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주인을 기다리는 의자

by Chong Sook Lee



아무도 앉지 않는

빈 의자

누군가를 기다리며

외롭게 있습니다


가운데에

손잡이 하나가 있을 뿐

빈 의자에

빗방울이 똑똑 떨어집니다


주룩주룩 내리는 비는

혼자 있는 의자가

쓸쓸해 보여

잠시 쉬어갑니다


의자와 비는

함께 하늘을 올려다 보고

소나기는 멈추고

해님이 얼굴을 내 보입니다


지나가는 행인은

젖은 의자를 지나쳐가고

햇살이 곱게 말려준

뽀송뽀송한 의자는

다시 혼자가 되어

누군가를 기다립니다


사람들은

무엇이 그리도 바쁜지

의자가 있는지 조차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 만나는

고운 인연을 위해

자리를 지키는 의자가

지나가는 바람과

이야기합니다


다정히 손잡은

노부부가 걸어옵니다

얼마나 걸었는지

노부부는 반갑게

의자로 가서 앉아서

한바탕 소나기가 지나간

하늘을 바라보며

두 손을 꼭 잡아 봅니다


노부부가 떠나고

의자는 다시 혼자가 되어

누군가가 오기를 기다립니다

임자없는 의자는

날마다 주인을 기다립니다


(사진:Dan lee)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