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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송하는 바다

by Chong Sook Lee



비가 많이 온다

어젯밤부터 오는 비가

계속해서 내린다

며칠 동안 쌓인 정에

서운하고 아쉽다며

주룩주룩 내린다


오는 길은

설레고 두렵고

가는 길

서운하고 아쉬운 게 우리들의 삶

가는 이유도

오는 이유도 모르는 채

우리는 오고 간다


비바람에 젖은 야자수가

다시오라 손짓하고

구름 속에 숨은 해님

침묵하며 보내는 마음

언젠가 다시 만나는 날

서로를 향해 달려가리라


무심한 파도는

여전히 오고 가고

비 내리는 모래사장에는

미련 있는 몇몇 사람들의

허전한 발자국이

파도에 씻겨 내려간다


만나고 스쳐 지나간

모든 인연들은

소리 없이 사라져 갈지라도

마음속에 남아있는

추억의 페이지는

아름다운 꽃처럼

새록새록 피어나고

어쩌다 찾아오는

힘든 여정에 우리를 살게 하는

힘이 되는 것


오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가는 날이 오고

어느

오늘마저 잊힐지라도

사랑하는 마음은 영원하리라


비 내리는 바닷가에

쌓여있는 의자가

주인을 기다리고

기약하지 않아도

인연은 이어진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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