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너무 더워서 땀을 흘린다

by Chong Sook Lee


덥다. 최고 온도가 26도이지만 체감 온도는 31도가 넘는다. 숫자로는 실감할 수 없을 정도로 끈적끈적하고 후덥지근하다. 이런 날은 토네이도가 올 것 같은 두려움이 생긴다. 날씨가 기승을 부리면 어디선가 나타나는 토네이도인데 올해만 해도 여러 번 나와서 여기저기 피해를 입혀 난장판이 되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보통 5월, 6월에 많이 형성되어 지역에 천문학적인 피해를 입힌다. 자연이 하는 일이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토네이도가 지나간 곳의 처참한 모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1987년도에 이곳에 토네이도가 지나가서 막대한 피해가 있었던 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세상이 칠흑같이 깜깜하고 주먹만 한 우박이 내려와 뒹굴어 다니고 집들이 날아가고 나무들이 기둥채 뽑혀 나뒹굴던 그날의 모습은 잊을 수 없다. 정전이 되어 식구들의 생존을 알 수 없고 우박으로 자동차들이 찌그러지고 유리창이 깨지고 여러 가지 피해가 많았던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끔찍하다. 수많은 인명 피해와 건물이 부서져 앙상한 뼈대만 즐비하게 땅에 뒹굴던 날이다. 인정 사정없이 불어대는 토네이도의 힘은 상상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이었다. 그날이 바로 역사상 길이 남는 '블랙 프라이 데이' 다. 해마다 수도 없이 형성되는 토네이도의 원인을 연구하고 미연에 방지를 위한 노력을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해결책은 없다. 지진이나 홍수는 미연에 방지하는 정책으로 약간의 피해를 줄이는 방법도 있지만 무서운 속도와 강력한 바람을 동반하는 토네이도는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한다. 인간의 능력밖이라 자연을 통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루 이틀 덥다가 말겠지 하며 시원한 곳을 찾아다닌다. 이러다 갑자기 비라도 와서 추우면 추워서 못 살겠다고 당장에 난리를 친다. 변덕이 심하고 줏대가 없는 게 인간의 참모습이다. 조금도 참지 못하고 안달을 하고 불평하며 산다. 문명의 혜택을 받고 사는 사람들이 더 참을성이 없는 것 같다. 개발도상국에 사는 사람들은 기본적인 삶 자체도 보장받지 못하고 사는 것을 생각하면 입이 열개가 있어도 할 말이 없다. 식수가 없고 음식물도 부족한 곳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그들을 생각하면 이곳은 천국이다. 모든 것이 넘쳐나고 최상의 혜택을 받으며 사는데 만족하지 못하고 불평불만을 하며 산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하나를 가지면 열개, 백개를 갖고 싶어 하고 쌓아놓고도 없다고 한다. 어차피 쓰는 것도, 필요한 것도 몇 개 안 되는데 사람들은 서랍에 물건을 채워놓고 살아야 마음이 놓인다. 지금에서야 이것저것 물건을 사다 놓은 것이 참으로 어리석다는 것을 느낀다. 가지고 있는 물건이 많을수록 짐이 무겁고 쓰레기가 많다. 꽉 차 있는 집안을 둘러보면 거의가 필요 없는 것들이다.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물건들을 놓고 산다. 다행히 집이 커서 답답한 줄 모르고 살지만 짐이 없었으면 얼마나 홀가분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살림의 구색을 맞춘다고 이것저것 사다 놓을 때는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세월 따라 필요 없어진 물건들 투성이다. 끼니때마다 냉장고 문을 열어보면 먹을 게 없는 것 같은데 냉장고는 꽉 차있다. 장을 보면 먼저 사다 놓은 것은 먹기 싫고 상해 쓰레기가 된다. 외출하려고 옷장을 보면 옷은 많은데 입을 게 없다. 괜히 심심하다고 나가서 쇼핑하다 보면 신제품이 보여 사게 된다. 사다 놓고 잊어버리고 입지 않다가 구식이 되어 외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쓸데없는 물건들로 둘러싸여 산다. 아이들이 오면 불편하지 않게 머물다 가게 하려고 없는 것 없이 완벽하게 준비하고 사는 것은 좋은데 이제 줄여야 한다. 언제 어느 날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는데 이렇게 늘어놓고 사는 것이 결코 잘하는 것이 아니다. 몇 가지 필요한 물건만 가지고 가는 여행처럼 간단하게 살아야 한다. 토네이도가 지나간 자리에 사람들의 살림살이가 널 부러져 범벅이 가 되어 있는 것을 뉴스로 본다. 사람이 살려면 기본적인 살림이 당연히 있어야 하지만 어쩌면 필요 이상으로 소유하고 사는지도 모른다. 얼마 전에 너무 복잡한 것 같아서 부엌과 옷장 정리를 했다. 부엌에 매일 쓰는 그릇만 놓고, 좋아하는 옷과 신발만 놓고 쓰다 보니 아주 좋다. 정리를 하면 다시는 쇼핑하지 말고 있는 것만 쓰자고 다짐하는데 그게 잘 될지 모르겠다. 어쨌든 천리길도 한걸음이라고 있는 것 쓰고, 입고, 신으면 쓰레기도 덜 생길 것이다. 뉴스를 보면 가난한 나라를 도와준다고 보내는 물건으로 그들이 사는 곳의 강이 오염되고 자연이 훼손되는 현실이다. 그들은 식수가 필요하고, 먹을 음식이 필요하고, 의료시설이 필요하다. 옷을 주는 것도 좋지만 그들이 정말 필요한 것을 주는 것이 진정한 도움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물건을 만들지 않고, 사지 않고, 버리지 않으면 세계경제가 멈추겠지만 무언가 해결책을 찾지 않으면 힘들어하는 지구를 도울길이 없다. 끈적끈적한 여름날씨를 피해 있자니 별별 생각이 다 난다. 지구가 더워서 땀을 흘리니 나도 덩달아 환경 보호 단체의 한 일원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생각은 행동을 낳고 행동은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든다. 생각을 바꾸고 짐을 줄이고 아끼고 나누며 살다 보면 좋은 날이 올 것이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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