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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고 싶을 때 오는 봄

by Chong Sook Lee


사람의 마음이

요사스러워

좋았다가 싫어지고

믿지만 의심이 생긴다


봄이 오다가

잠시 멈추고 있다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그저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는 오겠지만

막연한 마음에

하늘만 올려다본다


말없이 오고 가는

바람 같은 세월

따스하게 오면

좋으련만

쌀쌀하고 매정하게

스쳐 지나간다


어제는 봄

오늘은 겨울

종잡을 수 없는

변덕스러운 날에

봄인지 겨울인지

모른

봄을 맞는다


봄이라고

따뜻할 이유는 없는데

괜히 나 혼자

따스한 봄을 추구한다


봄이 할 일을 알고

나아가야 할 길을 아는데

나의

옹졸한 생각으로

봄을 몰아붙인다


봄이 오고 싶은 때 오게 하자

내가 오늘 이곳에 살듯이

봄도

가고 싶은 곳이 있고

살고 싶은 곳이 있음을

받아들이자


어쩌면 봄은

이미 다녀간지도 모르고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일 년을 기다려도

오지 않은 봄은

지금

나와 함께 있는지도 모른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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