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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평화

by Chong Sook Lee


바람이 심하게 불고

나무는 춤을 춘다


하늘은

구름으로 덮여있고

멀리서

차 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밤새 칭얼대어

온 식구들을

보초를 서게 하던

손자는 세상모르고 잔다


꿈을 꾸고 있는지

히죽 웃다가 찡그리고

울려고 하며

인상을 쓰다가

조그만 입을 쫑긋하며

오물거린다


꿈속에서

무언가 맛있게 먹나 보다

참으로 평화로운 오후에

새 생명의 신비속에

한없이 빠져들어 간다


보고 있어도

다시 그리운 마음에

들여다 보고

시간 가는 줄 모르며

희망과 설렘 속에

오늘을 잊고 산다


부모님이 날 낳으시고

내가 아이들은 낳고

아이들은

또 그들의 아이를 낳으며

이어지는 삶


바람이 오고 가고

나무가 흔들리며

다시

태양이 구름을 걷어내고

세상은 돌아간다


소중한 새 생명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새록새록 피어나는

꽃처럼 열매처럼

세상을 이끌어 간다


바람이 멈추고

아기는 잠에서 깨고

눈을 뜰까 말까 망설이며

기지개를 켜고

울음을 터트리며

잘 잤다고 호령을 한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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