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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찾아낸 새 생명

by Chong Sook Lee



봄이 온다는 말에 속아

나와본 세상은

봄이 아닌

겨울의 모습을 하고 있다


퇴색하여

해질 대로 해진

초라한 겨울이 앉아있고

죽은 듯 서 있는

고목은

결코 봄의 모습이 아니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고

허술한 겨울 옷을

벗어 버리지 못한 채

낡은 가지를 안고 있는데

봄은 무슨 봄이란 말인가


그나마

한두 개씩 피어나는

이름 모를 작은 꽃들이 있어

봄이라 이름하는

거리는 여전히 겨울 같은

초라한 얼굴로

구름 낀 하늘아래에 숨 쉰다


퇴색한 겨울

보이지 않는 봄

어둠과 죽음과 침묵이

조용히 흐른다


봄이기를 체념한 듯

아직도

겨울을 빠져나오지 못하는데

봄이라고 해

가만히 보니

죽은듯한 나무에

새싹이 돋고 꽃이 피고 있다


초라함 속에

어나는 찬란한 봄을 찾았다

어둠 속

외면했던 봄이 그곳에 있다

죽음 안에서

새 생명이 태어난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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