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꾼으로 산 하루

by Chong Sook Lee



날씨가 변덕이 심하다.

어제는 눈을 사정없이 퍼붓고

오늘은 눈은 안 오는데 무척 춥다.

체감온도가 영하 29도나 된다고 하니

밖에 나갈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집안에서 보이는 바깥은 바람도 없고 평화롭다.

어제 내린 눈이 나무 위에 얌전하게 앉아서

따스한 햇볕을 기다리는데

구름이 햇볕을 숨겨놓고 곁을 내주지 않는다.

춥지만 바람이 없어 다행인데

하루종일 무엇을 하고 시간을 보낼까 고민 중이다.

할 일은 많은데 하기 싫고

해야 할 일은 언제 하려는지 매일 미루고 산다.

내일이 없으면 어쩌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세상일이란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니고

갑자기 생기는데 내일을 믿고 있다가

내일을 못 만날 수도 있다.

눈이 많이 올 줄 몰랐듯이

오늘 이렇게 추울 줄 몰랐다.

날씨가 추워진다 고 해도 그런가 보다 했다.

추우면 추운 대로 어찌 되겠지 하며

자고 일어났는데 역시 춥다.

세상 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말을 듣는다.

가진 것이 너무 많아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사람이 있고

끼니가 없는 사람이 있다.

어느 사람이 먹을 것이 없어

물을 마시며 감사기도를 했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인간이 가져야 할 기본이 없다면 참으로 불행이다.

세상은 좋아졌는데 먹고 입을 게 없고

살 곳이 없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나라마다 노숙인들의 증가로 골머리를 앓는다.

가진이들의 삶은 더욱 윤택해지고

없는 이들의 삶은 나날이 비참해진다.

가난은 나라도 구제할 수 없다는 말처럼

세상이 변하고 발전해도 개인의 삶을 책임질 수 없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가난을 면치 못하는 사람이 있고

적당히 살아도 하는 일마다 잘 풀리는 사람이 있다.

행과 불행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도 하고

천지 차이라고도 한다.

없는 사람은 지금을 살기 위해 몸부림치고

선택권이 없는 반면에,

있는 사람은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많은 선택권이 주어 진다.

주어진 운명대로 살아야 한다는 말이 생각난다.

세계는 매일 몸살을 앓는다.

전염병이 서서히 물러가고

코로나는 계절성 독감으로 취급한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코로나에 걸려 많은 사람들이 앓고 사망했다.

세계 경제가 곤두박질치고

재택근무라는 새로운 사회 시스템이 생겨났다.

아파도 개근상을 타기 위해 학교를 갔는데

지금은 안된다.

아프면 꼼짝 말고 집에 있어야 한다.

옆에 가까이 가는 것도 안되고

안전거리를 지키며 살아야 한다.

반가워서 손을 잡고 악수를 하고

서로를 포옹하는 시대는 사라져 간다.

전화가 있어도 통화는 여간 해서 안 하고

메시지로 안부를 주고받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통화를 하고 싶으면

통화가 가능한지 물어보고 전화를 건다.

전화가 오긴 오는데 거의 사기성 전화다.

사람들은 사생활을 방해받고 싶지 않다고

자신만의 굴속에서 머문다.

혼자 먹고 혼자 즐기며 살다 보니

혼자가 편해서 혼자만의 생활 속에 살아간다.

아이 하나를 기르는 것은

부모만의 일이 아니다.

형제와 이웃과 친구를 비롯하여

모두의 힘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혼자 자라면 혼자밖에 모른다.

남을 모르는 인격체는 불완전한 반쪽짜리 다.

전쟁통에 세상에 나온 베이비 부머들이 나이 들어간다.

그들의 후손들은 자손을 낳지 않는 현실이다.

살기 좋은 만큼 아이를 기르기가 너무 힘든 세상이다.

먹이고 입힐 것이 없고

교육을 가르칠 수 없던 시절에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던 모습은 없다.

혼자를 위해 살고 혼자만 행복하면 된다는 사고방식이다.

햇살은 따스해 보이는데 바람은 차다.

오늘은 구경꾼 노릇을 하며 하루를 보내야겠다.

지붕에 쌓인 눈을 보고, 나무에 앉은 눈을 보고,

지나가는 차를 본다.

각자의 할 일을 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처럼

자연도 열심히 할 일을 한다.

어느새 나무에 움이 많이 자라서

금방이라도 터질 듯 봄을 준비한다.

겨울은 겨울이 아니고 봄을 품고 봄을 향한다.

보이지 않는 봄이 저만치서 달려온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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