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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 속에 사는 나

by Chong Sook Lee



어느 누군가의

그림자로 산다

내가 아닌 내가 되어

살아온 세월 속에

찾을 수 없는

내가 되어버렸다

나는 어디에 있는지

진정한 나의 모습은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도

흔적도 없이

타인이 되어 산다

나는 과연 누구인가

어제의 나는 어디로 갔는지

오늘 나는 내가 아닌데도

나 인양 산다

보이지 않는 나

존재하지 않는 나

나는 누구인가

내가 없는 나는

누구로 살고 있는가

사랑한다는 이유로

희생하며

헌신하며 살아온 날들 속에

나는 없어졌다

내가 누군지 모르고

나인 줄 알고 살아온 시간

나를 찾기보다

내가 아닌 타인으로

타인이 되어 산다

타인은 내가 되고

나는 타인이 되어 사는 현실

이상하지도

서럽지도 않다

어차피

타인은 나로 살아가기에

타인을 보며 나를 찾는다

타인 속에 사는 나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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