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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는 세상... 변하는 마음

by Chong Sook Lee



기다리지도 않는 세월이 오고 간다. 하루하루 살다 보니 옛날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거울에 보인다. 어쩌다가 이렇게 변했는지 모르겠다. 없던 주름이 생기고 조금만 피곤하면 금방 표시가 난다. 매일이 같은 날인 것 같은데 다른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기적이다.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고 잠자는 시간도 다르다. 먹는 음식도 다르고 좋아하는 취향도 날마다 다르다. 심심한 날이 있고 재미없는 날이 있다. 변화 없는 생활이 무료하지만 지나고 보면 언제 지나갔는지 빠르다.


전화를 가지고 놀다가 심박수를 재는 앱으로 심박수를 재본다. 심박수가 100으로 나왔다. 굉장히 빠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는데 심박수는 마라톤이라도 뛰고 온 듯 빠르게 나온다. 정확성이 떨어지는 것을 알고 있는데 다시 한번 해본다. 95가 나온다. 심장이 뛰는 것 같지 않은데 심박수는 높으니 은근히 걱정이다. 심심해서 해본 게 괜한 걱정거리를 만든다. 가만히 있으면 좋을 텐데 걱정을 만들어 신경을 쓴다.


아는 게 병이고 모르는 게 약이라고 한다. 무식이 죄이고 아는 게 힘이라고 한다. 다 맞는 말이다. 사기를 당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사기가 많은 요즘 세상에 사기를 당하지 않으면 돈을 버는 것이라고 한다. 10만 원을 입금시키면 13만 원짜리 상품권을 준다는 말에 속아 엄청난 사람들이 피해를 입은 사건이 있다. 세상은 그리 만만치 않은데 3만 원을 공짜로 먹겠다는 욕심이 사기를 당하게 된다.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건네준 돈이 돌아오지 않자 사기를 당했다고 아우성이다.


공짜에는 함정이 있다. 사람들이 사기꾼을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묘하게 사기를 치고 사기를 당한다. 공짜나 터무니없는 이익은 모두 사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유혹에 넘어간다. 욕심 없이 사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의문이 간다. 물건값이 무섭게 오른다. 사람들은 더 오르기 전에 물건을 구입한다. 장사들은 물건값을 올렸는데도 사람들이 사가니까 한번 올린 가격을 내리지 않는다. 세일을 한다고 해서 가격을 보면 정가를 올려놓고 예전 가격을 세일 가격으로 해서 판다.


장사들은 물건값을 다 받고 소비자는 알고도 속는다. 똑같은 물건은 없지만 가게마다 가격이 다르다. 세일을 쫓아다닐 수도 없고 억울해도 그냥 사게 된다. 세일 가격이 오늘과 내일이 다르다. 어제 싸게 팔아서 오늘 사려고 가보면 엉뚱한 가격으로 판다. 꼭 필요하지 않으면 사지 말아야 하는데 더 오를까 봐 사다 놓는다. 사람들의 심리가 묘하다. 알면서도 같은 실수를 한다. 안 사야지 하면서도 더 올라갈까 봐 사고, 안 해야지 하면서도 한다. 사람들이 사지 않으면 가격은 내려가는데 가격이 올라갈수록 더 산다.


코로나가 끝났다고 여행을 많이 간다. 항공비가 비싸도 가고, 더 오를까 봐 가고, 남들이 가니까 간다. 쇼핑센터에서 받던 대우는 이제 없다. 자동계산기가 생겨 물건을 골라 물건을 봉투에 넣고 돈을 내고 사가지고 나온다. 기계값이 들겠지만 사람을 덜 쓰는데 물건값은 내려가지 않는다. 소비자가 갑이 아니라 소비자가 을이다. 코로나 여파로 물건이 없어서 못 사는 경우가 있다. 얼마 전에 아이들 해열제 소동이 생겼다.


아이들이 열이 나고 아픈데 진통제가 없으니 부모들이 난리가 났다. 알고 보니 영어와 프렌치 이중언어가 있어야 판매를 하는데 영어만 쓰여있어서 약을 공장으로 돌려보냈기 때문에 부족한 소동이 났던 것이 밝혀졌다. 그로 인해 가슴 졸인 부모들이 얼마나 많았겠는지 상상이 간다. 소비자들은 언제나 당하고만 사는 세상이 되어간다. '손님이 왕'이 아니라 '손님은 밥'인지도 모른다. 휘발유 값이 오른다. 오르면 오르는 대로 돈을 주고 사야 한다.


물건값이 오르고 세금이 오르고 월급은 오르지 않으니 빚만 쌓인다. 젊은이들은 사는 게 막막하다. 하고 싶은 것은 많고 가고 싶은 곳도 많아서 카드로 살아간다. 카드는 보이지 않는 외상이다. 지갑에 돈이 떨어지면 못쓰던 시절에는 빚이 제일 무서웠는데 지금은 당연히 빚으로 사는 세상이다. 빚이 없는 사람이 없다. 집과 차를 외상으로 사고 여행도 대출받아서 다닌다. 먼저 쓰고 나중에 갚는 것이 아니고 나중에 또 빚을 얻어 빚을 갚는 세상이다.


돈을 셀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돈은 자취를 감추는 세상이 되어간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하고 인간은 넋 놓고 바라만 본다. 자동문이 아닌데도 문을 열생각을 하지 않고 문 앞에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손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텔레비전을 새로 사서 좋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한참을 배워야 한다. 새 물건을 갖는 기쁨보다 배워야 한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전화를 새로 샀는데 종전에 쓰던 전화와 달라 한참을 헤맨다. 새것이 좋지만 헌것이 편하다.


급할 것도 없고 배워야 할 것도 없는데 굳이 새것을 살 필요 없는데 수명이 다하면 새것을 사야 한다. 새것이 다 좋은 것은 아니라도 사야 할 때가 되면 산다. 4년 쓴 전화가 느린 것을 본 아이들이 전화하나를 사서 보냈다. 먼저 것이 손에 익어 좋은데 조금 느리다고 새것이 필요하단다. 특별히 새것이 필요 없는데 사주니 고맙게 받는다. 한 번 두 번 쓰다 보니 빠르고 좋다. 이 맛에 사람들은 새것을 사나 보다. 헌것과 새것을 번갈아 쓰다가 지금은 새것만 사용한다.


집도 차도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모형을 만들어 놓으니 어쩔 수 없이 새로 사야 한다. 세상은 돌고 돌아 새로운 물건은 끊임없이 만들어진다. 옛것은 사라지고 새것이 다시 옛것이 되어 묻힌다. 검소한 삶을 살면 융통성이 없어 답답하다고 한다. 무엇이 잘 사는 것이 모른다. 쓰레기가 넘쳐나는데 자꾸만 사고 버리면 어쩔 것인지 모르겠다. 옛날로 돌아갈 수 없는데 옛날이 그립다. 단순하고 간단하고 순수한 세상이 좋다. 미련해 보여도 제대로 된 길을 걷고 싶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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