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의 자비를...

by Chong Sook Lee



자연 앞에
무력해지는 인간
심술을 부리고
변덕을 부리고
고집을 피우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대자연 앞에
인간은
무릎을 꿇는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산불이 번진다
얼마를 더 타야
꺼질 것인지 모르는
산불의 위력 앞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5월부터 타기 시작한
산불이 사방천지를
돌아다니며
세상을 들쑤시고
뒤집힌 지구는
펄펄 끓는다

오라는 비는 오지 않고
비를 쫓는 바람만
불어댄다
가뭄에
말라붙은 나무들은
저희들끼리
불을 붙인다

고열로
끓어오르는 지구를
식히지 못하고
망연자실
타오르는 불길을
바라보는 눈길에
눈물이 흐른다

세상은 울부짖으며
누구의 잘못인가
따져 묻지만
자연이 하는 일을
어찌 알겠나
자연이 멈추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산불이 번져가고
비는 오지 않고
사람들은
어디론가 대피해야 하는데
어디로 갈지 모른다
대자연의
자비를 빌어본다


(이미지출처: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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