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가 웃는다

by Chong Sook Lee


하얀 캔버스가
나의 손길을 기다린다
무엇을 그릴까
꽃을 그릴까
나무를 그릴까
아니면
도시 모습을 그릴까
생각해 본다
가을 하면 생각나는
노란 해바라기를
페인팅해 보려고
노란색 빨간색
페인트를 조금씩
짜 놓고 시작한다
페인트가 너무 묽어서
제대로 된 색이
나오지 않아
꽃모양이 잘 잡히지 않는다
아무래도 다른
방법을 써 본다
꽃모양이 잘 잡히고
꽃 색갈이 조화가
잘되게 하기 위해
평소보다 많은 양의
페인트를 캔버스에 짠다
얇은 자로
모양을 잡고
같은 크기의 캔버스를
겹쳐서 꼭꼭 눌러주고
캔버스 한쪽을
살며시 들어주며
캔버스를 분리시킨다
두 개의 똑같은 그림이
완성되어 간다
생각지 못한
두 개의 해바라기가 탄생했다

살다 보면 하는 일이
잘 되지 않아
실망도 하지만
방법을 찾아보면
더 좋은 결과를 만난다
색이 안 나온다고
조화가 안 맞는다고
그만두었으면
오늘의 해바라기는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세상일이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될 수도 있지만

우연히 가본
다른 길에서
행운을 만나기도 한다

해바라기가 웃는다


(그림: 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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