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길을 아는 자연

by Chong Sook Lee


자연은
가야 할 길을 알고

해야 할 일을 압니다

어디를 가느냐고
묻지 않고
무엇을 하는지도
알고 싶어 하지 않으며
무슨 생각으로
사느냐고
궁금해하지 않고
누구를 좋아하는지
물어보지 않습니다

하늘이 파래도
그 안에 숨어있는
구름이 보이지 않아도
비는 그곳에 있습니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고
안다고 전부가 아닙니다
여름이 가지 않아도
가을은 오고
봄이 오지 않아도
겨울 안에도 봄이 있습니다

멀쩡한 나뭇가지가
죽어가는 이유는
수명을 다해서
죽는 것만은 아니고
누군가가
아파하는 것입니다
무서운 바람이 불어
수많은 나무들이
뿌리째 뽑힙니다
물이 넘쳐흐르며
동물이 떠내려가고
집조차 휩쓸립니다

바람은 그냥
이유 없이 불지 않고
비도
그냥 오지 않습니다
더럽혀진 지구를
오염된 세상을
청소하고
욕심이 들끓는
인간의 마음을
씻기 위함입니다

남의 것을 뺏고
가진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며
땅따먹기에 혈안이 되는
인간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것입니다

어디가 시작이고
무엇이 끝인지
아무도 모릅니다
갔다가 다시 오고
왔다가 사라지는
자연을 보면
삶이 보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가야 할 길이 보입니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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