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바보가 된다

by Chong Sook Lee


비가 오거나

추울까 봐 걱정했는데

청명한 날씨가

우리를 맞아주어

잘 놀다간다.


떠나올 때 설렘은

아쉬움으로 변하고

가슴에는 그리움이 남는다.

만나고 헤어지고

그리워하며

또 다른 만남을 기약해야 한다.


인생에 만남이 있어

이별도 있고

그리움도 있는 것이지만

떠날 때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오늘을 보내고

내일을 맞듯이

또 다른 만남을 향한

삶을 살아야 한다.

손자의 재롱이 벌써 그립다.


백일 된 아기가

무얼 안다고

웃고 쳐다보니

사랑을 독차지한다.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다.


하루종일 봐도

싫증 나지 않을 것이다.

보고 또 보며

예쁘고 사랑스러워

안아주고 또 안아 준다.

세상 구경도 좋지만

손자 재롱이 더 좋다.


이제 가면

언제나 볼까 하는 생각에

서운하다.

세상이 좋아져서

왕래는 쉬워졌지만

아기를 데리고

오고 가는 것이 쉽지는 않다.


바로 집 앞에 나가는 것도

짐이 한 가방인데

멀리 까지 오려면 힘들 것이다.

시간이 되면

우리가 비행기 타고

가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두 손을 꼭 잡고

눈을 꼭 감고

입을 꼭 다물고

세상모르고 잔다

바로

천사의 모습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스러운 손자야

안고 있어도

그리운 손자야

또 만나자


멀어져 가는 손자를

보내기 아쉬워

자꾸 뒤돌아본다

손자 바보가 된다


(사진: 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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