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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Mar 25. 2020

욕심… 이제 그만 내려놓자


이런 봄을 기다립니다.(그림:이종숙)


살면서 자신도 모르게 생기는 것은 마음의 욕심이다. 인생사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지만 원하는 것이 많다 보면 힘들다. 어제 오후에 비 같은 눈이 오는 것을 보며 아직도 내릴 눈이 있는지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이 잔뜩 흐려 있어 뭐라도 올 것 같았는데 밤새 눈이 많이 와서 세상이 온통 하얗게 변했다. 군데군데 눈이 녹아 가을이 남기고 간 지저분한 모습들이 보여 더러운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눈으로 덮으니 깨끗하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나의 기다림이라는 욕심이 다. 하늘은 하늘의 계획이 있는데 내가 눈이 그만 왔으면 원하며 자신을 괴롭힌다. 올 테면 와라 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 차가 더러워 차를 닦으면 비가 오는 것은 누구나 경험해 봤을 것이다. 하지만 비가 오는 것이 무서워서 더러운 차를 운전하고 다니고 싶지 않다.

특히 요즘은 날씨가 변덕을 부리니 차가 쉽게 더러워진다. 차 닦고 집에 오는 길에 눈 녹은 흙탕물로 차는 이미 더러워진다. 약이 오르고 돈이 아까울 지경이다. 더러운 차 때문에 옷이 더러워져서  할 수 없이 세차를 했는데 그렇다. 욕심 같아서는 날씨가 계속 좋기를 원하지만 그것 또한 큰일이다. 눈도 오고 비도 오고 바람도 불어야 세상이 돌아가는데 만약에 좋은 날씨만 계속된다면 세상의 모든 것들은 말라죽을 것이다. 자연은 자연의 할 일이 있다. 계절의 순환과 날씨의 변화는 우리의 힘으로 할 수 없다. 인간은 지구를 더럽히고 훼손하며 살아왔다. 플라스틱이 처음 나왔을 때  참으로  경이로웠다. 싸고 가볍고 예쁘고 깨지지 않는 물건들을 사서 곳곳에 놓고 사용했다. 지금에 와서 그 물건이 인류의 적이 되라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이것 또한 인간의 욕심으로 빚어진 불행이다. 인류의 발전을 위하여 연구한 것들이 우리를 편하게도 하지만 우리를 지배한다.

욕심은 그렇게 사람을 병들게 하고 불행하게 한다. 되지 않는 것을 원하고 가질 수 없는 것을 탐하며 큰 것을 욕심 낸다. 일을 하지 않고 승진을 원하고 작은 돈으로 복권되어 큰 부자가 되기를 원한다. 노름으로 일확천금을 꿈꾸고 좋은 물건을 싸게 사기를 원한다. 해서는 안되는 것을 하고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간다.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한데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서 우울하고 실망하고 절망한다. 모두 자신이 만들어 놓은 욕심이라는 함정에 빠진 비참한 결과인 줄 모르고 세상을 원망한다.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다. 노력해도 뜻대로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다. 나는 괜찮을 거라는 오산이 신세를 망치고 사회를 병들게 한다. 법이 존재하고 처벌이 뒤 따르는 이유다.

쉬고싶어 누운 나무위에 눈이 소복히 쌓여있다.(사진:이종숙)

세상이 어수선해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좀처럼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날마다 늘어나는 확진자와 사망자들의 숫자로 사람 들은 할 말을 잃었다.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봉쇄하며 전염병과 싸우지만 조금도 수 그러 들지 않는다. 외출과 모임을 자제하고 있고 아예 금지령을 내린 국가도 있다. 아이들과 재택근무를 해야 하는 부모들은 지쳐가고 있다. 어린이집에서 전문인들이 돌봐주던 아이들을 집에서 일을 하면서 보게 되었으니 애나 어른이나 낯설다. 열심히 돈 벌어서 한 달에 얼마씩 내면 아이들을 맡기는 값이 엄청나다. 그 돈을 벌기 위해 어른들은 아침마다 아이들을 짐짝처럼 데려다 놓고 일하러 간다. 아이들은 여러 아이들과 놀고 음식을 먹으며 나름대로 사회생활을 배운다.

아이들은  아침에 부모 곁을 떠나 사회를 배우고 저녁에는 부모들과 서로를 알아가며 자란다. 그래도 보내는 시간의 비율은 선생님과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부모들과 함께하는 시간보다 많다 보 니 서로에 대해서 많이 알지 못한 채 성장한다. 학교를 가고 각자의 생활을 하다 보면 어느새 사춘기를 지나 청년이 되어 학교를 졸업한다. 20년을 부모와 함께 생활한다 해도 시간상으로 따지면 몇 년에 불과한 시간이다. 이제 와서 지난 세월을 생각하니 아이들 한테 더 많이 해주지 못한 채 세월이 간 것 같다. 동년배 친구들과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면 그들도 마찬가지로 후회를 한다. 돈 벌기에 급급해서 얼굴 한번 제대로 못 보며 헐레벌떡거리고 살아온 날들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사람이 돈을 벌어서 식구들하고 잘 살려고 버는 것인데  어찌 보면 돈을 벌어서 애들 맡기고 빚 얻어서 큰집에 살고 카드로 여행하고 갔다 와서 빚 갚고 하느라 식구들끼리 함께 하는 시간은 별로 없다. 주위 사람들이 하니 해보고 싶고 안 하면 뒤쳐지는 것 같아서 따라 하다 보면 어느새 나이는 들어가고 아이들은 장성하여 집을 떠난다. 열심히 살아온 날들은 젊음을 가져갔고 남은 것은 백발과 굽은 어깨뿐인데 그제야 시간이 있다한들 누구하고 놀 것인가? 남아 있는 것은 이미 다들 떠나 버린 오늘의 외로움뿐인 것이다. 그 옛날의 나처럼  아이들은 그들의 삶 속에서 허우적대며 하루를 살아간다. 그 속에서 무엇을 잃어버리고 사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위기는 기회라고 말한다. 살면서 갑자기 오는 위기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을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아이들 하고 재택근무를 한다는 것은 엄청 힘들다. 하지만 고통 없이 이룰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부모 자식 간에 그동안 주지 못했던 관심을 주며 사랑하고 떨어져 있으면서 그리워하던 마음을 표현하며 살 기회가 생겼다. 어서 빨리 학교와 어린이집이 문을 열기를 원하겠지만 그것은 욕심일 뿐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지금 상태로는  몇 주가 걸릴지 몇 달이 걸릴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 받아들여야 한다. 아이들도 학교나 어린이집이 아닌 집에서 부모랑 같이 있는 것이 마냥 좋을 수만은 없다. 아이들도 그들 나름대로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건 마찬가지다. 선생님도 보고 싶고 친구들과 놀고 싶을 것이다.

그래도 아이들은 참는다. 언제가 되든 때가 되면 다시 학교로 돌아갈 것을 안다. 어른들처럼 안달하지 않는다. 그들은 어른들처럼 욕심이 없기 때문이다. 하고 싶지만 안 되는 것을 알고 가고 싶지만 못 가는 것을 알고 적응한다. 물론 어른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걱정을 하지만 걱정한다고 해결은 안 된다. 이제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아이들을 보면서 재택근무를 하는 당사자가 아니라서가 아니다. 혼자만 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걸어가는 지금의 상황이다. 계획하고 노력하면 못 할 일이 없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들인데 이것이 기회라 생각하며 많이 안아주고 많이 사랑해주면 좋겠다.

누구나 쉽게 벌어서 편하게 살고 싶다. 멋지고 아름답게 살고 싶고 자식들도 다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같다. 이런 상황이 오래간다 해도 받아들이며 현실에 순응해야 한다. 하루하루가 힘든 지금 같은 위중한 시간에 아프지 않고 식구들끼리 오손 도손 함께 있을 수 있으니 하늘이 준 커다란 축복임이 확실하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이 되어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고 있지만 어쩌면 식구를 한 덩어리로 뭉치게 하고 있다. 아침에 헤어졌다 저녁에 만나 잠자고 또다시 헤어졌던 날들보다 얼마나 좋은가?  자꾸 보고 또 봐도 더욱 보고 싶은 아이들이다. 하고 싶고 갖고 싶은 욕심을 버릴 때 우리는 더 행복하다.

계곡이 녹아 얼음섬이 둥둥 떠 다닌다. (사진: 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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