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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Mar 30. 2020

걱정... 밀쳐내지 말고 끌어안아주자




오르막길 뒤에는 내리막길이 있지요.(사진:이종숙)



걱정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도 살다 보면 안 할 수가 없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아플까 봐 위험한 장난 하다가 다칠까 봐로 시작해서 잠시도 애들한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지금은 아이들이 다 컸는데도 이런저런 걱정을 한다. 걱정이라는 것이 오지 말라고 해도 내 머릿속으로 들어와 가라고 해도 떠나지 않는다. 단기 투숙도 아니고 장기투숙을 하며 이리저리 휘젓고 다니며 괴롭힌다. 한번 들어온 걱정이라는  손님은 가라 해도 안 가고 오지 말라고 해도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온다. 초대도 안 했는데 무조건 쳐들어오고 한번 들어오면 머릿속에 자리 잡고 가슴을 짓누르며 꼼짝 않고 버틴다.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며 살며시 왔다가 슬그머니 가버린다.

걱정이란 손님이 갑자기 들어와서 사람을 힘들게 하며 시름시름 앓게 만들고 야금야금 말린다. 한 군데에 있지 않고 이 사람 저 사람 옮겨 다니며 괴롭힌다. 싫다 해도 밀쳐내도 막무가내다.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인사도 없이 사라진다. 불안과 두려움을 동반하며 생각을 어지럽히고 우울하게 만든다. 사람 사는 인생살이에 걱정도 없으면 무슨 재미로 사느냐 하겠지만 걱정이라는 것이 한번 시작하면 쉽게 떨쳐내기가 어렵다. 생각이 생각을 쫓아다니며 한없이 커진다. 하지 않으려 하면 잠시 죽은 척하고 가만있다가 더 커다란 덩어리가 되어 다시 나타난다. 인간은 나쁜 방향으로 생각하기를 좋아해 혼자서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하며 괴로워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좋아서 하는 것도 아닌데 걱정의 구덩으로 빠져서 허우적거린다. 오지도 않는 일들까지 걱정을 하며 자신을 괴롭힌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크게 만들고 없는 일을 있으리라 생각하며 힘들어한다. 하지 말라해도 하게 되고 괜한 걱정으로 잠을 설친다. 하나부터 열까지 의심하며 생각의 강을 허우적대며 빠져든다. 인간은 누구나 걱정이라는 손님을 맞고 보내지만 아무 때나 시도 때도 없이 오는 걱정을 막을 수가 없다. 어쩌면 우리는 마음의 문은 닫아놓고 걱정이 들어오는 문은 항상 열어놓고 사는지도 모른다. 행복하면 불행 해질까 봐 걱정이고 불행하면 그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까 봐 걱정을 한다. 뜻대로 되지 않기에, 욕심대로 안되기에 걱정을 하는 것이다.


세상만사 흘러가는 대로 살면 될 텐데 세상을 마음대로 하려 하니 걱정이 생긴다. 갖고 있는 것으로도 살아가는데 더 많은 것을 원하고 더 좋은 것을 갖기 위해 걱정을 한다. 걱정은 걱정일 뿐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많아도 걱정, 없어도 걱정 그야말로 걱정도 팔자라는 말이 맞다. 나 역시 이만큼 살아오는 동안 누구 못지않게 걱정을 많이 한 사람이다. 식당을 할 때는 장사가 안될까 봐  또는 손님이 떨어질까 봐 노심초사하며 시간을 보낸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 걱정이 도움이 되지 않고 사람만 지치게 만든다는 것을 느꼈다. 장사가 잘되고 안되고는 날씨가 좋고 나쁘고 와 다를 바 없다. 되는 날은 너무 바빠서  일하다가 힘들어서 죽을까 봐 걱정하고 안될 때는 이러다 망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을 했다.


걱정은 그냥 걱정일 뿐 그중에  많은 일들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날씨가 흐려도 살고 맑아도 우리는 살아간다. 오늘 흐리면 내일 맑을 것이고  오늘 맑으면 또 내일은 흐릴 것이다. 지금 처해있는 상황이 나쁘다고 아니면 좋다고 영원한 것은 아니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인생은 새옹지마라고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자리바꿈을 하며 사람을 살게 한다. 쓰러질 듯하다가도 다시 일어서고 잘 나가가다가도 쓰러지는 경우도 많다. 언제 이 상황에서 벗어날 것인가 하는 걱정을 하지만 때가 되면 끝이 난다. 우리의 걱정과는 상관없이 인생의 롤러코스트는 오르락내리락한다. 바닥을 치고 하늘을 오르며 희망과 절망을 갈아타며 살아간다.


걱정이 없다면 좋겠지만 걱정 없이 산다면 기쁨도 환희도 없을 것이다. 어딘가 몸이 아프면 큰 병이 아닌가 하고 인터넷을 찾아보며 걱정을 키운다. 조기발견이 중요하다 하지만 긁어 부스럼 만들 수도 있다. 나이가 들면 여기저기 약해지고 기능도 떨어진다. 무심했다가 병을 키울 수도 있지만 밥 잘 먹고 잠 잘자면  대충 괜찮은 것 아니겠나? 웬만한 통증은 잠자고 나면 없어진다. 예민하게 생각하고 지나치게 걱정을 하면 오히려 몸에 해가 될지도 모른다. 옛말에 "모르는 게 약이다." 하는 말처럼 때로는  무심하게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되기도 한다. 피부도 조금 가렵다고 자꾸 심하게 긁으면 상처가 생기고 염증도 생겨 결국엔 수술도 하게 되고  상처도 남는다.


아무것도 아닌 작은 일도 걱정을 하기 시작하면 걱정이 커진다. 밤잠을 설치고 밥맛도 식욕도 없어지며 건강을 해치게 된다. 우리가 하는 일상의 걱정은 이거  아니면 저거 식으로 특별히 생명에 관계되는 일이 별로 없다. 물건이 여유롭게 많이 있으면 마음이 편할 것 같지만 또 다른 걱정이 발목을 잡는다. 하나가 해결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기고  더 이상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살다 보면 생각지 못했던 여러 가지 일들이 생긴다. 이제 다 됐다 생각하면 또 다른 사건이 터지고 사람들은 걱정에 잠을 못 잔다. 이것만 해결되면 좋겠다고 생각되지만 끝없이 생겨나는 문제를 막을 수 없다. 인생 고개의 끝은 어디쯤일까?


내려가다 보면 오르막길이 앞에서 기다리고 평지를 걷다 보면 자갈길이 보인다.  다 왔나 하면 갈길이 멀고 넓은 길인가 하면 좁고 긴 길이 기다린다. 산으로 가다 보면 바다가 보이고 절벽과 계곡을 만난다. 흐르는 물을 만나고 웅덩이를 본다. 갈라진 마른땅이 보이고 질척 거리는 진흙에 빠지기도 한다. 모래인 줄 모르고 성을 쌓다가 파도가 밀려와 쓸어가 버린다. 걱정 속에 살고 걱정 때문에 사는 우리네 인생에 걱정조차 없으면 심심할지 모른다. 걱정은 어쩌면 단순한 걱정이 아니고 오지 않은 내일에 대한 계획일지도 모르고 지나간 어제에 대한 미련 인지도 모른다. 걱정하지 않겠다고 살겠다고 결심을 하지만 마음대로 안될까 봐 또 걱정하는 우리네 아닌가? 걱정을 밀쳐낼 것이 아니고 걱정을  안아주자.

걱정... 밀쳐내지 말고 끌어안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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