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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을 기다리는 의자
by
Chong Sook Lee
Feb 1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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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앉지 않는
빈 의자
가
누군가를 기다리며
외롭게 있습니다
가운데에
손잡이 하나가
있을 뿐
텅
빈 의자에
빗방울이 똑똑 떨어집니다
주룩주룩 내리는 비는
혼자 있는 의자가
쓸쓸해 보여
서
잠시 쉬어갑니다
의자와 비는
함께 하늘을 올려다 보고
소나기는 멈추고
해님이
얼굴을 내 보입니다
지나가는 행인은
젖은 의자를 지나쳐가고
햇살이 곱게 말려준
뽀송뽀송한 의자는
다시 혼자가 되어
누군가를 기다립니다
사람들은
무엇이 그리도 바쁜지
의자가 있는지 조차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 만나는
고운 인연을 위해
자리를 지키는 의자가
지나가는 바람과
이야기합니다
다정히 손잡은
노부부가 걸어옵니다
얼마나 걸었는지
노부부는 반갑게
의자로 가서 앉아서
한바탕 소나기가 지나간
하늘을 바라보며
두 손을 꼭 잡아 봅니다
노부부가 떠나고
의자는 다시 혼자가 되어
누군가가 오기를 기다립니다
임자없는 의자는
날마다 주인을 기다립니다
(사진:Dan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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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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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ng Sook Lee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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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ng Sook Lee의 브런치입니다. 글밭에 글을 씁니다. 봄 여름을 이야기하고 가을과 겨울을 만납니다. 어제와 오늘을 쓰고 내일을 거둡니다. 작으나 소중함을 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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