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라 그런지 더러운 것이 눈에 거슬린다. 눈 속에 파묻혀 있던 것들이 보인다. 가을에 떨어진 낙엽들이 바람이 불 때마다 여기저기 몰려다닌다.청소를 해도 여전히 어디선가 날아온다.며칠 전에 봄맞이 청소를 했는데 흔적이 없다. 집안에도 틈틈이 청소나 정리를 하고 살지만 여전히 필요 없는 것들을 끼고 산다. 버려야지 하면서도 버리지 못하고, 막상 버릴라치면 괜히 미련이 남아 옆으로 슬쩍 밀어 놓는다. 언제 이 쓸모없는 미련을 버리고 홀가분하게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새 물건을 사지 않은지 오래되었다. 새로운 물건이 나와서 유혹을 해도 보고 지나치며 외면하고 산다. 옛날에는 물건 욕심이 많아서 당장 필요한 것뿐 아니라 앞으로 필요할 것 같은 것도 사다 놓았는데 모든 것이 필요 없게 되었다. 필요한 것 같아서 사가지고 몇 번 쓰다가 안 쓰는 것들이 많다. 쓰지도 않고 버리기는 아까워도 누군가가 쓸 사람이 있나 주위를 살펴봐도 쓸만한 사람이 없다.
옛날에는 물건이 귀해서 필요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즘엔 모든 것이 달라졌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물건을 만들고 세상에 쏟아져 나온다. 시장이나 백화점에 가서 신상품을 사고, 온라인 쇼핑으로 구입하고, 신선한 야채와 과일도 새벽 배송을 받는 세상이 되었다. 이제는 많은 살림도, 가구도 필요 없고 간단하게 필요한 물건 몇 개만 있으면 된다.
전문업체가 빨래를 해주고 밀키트를 만들어 기호에 맞게 사다가 끓이고 데워 먹으면 된다. 돈만 주면 청소도, 정리도 전문업체들이 완벽하게 해주는 세상이 되었는데 물건을 가지고 사는 것이 어리석다 는 생각이 든다. 이불도 얇고 가볍고 따뜻하고 예쁘게 나온다. 책은 전자책으로, 옷은 가볍고 편하게 만든다. 입다가 더러워지면 버리고 운동화도 더러우면 버리고 새로 산다. 이해할 수 없는 생활방식이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돈이 없어도 여행을 가야 하고 문화생활을 해야 한다. 운동게임이나 콘서트를 하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몰려든다. 입장료는 카드로 내고 순간을 즐긴다. 빚이 쌓이면 또 빚을 내면 되고 그것도 안되면 파산신고를 한다. 아무것도 없어도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고, 하루를 살더라도 사람같이 살기를 원하기 때문에 내일이 없어도 상관없다.
할 일이 많아도 미루고 앉아서 뉴스만 본다. 뉴스에는 나쁜 소식만 있는데 왜 보는지 모르겠다. 10대가 마약을 하여 중독이 되고 판매를 한다는 말에 할 말이 없다. 학폭에 시달려 어린 나이에 자살시도를 하는 현실이다. 한평생 사는 것이 힘들지 않은 사람이 없지만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죽고, 사기를 당하고, 묻지 마 폭행과 살인이 난무하는 세상이다. 무엇을 위해 사는지 모른다. 정치, 종교, 사회할 것 없이 갈팡질팡 한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잘못을 인식하지 못하는 시대다. 사기꾼이 본인도 사기를 당한 피해자라고 억울해하는 세상에 정의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뉴스를 보다 말고 집안을 둘러본다. 여기저기 치워야 할 물건들이 보인다. 그냥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아무 도움이 안 된다. 한때는 필요해서 사고, 좋아서 사고, 자랑하고 과시하기 위해 산 물건들이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다. 청소나 정리는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하루에 조금씩 꾸준히 해야 한다. 날 잡아서 하면 된다고 미루다 가는 어느 날 쓰레기장이 된다.
쓰레기는 쌓이면 악취를 풍기고 고인 물은 썩는다. 오늘은 오늘대로 할 일이 있다. 숨을 쉬듯이 세상은 돌아간다. 살아있는 동안 청소와 정리는 계속된다. 자, 무엇을 시작할까? 시작이 반이다. 뭐라도 하면 안 한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소유를 자랑하던 시대가 가고 무소유의 시대가 왔다. 집집마다 쓰레기가 넘친다. 음식을 버리지 않으려고 애써도 여전히 음식 찌꺼기가 넘쳐나고 물건을 사지 않아도 버릴 것이 많다. 쓰레기 수거날이 오면 쌓여있는 쓰레기를 보면 어리둥절하다.
쌓을 때가 있으면 비울 때가 있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비우다 보면 바닥이 보일 것이다. 삶은 어차피 빈주먹으로 왔다가 주머니 없는 수의를 입고 가는 것이다. 버릴 것 버리고, 줄 것 주고, 바람이 부는 대로 살다가 때가 되면 가벼운 몸이 되어 나비처럼 떠나야 한다. 고운 색의 호랑나비가 천천히 날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