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겨울 속에서 피어나는 봄

by Chong Sook Lee


겨울 속에서

살며시 피어나는 봄


눈보라

무서운 바람을 헤치고

아무도 몰래

땅속으로 오는 봄


언제 오나 기다리면

더없이 늦게 오고

안 오려나

체념하고 돌아보면

어느새

옆에서 방긋 웃는 봄


오래 기다려도

결코 오지 않아

더 이상 기다리지 않으면

이미 왔다 가는 봄


봄은

언제나 옆에 있어도

알지 못하고

지나쳐버리는 행복 같은 것


바람이 불고

눈비가 내려도

잊지 않

우리를 찾아오는 봄


때로는 겨울이

오는 길을 방해하고

길목을 막아도

기어코 오고야 마는 봄


태양 속

구름 속

가득한 사랑을 품고 온다


길가에 피어나는

예쁜 꽃 한 송이에도

파릇파릇

솟아나는 새싹들에도

넘치는 봄의 행렬


봄은

희망과 행복과 웃음 속에

힘든 겨울의 아픔을

감싸 안

새 생명으로 다시 피어난다


기쁨이여

희열이여

그대는 정녕 봄이어라

환희가 춤추는 봄이어라


(사진:이종숙)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