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날엔 오이냉국이 최고

by Chong Sook Lee


무척 덥다.

여름이 다시 왔나 보다.

폭염 경보는 내리지 않았지만

30도가 넘는 뜨거운 날이다.

나뭇잎이 군데군데

옷을 갈아입어서

가을이 오려나 했는데

잘못 생각했다.

해는 벌써 많이 짧아지고

아침저녁에는 썰렁하지만

낮기온은 한 여름이다.

여름이 짧은 이곳은

지금이 황금 시기이다.

늦게 온 봄이

잠시 한눈 판 사이에

여름에게 자리를 뺏기고

텃밭에는 맛있는 채소들이

자라고 있다.

무럭무럭 자라는 오이와 고추와

깻잎과 토마토를 보면

생명의 소중함을 느낀다.

자고 나면 팔뚝만 하게

자라 있는 오이와

수줍은 듯 이파리 뒤에

숨어서 자라는 고추가 기특하다.

끼니때마다 몇 장씩 뜯어먹어도

여전히 텃밭을 점령하고 있는

깻잎과 주먹만 하게 자라서

익어가는 토마토도 고맙다.

물만주고

특별히 해준 게 없는데도

잘 자라준다.

해마다 알아서 나오는

아욱과 근대는 많지 않아

남들과 나눠먹지는 못해도

남편과 둘이 먹을 만큼

알맞게 자라 심심찮게

된장국을 끓여 먹는다.

그들이 살아 가게 해주는

햇살과 비와 바람이 고맙다.

오늘같이 더운 날은

시원한 오이 냉국수를

만들어 먹으면 맛있다.
특별한 재료가 필요 없다.
오이 서너 개와 당근 하나

그리고 양파하나 얇게 채 썰어서

물을 넣고 간을 해서

냉국을 만들면 된다.
만들기도 쉽고 맛있는 냉국을 먹으면
엄마가 만들어 주시던

오이냉국이 생각난다.

더운 날 저녁에

마루에 앉아 먹는 오이냉국이

왜 그리도 맛있었는지 모른다.

엄마가 해주시던 음식이

나의 음식이 되고

나는 아이들에게 만들어준다.

결혼하고

2년 만에 캐나다로 이민 온 나는

엄마가 만들어 주시던 음식이

먹고 싶어 흉내를 내다보니

지금은 나름 선수가 되었다.

세월이 가고

아이들에게

오이냉국을 만들어 주면

맛있다고 잘 먹는 것을 보면

엄마가 만들어주던

추억의 오이냉국이 그리워진다.


(이미지출처: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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