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는... 세상을 돌아다니며 돕는다

by Chong Sook Lee



살다 보면 우연히 천사를 만난다. 갑자기 차가 눈 속에 빠졌거나 사고가 나면 황당하다. 멀쩡하게 잘 가던 차가 정지하면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경험을 한다. 며칠 전, 아주 추운 날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외출했다. 밖의 온도가 너무 추워서 인지 창문이 얼어붙어 녹지 않았다. 시간은 여유가 있었지만 먼 거리를 가야 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출발을 했다. 30분이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는 길인데 엉뚱한 길로 들어선 것 같아 더 늦기 전에 차를 돌리려는 순간, 차가 미끄러져 다시 차를 뒤로 뺏다가 앞으로 나가려고 하는 순간 뒷바퀴가 눈 속에 깊이 빠졌다. 차는 삐딱하게 옆으로 빠져서 간신히 문을 열고 나왔는데 낭떠러지 옆에 비스듬히 빠져있는 차를 보니 한심한 생각만 들었다. 날씨는 영하 40도에 지나가는 차들이 없는 외딴 시골길에서 차가 빠졌으니 일단 서비스 회사에 전화를 해야 한다. 문제는 날이 너무 춥다 보니 이런 사고가 많아서 서비스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 48시간이 넘는다고 한다. 그래도 일단 전화를 해야 해결을 보기 때문에 전화를 하는데 계속 기다리라는 녹음소리만 들릴 뿐 아무와도 연결이 되지 않았다. 때마침 지나가는 차가 서서 사정 이야기 하는데 그 뒤로 트럭 한 대가 나타나서 곧바로 우리 차 앞에 세운다. 운전자가 나와서 사정 이야기를 하기도 전에 자기가 차를 꺼내주겠다고 솔선수범하며 차에서 커다란 밧줄을 꺼낸다. 남편이 차 밑으로 기어 들어가서 밧줄을 연결하고 트럭 뒤쪽에 한쪽을 연결하고 끌어 보려고 하는데 차가 너무 깊이 빠져 끌어내지지 않는다. 날씨는 무섭게 춥다. 지나가는 차가 또 선다. 밖에 서서 떨고 있는 나를 태우고 바로 옆에 있는 자기 집으로 가서 남편에게 사정이야기를 한다. 그녀의 남편이 큰 트럭이 있어 도와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일단 차가 빠진 곳으로 다시 가서 보니 트럭 운전자는 밧줄을 다시 정비하고 차를 빼놓은 것이 보인다. 순식간에 큰일을 당할 뻔했지만 천사의 도움으로 우리는 차를 돌려 안전하게 장례식에 참석할 수 있었다. 어디서부터 문제가 있었나 생각을 해 본다. 왜 이런 문제가 생겼을까 꼼꼼하게 생각해보니 답이 나온다. 날씨가 너무 추우니까 집에서 자동으로 시동을 걸었는데 시간이 되어 시동이 꺼졌다. 차를 타고 숨을 쉬니까 유리창에 습기가 차서 그대로 얼어붙어서 잘 보이지 않는데 날씨가 추워서 그런가 보다 하고 잘 보이지 않는 상태로 길을 가다 보니 잘못 들어온 것을 알고 차를 돌리려다 차가 미끄러지면서 눈 속에 빠지게 된 것임을 알게 되었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유리창이 얼은 것이라고 생각하며 얼은 유리창을 손가락으로 긁어가며 갔는데 한번 얼은 유리창은 쉽게 녹지 않고 점점 더 얼어붙었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길을 찾아가기 위해 차를 돌린 것이 잘못되어 미끄러졌고 얼어붙은 길에서 빠진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날씨 탓으로 돌리고 길을 찾아서 장례식에 잘 참석은 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황당하기만 하다. 여러 번 갔던 장례식장인데 어쩌자고 길을 잘못 들어간 것인지 아직도 알 수 없는데 분명히 무언가 착각하고 간 것이 사실이다. 살면서 우리는 안다고 생각하는 것만 믿고 행동한다. 내비게이션에 주소만 찍으면 어디나 데려다주는 세상인데 아는 곳이라고 기억으로 간 것까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이라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세상에 아는 길도 물어가라고 했는데 추운 날씨에 먼 길을 가기 전에 준비부족으로 생긴 일이다. 물론 더 큰 사고 없이 지나가는 천사를 만나서 차를 뺄 수 있어서 다행이지만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사람일이라는 말이 실감 나는 날이었다. 며칠이 지난 지금도 그 일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차가 빠졌는데 서비스 회사와는 연결이 안 되는 막연한 상황에 생판 모르는 지나가던 차가 서서 도움을 주었다. 그것도 두 팔 걷고 적극적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며 분명 살아있는 천사의 모습이었다. 생전 만난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타인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그의 선행에 나는 다시 나 자신을 생각해 본다. 힘들고 어려운 이웃을 얼마나 생각하고 살아왔는지 되돌아보니 참으로 이기적인 삶을 살고 있다. 날이 춥지 않아도 하기 힘든 일을 혹한의 날씨에 아무런 망설임 없이 도움을 준 그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다시 만나도 알아볼 수 없는 사람이지만 보답하는 길은 나도 그처럼 누군가에게 도움의 손길이 되는 것이다. 유난히 춥고 눈이 많이 오는 이곳의 겨울에는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사고가 잦다. 내가 잘 사는 것도 좋지만 주위를 도우며 사는 삶은 아름답다. 도움을 주고받으며 사는 게 인생이지만 막상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내가 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하겠지 하며 빠져나가고 모른 체하는 경우가 많다. 이민 초기에는 누구나 힘든 경험을 하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는 것이 일상이었다. 아는 사람 별로 없는 타국에서의 생활은 상상외로 힘들기 때문에 내 일처럼 발 벗고 나서며 살아왔다. 서로 돕고 살다 보면 세월 따라 자리를 잡고 어려울 때 도와준 사람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가슴에 지니고 산다. 며칠 전에 도움을 받은 사람을 다시 만날 수는 없지만 그와 같은 처지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우며 살면 보답을 하는 것이다. 그분이 그곳을 지나가지 않았으면 우리는 추운 날씨에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니 한없이 고맙다. 집으로 가는 길에 남편과 함께 더 큰 사고 없이 일이 잘 마무리되어 다행이라 고 서로를 위로한다. 사고와 사건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세상이지만 아직 살만한 세상이다. 살아있는 천사들은 세상 곳곳을 바쁘게 돌아다니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는다.



(이미지출처: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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