는 맛있는 송사리들이 엄청 많아요.
잘됐다. 친구들과 나눠먹으며 재미있게 놀아라.
친구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어 계곡물로 들어가 헤엄을 친다.
어서 와라. 여기는 정말 따뜻하지?
그러게. 이렇게 가까운 곳에 이런 곳이 있는 것을 알려주어서 너무 고마워. 올 겨울엔 따뜻하게 지낼 수 있겠다. 지난해에 너무 추워서 올까 말까 하다가 왔는데 너를 만나서 정말 다행이야.
우리는 해마다 이곳에서 겨울을 나고 간단다.
식구들이 많아져서 멀리 가기 힘들어서 여기저기 찾아보았더니 이곳을 알게 되었어. 좋은 곳이지만 늑대집이 가까이에 있어. 밤에는 늑대가 어슬렁거리고 먹을 것을 찾으러 다녀.
어머나. 그럼 어쩌지?
밤에는 절대 밖으로 나오면 안 돼. 깊은 골짜기 옆에 푹 들어간 곳에서 조용히 있어야 해.
너무 무서워. 다시 윗동네로 갈까 봐.
아냐. 그럴 필요 없어 우리가 물속으로 들어가 있으면 잘 보이지 않아. 걱정하지 마.
오리들은 따뜻한 계곡에서 헤엄을 치며 배부르게 먹고 논다.
여기 오니까 너무 좋아. 바람도 불지 않고 물도 따뜻해. 우리 겨울동안 여기 있어도 되지?
그럼. 당연하지. 날씨가 추워지면 이곳으로 와.
여기는 봄여름은 시원하고 가을겨울에는 따뜻한 곳이야. 조금만 있으면 봄이 올 거야.
얘들아. 물을 따라서 가보자. 나뭇잎이 떠내려 가고 있어. 어디로 가는 걸까?
나뭇잎은 강물로 가는 거야. 그곳에 가면 먼저 간 친구들을 다 만날 수 있거든. 그곳에는 다른 곳에서 온 나뭇잎 친구들이 엄청 많아.
그러면 거기서 무엇을 하고 노는 거지?
그곳에서 겨울잠을 자고 땅에 스며들어 새싹이 나오는 것을 도와주는 거야.
응. 그렇구나. 우리는 다시 아까 있던 곳으로 가서 저녁을 먹자. 하루종일 바쁘게 움직여서 배도 고프고 피곤해.
계곡물을 따라 내려가던 오리들이 다시 올라오다 보니까 계곡옆에 토끼가 앉아 있다.
토끼야. 어디 갔다 오는 거니?
그냥 앉아 있는 거야. 친구가 어디로 갔는지 하루종일 안 보여서 혹시 여기에 왔나 하고 한번 와 본거야. 숲 속에 아무도 없어 심심해. 새들도 다람쥐들도 다들 무얼 하는지 꼼짝을 안 해.
그럼 우리와 놀면 되지. 너는 헤엄을 치지 못하니까 계곡옆에 앉아서 우리 노는 것을 구경해.
날씨가 춥지만 해가 나와서 그런대로 따뜻해.
양지쪽에는 아직 얼지 않은 풀들이 많으니까 먹고 있으면 다람쥐와 새가 돌아올 거야.
그래야겠다. 윗동네는 벌써 모든 것들이 얼어붙어서 먹을 게 없어. 어제 그곳에 사는 친구네 놀러 갔는데 싱싱한 풀이 없어서 마른 풀만 먹고 있더라.
엄마. 이리 와 봐요. 저 위에서 하얀 거품이 막 내려와요. 먹어도 되는 거예요?
글쎄. 무슨 일이지? 여태 그런 일이 없었는데 거품이라니? 약냄새도 나고 물도 더러워요. 아까 본 물과 달라요.
그래? 그러면 일단 물밖으로 나와있어.
물도 마시지 말고 송사리도 먹지 말고 얼른 나와라. 아무래도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 토끼와 잠깐 놀고 있어라. 내가 올라가 볼게.
혹시라도 누군가가 물을 더럽힌 물을 마시면 안 되기에 마음이 급해져서 오리는 성급하게 윗동네로 날아간다. 윗동네는 바람이 심하게 불뿐 아무런 일도 없다.
이상하지? 아무 이상도 없는데 물에서 거품이 나고 냄새가 나는 것 같았을까? 다시 내려가 봐야겠다.
오다가 보니 누군가가 아래쪽 물에 무언가를 쏟아붓는 것이 보인다.
우리가 사는 곳에 그런 더러운 물을 버리지 말아요.
송사리가 살고 우리가 헤엄치며 먹고 노는 곳이에요.
그 사람은 오리가 하는 말을 못 듣고 그 자리를 뜬다.
오리는 오리들이 이미 먹었을까 봐 걱정이 되어 급히 계곡으로 내려갔다.
얘들아. 다들 모여라.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야 해. 물에서 냄새가 나고 거품이 나서 윗동네에 가 보았더니 어떤 사람이 더러운 것을 물에 쏟고 갔어. 절대로 물을 마시면 안 돼. 이곳이 따뜻하지만 물이 더러우면 살 수가 없어. 다시 윗동네 꼭대기로 가야겠어. 춥지만 조금만 참고 겨울을 나도록 하자. 토끼는 어디로 갔니?
토끼는 다람쥐와 논다고 아까 숲으로 갔어요.
그 애들 한테도 물이 더럽다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걱정이다. 가는 길에 만났으면 좋겠다.
오리들은 다시 추운 곳으로 간다.
너무 추워요. 다시 그곳으로 가고 싶어요.
안돼. 그곳은 아주 위험해. 물을 잘못 먹으면 큰일 나. 오늘은 그런대로 별로 춥지 않으니까 견뎌 보자.
토끼가 껑충껑충 뛰어 온다.
오리야. 다람쥐가 그러는데 윗동네 계곡물에 어떤 사람이 더러운 것을 버리는 것을 봤대. 물을 마시지 말라고 하더라.
안 그래도 너에게 알려주려고 했어. 이상한 물이 내려와서 위로 올라가 보았는데 아무도 없었어. 그래서 계곡 중간쯤 내려오는 길에 어떤 사람이 계곡에 무언가를 쏟고 있더라고.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니까 냄새가 나는 더러운 물이더라.
내 그럴 줄 알았어. 요즘 물에서 나쁜 냄새가 나서 이상하게 생각했거든. 아무튼 우리가 안 이상 절대로 물을 마시면 안 돼. 오리들도 조심시키고 적당한 시기에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
맞아. 우리가 우리를 보호하지 않으면 안 돼.
사람들이 틈만 나면 우리를 잡아다가 먹는데 요즘엔 사람들 소리가 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계곡에서 마음 놓고 놀지도 못하는 이곳에서 더 이상 살지 못하겠어.
토끼야. 오리들 어디로 갔니?
윗동네 계곡으로 다시 돌아갔어.
내가 잘못 알고 너한테 이야기한 것 같아.
계곡옆에서 무언가 쏟아 버리던 사람은 나쁜 사람이 아니야. 알고 봤더니 물을 소독하는 사람이야. 숲 속에 사는 우리들이 좋은 물을 먹게 하기 위해 물을 검사하고 소독해주는 사람을 우리가 오해했어.
그래? 정말 고마운 사람이구나. 그것도 모르고 나쁜 사람인 줄 알았어. 자세히 알지 못하고 내가 큰 오해를 했네. 당장에 아랫동네로 다시 내려가야겠다. 얘들아. 다시 따뜻한 곳으로 가자.
오리들은 행복한 마음으로 따뜻한 계곡으로 내려가서 신나게 헤엄을 치고 논다. 토끼와 다람쥐도 오리들이 다시 와서 너무 좋아하며 숲으로 가는 발길이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