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박... 잘 가세요

리처드 박의 영원한 안식을 빕니다

by Chong Sook Lee


운이 다하고

명이 다하고

인연이 다하면

이별이 옵니다


더 오래 살고 싶어도

더 이어가고 싶어도

끝을 거부하지 못합니다


만나서 좋은 때가 있고

헤어져야 할 때가 있습니다

아무리 발버둥 치며

싫다고 해도

정해진 운명을 바꿀 수 없습니다


세상을 모르고 태어나고

죽음을 모르고 세상을 떠납니다

온갖 즐거움과 괴로움은

죽음으로 끝이 나고

영원한 안식의 길로 들어갑니다


사람은 누구나

한평생 살아온 삶을 마치고

아픔도 고통도 없고

평화만 있는 곳으로 가야 합니다


삶은

하나의 지나가는

바람 같은 것입니다


따스하고

부드러운 바람이 있고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이 있습니다

후덥지근하고

뜨거운 바람이 있고

땀을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이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에게

어떤 바람이 불어올지

아무도 모릅니다


죽지 못해 사는 사람이 있고

살고 싶어도

죽어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살기 싫어도 살아야 하고

죽기 싫어도 죽을 수밖에 없는 게

사람의 기구한 운명입니다


가는 사람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불쌍하고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은

한없이 안타깝습니다


잘 살아온 사람이나

잘못 살은 사람이나

살아가면서 누구나 죄를 짓고

정처 없이 떠도는

바람이 되고

구름이 되어 살다가 갑니다


때로는 먹구름이 되어

천둥 번개를 동반한

소나기를 퍼붓기도 하고

비 온 뒤 떠오르는

오색 무지개가 되어

살아가기도 합니다


한 세상 살다 가는

모든 이들은 위대합니다

힘든 인생살이를 끝내고

본향으로 가는 길

눈물도 서러움도 없는 길

우리 모두 어느 날

함께 만나기를 소망합니다


먼저 간 사람도

나중에 오는 사람도

우리 모두 만나는 날

기쁨과 환희가 넘치는

승리의 노래를 부릅니다

잘 가세요

잘 있어요

언젠가 만나는 날에

뜨거운 포옹을 합니다


호탕한 웃음이

아직도 귀에 들리는데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더니

천국에 잘 도착했다고

눈부신 해가 되어

세상을 환하게 밝힙니다


잘 가세요 리처드 박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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