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속에 숨은 해

by Chong Sook Lee


태양이 게으름 피운다


아침이 되었는데

구름이불로

얼굴을 덮고

늦잠을 잔다


시간은 벌써

점심때가 되어 가는데

꿈을 꾸고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해가 보이든 말든

부지런한 참새들은

나뭇가지를 오르내리며

아침 내내 노래를 하

멀리서 산책 나온

까치 한쌍이

전나무 꼭대기에 앉아

세상을 둘러본다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세월이

오고 가는데

마음 편한 새들은

신나게 하늘을 날아다닌다


꽁꽁 얼었던 땅을

밀고 나오는 꽃들은

길어야 열흘 살아가도

세상 구경 하려고

겨울을 참고 견딘다


한번 피고 지면

일 년 365일을

기다려야 하는데도

여전히 잊지 않고 피는 꽃


작년에 피었던 꽃이

아니어도 좋고

시 피지 않아도

정녕 슬프지 않다


구름 속에서

바라보는 태양이 있기에

지나가며 잠시 머무는

바람이 있기에

오늘도 피어난다


기다림은

그리움으로 견디고

그리움은

예쁜 꽃이 되어 피어나

하루처럼

백 년처럼 사는데

태양이 구름사이로

얼굴을 내민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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