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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의 하루

by Chong Sook Lee



갈매기 로이와 제이는 아주 친한 친구다.


로이야. 오늘 날씨가 엄청 좋다. 공원에 나가서 놀자. 공원에 가면 나무도 많고 사람들도 많아서 먹을 것도 많이 먹을 수 있을 거야.

그러자 제이야. 안 그래도 오늘 하루종일 무얼 하며 하루를 보낼까 생각했는데 공원에 가서 실컷 놀자.

준비할 것 없이 그냥 공원으로 가자 로이야.


산을 넘고 차들이 다니는 도로에 왔다. 며칠 전 친구가 땅에 떨어진 음식을 먹다가 달리는 차에 치어 죽은 곳이다. 죽은 친구 생각에 로이와 제이는 슬펐지만 곧바로 공원으로 향해 날아간다. 바다 옆에 있는 공원에는 이미 많은 친구들이 와서 놀고 있다.


얘들아. 너희들 일찍 왔구나?

어서 와라. 안 그래도 너희들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반갑다.

오는 길에 찻길에서 지난번에 죽은 친구 생각을 하며 오는 길이야.

정말 안 됐어. 운전수도 모르고 그랬겠지만 하필 그때 길거리에서 음식을 먹다가 생죽음을 당할 줄이야.

새 먹이 주는 아줌마가 어딘가 있을 텐데 너희들 아직 못 봤니?

조금 전에 나무 아래로 걸어가는 것을 보았는데 어디 있는지 찾아보자.

오늘은 무엇을 가져왔을지 궁금하네.

그 아줌마는 매일매일 다른 것을 많이 주어서 배불리 먹을 수 있어.

맞아. 그 아줌마가 인심이 제일 좋아.

다른 아줌마도 몇이 더 있는데 음식이 시원찮아서

배가 고파.

저기 아줌마가 보인다.

커다란 아카시아 나무 아래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잖아.

그러게. 새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있어.

우리도 빨리 거기로 가보자


로이와 제이는 친구와 함께 새 먹이 주는 아줌마에게 급히 날아간다.

마침 점심때라서 배가 엄청이 고픈데 맛있는 음식을 먹을 생각을 하니 입안에 침이 고인다.


새들아. 안녕? 잘 들 있었니?

내가 얼른 가방에서 먹을 것을 꺼낼 테니 잠시 기다려라.


아줌마는 자리를 깔고 앉아서 가방 속에 싸가지고 온 먹이를 꺼낸다. 새들이 난리가 났다. 매일 같은 시간에 공원에 와서 맛있는 먹이를 주기 때문에 새들은 늘 새 먹이 주는 그녀를 기다린다.



새 먹이를 한주먹 던져 주자 새들이 모여든다.


얘들아. 배고프지? 어서 맛있게 먹어라. 오늘은 아저씨가 출장을 가는 날이라 이것저것 준비하다 보니 아침 내내 바빴단다. 서둘러서 왔지만 너희들 음식은 충분히 가져왔으니 천천히 많이 먹어라.


새들은 그녀의 머리로, 얼굴로 날아다니며 고맙다고 한다. 손에 앉아 있기도 하고 그녀의 주위에 앉아 그녀가 주는 음식을 맛있게 먹는다.


로이야. 많이 먹었으면 그만 가자.

응. 제이야, 배 터지게 먹었어.

어제저녁을 굶었더니 배가 너무 고파서 정신없이 먹다 보니 너무 과식했나 봐.

나도 그래. 이제 바다 위로 날아다니며 운동하자.

그거 좋은 생각이지. 요즘 게을러져서 통 운동을 못해서 살이 엄청 쳤거든.

그래 어서 바다로 가자.


로이야. 휴가온 사람들이 엄청 많지?

그러게 말이야. 바닷가에 사람들이 모여서 수영도 하고 누워서 잠도 자고 있어.

우리 저 멀리 바다 한가운데로 날아가 보자.

응. 저기 보이는 커다란 배에 사람들이 많이 탔는데 가 보자.


로이와 제이가 바다 끝까지 날아간다.

배 위에서 많은 사람들이 서서 바다를 보며 이야기를 한다. 갑판 위에 고양이 한 마리가 보인다.


야옹아. 너 혼자 뭐 하고 있니? 친구가 없어서 심심하구나? 우리는 저기 멀리서 왔는데 우리와 함께 놀자.


그럴까? 이곳은 나와 놀 친구들이 없어서 심심했는데 잘됐다. 이쪽으로 오면 지하실로 가는 층계옆에 내 방이 있는데 창문이 열려 있으니까 너희들이 놀기 좋을 거야.


고양이 방에는 장난감이 많이 있어서 제이와 로이가 편히 쉴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아무도 들어오지 않고 배도 불러서 잠시 눈을 붙이고 잠을 자고 싶다. 먼 여행을 했더니 피곤했지만 창문으로 보는 바다는 정말 아름다웠다. 바다를 보기 위해 날개를 쉬지 않고 움직여야 하는데 가만히 보고 있으니 더없이 좋다.


고양이야. 너는 좋겠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멋진 바다를 보며 사람들이 주는 밥을 편하게 받아먹으면 되잖아.


그것도 하루틀이지. 우리 주인은 6달 동안 배를 타고 다니는데 어떤 때는 지겹기도 해. 땅이 얼마나 밟고 싶은지 몰라.


그래? 우리는 날개가 있어서 가고 싶은 대로 갈 수 있어. 바다에서 날다가 육지로 가서 땅을 밟고 걸어 다니고 배가 고프면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아먹기도 하지.


나는 너희들이 부럽다. 배생활은 그야말로 감방생활이야. 먹을 것은 넘치지만 땅이 그리워.


그런 문제가 있었구나. 우리는 네가 편하게 살 수 있어서 좋은 줄 알았는데 너 나름대로 고충이 많이 있구나.


세상에 문제없는 것은 없어. 너희들은 자유롭게 세상을 돌아다니지만 먹을 것을 찾아야 하잖아.


맞아. 어떤 날은 먹을 것을 찾지 못해 하루종일 굶을 때도 있어. 어쩌다 쓰레기통에서 사람들이 버린 음식을 주어 먹기도 한단다.


정말? 안 됐다. 그럼 여기서 오래도록 나와 함께 살아라.


어제는 사람들이 먹다 버린 통닭을 찾았는데 지나가는 새들이 보고 서로 빼앗으려고 한바탕 전쟁이 났지 뭐야.


그 정도야? 네 얘기를 들으면 내가 여기 있는 것이 행운이다. 나도 육지로 가면 먹을 것 때문에 싸워야 할 것 아냐?


당연하지. 배안에는 많은 사람이 오래도록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저장하기 때문에 음식 걱정은 없지.


우리는 날아다니며 살아야 하는 새기 때문에 가만히 있으면 날지 못해. 너와 오랫동안 살고 싶지만 이제 우리는 가 봐야 해. 해변가에 사는 친구들이 우리를 기다려.


그래? 뭐라도 먹고 더 놀다 가렴.


아냐. 좀 전에 많이 먹어서 배가 불러. 천천히 바다구경을 하며 해변가로 가야 해. 잘 있어라 야옹아.


로이와 제이는 고양이 방 창문을 빠져나와 바다 위로 훨훨 날아간다.


이야. 고양이가 편안해 보여서 부러웠는데 알고 보니 고양이도 힘들게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맞아. 우리가 지나가면서 볼 때는 고양이는 사람들에게 사랑만 받고 행복한 줄 알았는데 얼마나 답답할까?

제이야. 우리가 훨씬 행복해.

가고 싶은 곳에 언제든지, 어디든지 날아갈 수 있고 배고프면 공원에서 새 먹이를 나눠주는 아줌마가 있어. 생각해 보니 우리는 세상에 둘도 없는 행운의 새야.

맞아. 더구나 우리는 둘이 같이 다니잖아. 외롭지도 않고 서로 의지하면서 살잖아.

그래. 우리 언제까지나 변함없는 마음으로 함께 동행하자.


둘이 바다를 건너오면서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새 해변에 도착했다.


애들아. 오디 갔다 왔니? 아까부터 기다렸는데….


응. 우리는 저 바다 끝에 있는 큰 배에 사는 야옹이를 만나고 왔어.


그래? 그곳은 사는 게 어떻대?


보기에는 , 행복해 보여서 부러워했는데 배안에서 갇혀 살기 때문에 무척 갑갑하대.


그렇구나.


오히려 날아다니는 우리를 부러워하더라.


그런 것 보면 누구나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야. 알게 모르게 나름대로 무언가 아픔을 가지고 사는 게 분명해.


맞아. 나무에서 잠을 자고 길에 떨어져 있는 음식을 먹지만 우리는 자유로워.


그리고 우리는 친구들이 많잖아. 어딜 가도 만나서 함께 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정말 좋은 거야.

고양이를 만나고 왔더니 내가 철이 들었어.


친구 하나 없이 배를 타고 바다에서 긴 여행을 하는

고양이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도 얼마나 외로울까 하는 생각을 하니 안 됐더라.


우리는 정말 새로 태어나길 잘했어.

해변가에 가면 사람들이 우리가 예쁘다고 사진도 찍고 먹을 것을 주기도 하잖아. 얘들아. 우리는 멀리 갔다 왔더니 피곤해서 먼저 갈게.


제이야. 우리 그만 집으로 가자.

그래 로이야. 찻길을 건너서 산에 가려면 서둘러야 해.

잘 있어. 친구들아. 나중에 또 만나자.


제이와 로이는 나란히 창공을 날아 올라가서 보금자리로 향한다. 오늘 하루를 생각하니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앞으로도 변함없는 우정으로 오래오래 함께 하는 친구가 되길 기원하며 집으로 향한다.


제이야. 항상 옆에 있어주어 너무 고맙다.

로이야. 우리 우정 변치 말자.


제이와 로이는 행복하게 하늘을 나른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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