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눈... 춤추는 인생

by Chong Sook Lee



눈이 온다.

함박눈이 공중에서 춤을 추며 쏟아진다.

눈앞이 보이지 않는다.

어디에 이 많은 눈이 숨어 있던 것인지 모르겠다.

어제만 해도 이대로 봄이 오는가 할 정도로

포근하던 날씨가 갑자기 마음을 바꾸었다.

눈이 녹아서 지저분하던 세상은

새로 내리는 눈으로 하얗다.

걸어가는 발길에 쌓여있는 눈이 부스스 날린다.

아무도 걷지 않은 순백의 눈길이다.

계곡에 물 흐르는 소리가 정겹게 들리고

우리를 마중 나온 다람쥐가

나무를 오르내리며 인사를 한다.

눈이 와서 나올까 말까 망설였는데

나와보니 정말 좋다

그리 춥지도 않고 숲 속이라

눈이 나무에 먼저 앉아

지나가는 우리를 내려다본다.

구름은 눈을 잔뜩 안고 있다.

하늘인지 땅인지 모르게 천지가 동색이다.

길이 울퉁불퉁하여 비틀거리며 걷는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발을 삐끗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조심조심 걷는다.

아프면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음을 알기에

하루하루 조심하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늙어간다는 의미일 것이다.

지난 세월을 생각해 보면 참으로 무모하게 살았다.

생각도, 계산도 없이 하루하루 겁 없이 살아왔다.

지나고 보니 모든 것이 젊음의 특권인 것 같다.

그때는 최선의 삶을 산다고 살았는데

지나고 보니 정말로 철없던 시절이다.

세월이 가면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으로 남을까 의문이다.

어쩌면 여전히 철없고 무모할지도 모른다.

하루하루 덤벙대며 살다가

큰코다치지 않으려면

정신 차려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눈보라가 심하게 몰아쳐서

나무에 쌓여있던 눈이 떨어진다.

머리로 어깨로 떨어진 눈들이 발 앞에 떨어진다.

며칠 전만 해도 꽁꽁 얼어서 걸었던 계곡이

다 녹아 있는 것이 신기하다.

어쩌면 봄은 계곡에서 시작하는 것 같다.

물이 흐르는 계곡이 마음을 포근하게 한다.

계곡옆에 서있는 나무들이 계곡에 빠진 듯 누워있다.

세상에 태어난 모든 것은

무엇이 되었던 살다 가는 것은 똑같다..

하루살이나 인간이나

살다가 가는 것은 다르지 않다.

지구상에 태어나 가장 오래 사는 것은

무엇일까 알고 싶어 진다.

무엇으로 태어났던

왔다 가는 것은 같은 것인데

인간으로 태어났다고

우월감을 가질 이유는 없는 것 같다.

애완동물과 소통하는 사람들을 보면

인간과 다르지 않음을 본다.

코끼리 보호지에서 코끼리를 돌보며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

동물이라도 자식이고 친구고 가족이다.

단지 다르게 태어났다는 것뿐이다.

물과 산과 나무와 바람과 구름이

인간과 다르지 않다.

세상은 돌고 돌아 어딘가에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난다.

기쁨과 슬픔이 얽히고설키고

고통과 희열이 사람을 살게 하고

자연을 이끌어준다.

눈이 천천히 날린다.

앞이 보이지 않도록 휘날리던 눈이

잠시 멈추고 조용히 땅으로 떨어진다.

나는 이렇게 오늘을 살고 내일을 맞는다.

세월이 너무 짧다고 하는 사람이나

하루가 너무 길다고 투정하며

힘들게 사는 사람이나 공평한 세월이다.

눈이 세상을 덮듯이

행복과 불행은 누구나에게 공평하게 분배된다.

춤추는 눈처럼 우리네 인생도 춤추듯 살아진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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