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따라 변하는 행복

by Chong Sook Lee


좋아하는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정작 내가 지금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 가고 싶은 곳도 많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많았는데 지금은 어디로 가서 누구를 만나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살다 보니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좋아하는 곳에 가서 멋진 여행을 하며 사는 것도 좋지만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과 편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사는 것이 제일 좋다.


특별한 곳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멋진 풍경을 구경하려면 준비를 해야 하는데 가기 위한 준비가 만만치가 않다. 비행기 표를 사고 호텔을 예약하고 렌터카를 예약해야 한다. 자동차 없이 살던 시대가 있었나 할 정도로 자동차는 필수가 되었다. 일단 목적지에 도착하면 먹어야 한다. 매일 식당에 가서 먹는 것도 한두 번이고 하루이틀이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이 실감 난다.


구경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장소만 다를 뿐 거기서 거기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아름다운 풍경을 일일이 지켜볼 수 없기에 시간에 따라 계절에 따라 변하는 자연의 신비는 가까운 곳이나 멀리 있는 곳이나 똑같다. 코로나로 3년 동안 묶여있던 여행길은 보복여행이라는 신조어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부추긴다. 그동안 가보지 못한 곳을 가고, 해보지 못한 것을 하며 자유를 만끽한다.


부모들의 행복을 위해 아이들을 데리고 멀고 가까운 곳에 여행을 한다. 어린아이들과 여행을 가면 가족과 함께 하며 좋은 추억을 만들기도 하지만 위험도 많고 고생스럽다. 그렇다고 여행도 가지 않고 집에서만 살 수는 없어 아이들과 함께 고국방문도 몇 번 하고 캐나다를 비롯해 국내외 여행도 여러 번 했다. 이제는 아이들이 성장하고 각자의 가정을 이루어 삶을 살아간다.


여행이란 인간을 성장하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아이들과 여행을 하지 않고 살았다면 또 다른 인격이 형성되었을 것이다.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기에 나이에 따라, 상황에 따라 살아간다.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캐나다에 겁 없이 이민을 와서 아이들 셋을 키우며 지나간 세월 동안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직장생활을 하며 이직도 여러 번 하고 경험 없이 사업을 시작하기도 하며 정년퇴직을 한 지금에 와서는 가까운 곳에서 새로운 것을 보며 산다.


시대가 변하여 여행을 가는 것이 쉽기도 하지만 준비라는 것이 부담스러운 나이가 되어감을 느낀다. 몸이 피곤하면 만사가 귀찮아진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만든다고 하는 유명한 음식점도 멀리 있으면 가기 싫다. 의사도, 치과도 가까이 있어야 부담 없이 다니고, 쇼핑센터도 멀리 있는 곳은 가지 않게 된다. 그러다 보니 조금 복잡하거나 요란하면 불편하여 자리를 피한다.


사람들을 만나 웃으며 이야기하는 것은 좋은데 바쁜 세상에 자주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없다. 어쩌면 코로나가 만들어 놓은 습관인지 모른다. 굳이 사람들을 만나지 않아도 되고, 어디를 가지 않고 살아도 되는 것 같다. 오랫동안 친하던 사람도 하루아침에 등을 돌리기도 하고 올바른 이야기를 하면 듣기 싫어하고 생각이 다르다고 외면한다. 속에 있는 말을 할 수 없고 단점을 이야기할 수 없으면 친할 수 없다.


살다 보면 때로는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실망하기도 하고, 우연한 기회에 잘 모르는 사람끼리 앉아서 식사를 하며 더 많은 공감을 하게 되는 경험을 한다. 우리는 순간을 살아간다. 좋아하던 것도 싫어지고, 나와는 상관없어 보이던 것도 가까워지기도 한다. 시작이 있고 끝이 있어 영원한 것이 없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취미와 취향이 달라진다. 그림 그리는 것이 재미있어서 하루종일 캔버스 앞에 서 있어도 힘들지 않았다. 그러다 수영이 좋아지기 시작해 수영을 열심히 했다. 수영을 하며 인생의 희열을 느끼면서 코로나가 유행이 되어 산책을 다니기 시작했다. 자연을 접하면서 살면서 놓치고 살았던 신비로움을 숲에서 찾았다. 덧없이 흘러가는 세월에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행복하고 있음을 발견하여 단순한 삶의 묘미를 즐기며 산다.


넓은 세상을 오고 가며 좋은 경험을 쌓는 것도 좋은데 가까운 곳에도 보지 못한 것들이 많다. 하다못해 매일 보는 뜰도 매일이 새로운 것을 본다. 매일매일 조금씩 내리는 비로 정원은 나날이 화사한 옷으로 치장한다. 꽃들이 시샘하듯 앞서고 뒤서며 피고 지는 것이 보인다. 가뭄이 길어지고 올해는 앵두꽃과 사과 꽃이 얼마 피지 않았고 개나리 꽃은 한송이도 피지 않았다. 자연도 쉬고 싶을 때가 있나 보다.


물이 흐르고, 구름이 모였다 흩어지고, 바람이 오고 가듯 사람의 마음도 변한다. 가볍고 부드럽고 편한 옷이 좋고, 부담 없이 편하게 이야기하며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좋고, 오고 가기 쉬운 가까운 곳이 좋다. 가보지 못한 곳을 찾아가기보다는 옆에 있는 곳이 주는 행복을 만나며 산다. 세월 따라 행복의 가치도 변한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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