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끝은 생명의 끝이다

by Chong Sook Lee


생각의 끝은 어디인지 알 수 없다. 사람의 생각은 순간순간 변하여 다른 길을 간다.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와 다르고 어제의 세상은 오늘과 다르다. 하늘과 땅도 매일이 같아 보여도 해길이가 짧아지고 알게 모르게 계절이 바뀌고 있다. 푸르른 나뭇잎들이 조금씩 색이 변하고 나뭇잎들이 힘이 빠지며 여름은 성장을 멈추었다. 이러다 보면 어느 날 가을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먼저 떠난 봄의 뒤를 쫓아갈 것이다. 무덥던 폭염이 한풀 꺾이고 아침저녁으로 썰렁해서 긴 옷을 걸치게 한다. 계절이나 세월은 생각을 알 수 없어도 느낌으로 받아들인다.


무섭게 덥던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는 것은 당연한데 성질 급한 나뭇잎들이 누렇게 변하는 것을 보면 왠지 서글퍼진다.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늙는 것이 뭐가 그리 좋다고 나이를 먹었는지 모르겠다. 공짜라고 먹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희미하고,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특별한 계획도 없다. 어제처럼 살면 되고 오늘처럼 보내면 내일은 올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은 앞으로의 삶과는 다를 것이다.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며 살아온 날들이 자신을 위한 삶으로 바뀌고 있다. 부모 형제 자식을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이제는 나를 위한 삶을 살아야 한다. 그들을 염려하고 챙기고 희생하며 나 자신을 뒷전에 두고 사는 삶에서 나를 위한 삶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들을 위한 삶은 내가 건강해야 하고 내가 행복해야 그들도 행복할 수 있다.


나는 아무래도 괜찮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그게 아니다. 내가 있어야 그들도 있고 내가 능력이 있고 잘살아야 그들도 도와줄 수 있다. 나이 들어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그때부터는 큰일이다. 세상에 아프고 싶은 사람이 없지만 돈보다도 더 중요한 건강만큼은 지켜야 한다. 돈 많은 부자가 부러웠는데 나이가 들어보니 건강한 사람이 존경스럽다. 아프면 대신 아파 줄 수도 없고 옆에서 보는 입장도 힘들다.


긴병에 효자 없다고 한다. 하루 이틀만 아파도 환자는 환자대로 간병인은 간병인대로 지쳐간다. 몇 년 전에 유행한 9988234라는 말처럼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다가 이삼일 않다가 죽는 게 최고지만 인생사 그리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아프면 죽고 싶은 마음이 먼저 드는 것은 누구나 같다. 하지만 막상 죽어가는 부모형제를 연명치료 없이 보낼 수 있는지는 대답이 없다.


소중한 목숨을 자연히 숨을 거두기 전에는 아무리 자식이라도 냉정하게 뿌리칠 수 없다. 물론 식음을 전폐하는 이유는 수명이 다 되었다는 신호이기도 하지만 의학이 발달되어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데 아무런 응급조치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여러 가지 신 기술을 이용하여 목숨을 이어간다. 환자 자신은 연명치료가 죽기보다 싫고 고생스럽고 산다 한들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일지라도 보내는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더 살기를 원하기 때문에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연명치료를 한다.


누가 잘하고 잘못하고를 떠나 사람은 언젠가는 죽는다. 세상을 떠나기 전 몇 년 동안 연명치료로 목숨을 이어간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당사자도, 보는 사람도 괴로운 것은 마찬가지다. 연명치료를 하는 환자는 순간순간 고통 속에 살아가야 하고, 치료를 하지 않고 보내는 사람은 살릴 수 있는데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으로 살아가야 한다. 무엇이 옳고 틀린 지는 답이 없다. 그저 운명이라 생각해야 한다.


나 자신도 어느 순간 죽음의 문턱에 서 있을 때 연명치료를 하지 말라고 유언을 했다. 살만큼 살았고 더 이상 연명치료를 하면서 목숨을 연장하고 싶지 않다. 의료 산업이 발달하고 커지면 병이 없어지고 고통도 줄어야 하는데 아픈 사람은 더 많아지고 약종류도 수없이 많다. 약으로 연명하며 사는 사람이 더 많아지고 암에 걸려 고통 속에 괴로워하는 사람이 증가한다.


옛날에는 죽음을 맞이하며 순응하고 살았는데 지금은 죽음을 거부하고 회피하며 의학을 이용해 연장을 하지만 결국 의료 산업만 부흥하게 할 뿐 인간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한번 태어나 살다가 늙고 병들면 죽는 게 자연인데 도망가려고 발버둥 친다. 산송장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이 숨만 쉬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의미도 미래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며칠 전에 어떤 오락 프로그램을 보고 놀라운 사실을 알았다.


많은 사람이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줄 알았는데 연명을 해서라도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의사가 희망이 없다고 해도 절대로 자연히 숨이 끊어지기 전에는 연명치료를 중단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었는데 다시금 사람의 목숨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사고로 인한 사망이라면 할 수 없지만 살릴 수 있으면 되도록 살려야 한다는 말도 일리는 있다. 한번 죽으면 끝이지만 살다 보면 더 좋은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고 연명치료를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콧줄로 식사를 하고, 목을 뚫고 숨을 쉬며, 배에 구멍을 뚫고 배변주머니를 끼고서 사는 사람이 많다. 좋아서가 아니라 선택권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죽어야 하는데 죽는 게 말처럼 쉽지 않고 죽음 또한 존엄하여 죽음을 선택하여 원하는 시간에 떠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사는 것은 어찌 보면 고통의 연속이다. 죽기 위해서 살고, 살아 있으니 기를 쓰며 죽을 때까지 살아야 한다. 죽고 싶다고 죽는 것이 아닌 것이 사람의 목숨이다. 몇 번씩 자살시도를 해도 살사람은 살고, 살고 싶어도 죽을 운명을 거부하거나 피할 수가 없다.


사람의 목숨이 존엄하듯이 죽음 또한 존엄하다고 고통 속에서 사는 것보다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도 많다. 인명은 재천이다. 하늘의 뜻이 있어야 태어나고 죽는다. 괴롭다고 죽는다면 지구상에 남아 있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사는 게 지옥이기에 죽은 다음에는 천국을 가기를 원하는 것이다. 한평생 살아가면서 행복하기만 한 사람이 없다 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의든, 타의든 인간은 운명을 따라서 살아간다.


어느 누구도 비참한 삶을 살고 싶지 않다. 의식이 있고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지 못하는 시간이 오면 좋든 싫든 보호자의 의견을 따라야 하는 것조차 타고난 운명이다. 세상에는 완벽한 사람이 없다. 어딘가 불편하고 아프고 괴롭다. 육체는 건강해도 정신적으로 불안하고 우울한 사람도 많다. 사회가 발전하고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는데 범죄는 나날이 더 많아진다. 사람들은 악랄해지고 사악해져 간다. 무엇이 문제인지, 무엇이 답인지 모른다.


모든 것들이 부족하던 시절은 인정이 넘쳤는데 지금은 풍요롭지만 이기심과 잔인함이 사회를 점령한다. 인공지능이 세상을 점유하고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갈 곳이 없다. 편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공지능이 인간의 삶을 좌지우지한다. 앞으로 어떤 세상이 될지 모른다. 생각하면 답답하지만 희망을 가지고 살면 된다. 생각은 단지 생각일 뿐이다. 좋은 생각을 하며 희망 속에 오늘을 살면 된다. 세상은 변하고 사람의 생각도 변한다. 지금 나의 생각은 기우에 불과한 날이 온다. 인간은 살아 있기에 생각하고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사진: 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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