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지지 않는 산불

by Chong Sook Lee


하루종일 30도가 넘는 폭염으로 도시가 끓더니 저녁에 갑자기 우박을 동반한 비바람이 몰아친다. 햇볕이 쨍쨍한 날씨가 어디서 그 무서운 비바람을 데리고 왔는지 무섭다. 바람이 무섭게 불고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탁구공 만한 큰 우박이 지붕과 유리창을 때리며 땅으로 곤두박질을 친다. 나뭇잎과 솔방울이 떨어지고 물이 세차게 흘러간다. 우당탕탕 하는 소리로 시작된 비가 15분이 지나면서 잠잠해진다. 금방이라도 지붕을 뚫고 유리창을 깰 것처럼 세차게 내리던 우박이 비로 내린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상황에 가슴이 뛴다. 삶은 긴장이다. 날마다 새로운 뉴스가 뜬다. 사람 사는 인간세계에 별별 사건이 다 생긴다. 좋은 일은 별로 없고 나쁜 일만 뉴스에 나온다. 앨버타 주, 사스카츄 언 주, 온타리오 주, 퀘벡 주, 브리티시 콜롬비아 주가 줄줄이 산불이 나서 꺼지고 타더니 그 불이 꺼지기도 전에 노스웨스트 테리토리 주에 웰로나이프가 탄다. 내가 사는 앨버타에서 운전으로는 15시간 정도, 비행기로는 1시간 반정도의 거리이다. 오랫동안의 가뭄으로 산불이 나기 시작하여 무섭게 번져 나가서 25000여 명이 대피하는 행렬이 이어진다. 고속도로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자동차들이 줄지어 기다리며 가까운 곳으로 대피한다. 비행기로 캘거리와 에드먼턴을 비롯하여 이재민들이 머물 수 있는 곳으로 이송을 시키는 현실이다. 빨갛게 타오르는 불길을 보며 집을 떠나 어디론가 대피해야 하는 마음이 어떨지 상상이 안 간다. 무서운 불길을 피해 울고 불며 통곡을 하는 사람들이 가야 하는 곳으로 가기 위해 서서 기다린다. 여러 가지 착잡한 심경으로 떠나는 그들은 최소한의 물건만 가져갈 수밖에 없다. 정해진 시간 안에 무엇을 챙겨야 하는지 갈팡질팡 하며 집을 떠나 차례를 기다리는 뉴스를 본다. 내일을 알 수 없는 하루가 간다. 집을 떠난 사람은 비가 와서 불이 꺼져서 집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라는데 이곳은 때아닌 비바람과 우박으로 혼란스럽다. 비와 우박으로 어떤 피해가 있었는지 내일 아침이 되면 또 다른 뉴스가 나올 것이다. 하루하루 사는 게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 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할 수 있는 것만 하고 살기도 힘들다. 오늘은 덥더니 비바람이 왔는데 내일은 온도가 뚝 떨어져 최고 온도가 영상 15도 정도가 된다고 한다. 오늘 기온의 반밖에 안된다. 여름이 가기도 전에 가을이 오려고 한다. 산불을 피해 집을 떠난 사람들이 안타깝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고통을 나누기 위해 봉사한다. 그들이 살아가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도움의 손길이 있어 다행이다. 하와이섬이 산불로 쑥대밭이 되고 폭우로 산사태가 나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지구는 지구의 할 일을 하는데 지구에 사는 인간은 갈 곳이 없다. 앞으로 어떤 날이 올지,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겠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서서 견디며 버티는 나무가 되어간다. 비정상이 정상이 되어가는 세상에 비바람에 떨어진 솔방울들이 거리를 뒹군다. 언제 그 무서운 비바람이 지나갔는지 모르게 가랑비만 조용히 내린다. 아무런 일없이 하루가 가기를 바라며 내일은 오늘보다 나은 날이면 좋겠다.


(이미지출처: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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