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날씨는 순간순간 변하는 내 마음을 닮았다. 어제는 아이들 생각을, 오늘은 고국에 있는 형제들 생각을 하며 왔다 갔다 한다. 구름이 잔뜩 끼더니 바람이 구름을 보내버리고 햇볕을 가져다 놓는다. 쇼핑센터에서 나와 본 하늘에는 먹구름이 몰려와서 비설거지를 하지 못한 뒤뜰에 늘어놓은 물건이 걱정이 되어 부리나케 집에 왔다. 늘어져 있는 물건들을 집어넣고 나니 비가 한줄기 온다. 비를 쏟아 낸 하늘은 다시 맑아지고 언제 비가 왔느냐며 내숭을 떤다. 웃다가 울다가 짜증 내는 아기들 같다. 하늘의 마음을 알 수 없으니 비가 오면 오나 보다 하고, 구름이 끼면 비가 오려나보다 하며 다 받아준다. 갑이 을이 되고 을이 갑이 되는 세상인데 하늘은 언제나 갑 자리를 지킨다. 중심이 없는 모든 것은 쓰러진다. 하늘마저 을이 되어 인간에게 자리를 내어주면 땅 위에 사는 사람들은 갈 곳이 없다. 대형사고가 많아진 세상에 자연은 제 할 일을 한다. 대형산불과 지진과 홍수는 자연의 순환작용이라고 하는데 인재라는 말도 떠도는 이유는 무엇일까? 산에 나무가 너무 많으면 가뭄에 나무끼리 서로 부딪혀서 산불이 난다는 말도 있다. 과학으로 모든 것을 증명하는 세상이니 과학자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 자연재해든 인재든 온통 타버린 곳이나 홍수로 잠긴 지역을 보면 기가 막혀서 할 말을 잃는다. 처참하게 파괴된 모습을 본다. 사람들은 울부짖으며 구호를 기다리지만 구호의 손길은 더디기만 하다. 최근 모로코의 지진이나 리비아의 홍수로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고 실종됐다. 복구는 꿈도 못 꾸는 상태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영화에서 보던 지옥의 모습이다. 건강하던 분이 간암 말기라는 판정을 받고 기가 막혀서 "열심히 살은 죄밖에 없어요" 하던 어떤 아주머니의 한탄스러운 말이 생각난다. 사람은 살기 위해 죽을힘을 다하며 살다 죽는다. 죽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해야 하는지 인간의 고통은 끝이 없다. 뉴스를 통해 보는 세상은 아름답고 추하고 불쌍하고 안타깝다. 직접 가보면 더 많이 피부로 느낄 수 있지만 그저 보기만 해도 가슴 아픈 일이 많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할 수 없다고 하는데 먹을 것도, 입을 것도 부족한 가난한 나라에 오는 자연재해는 형벌 같다. 하루하루 살기도 버거운데 지진이나 홍수로 직격탄을 맞고 망연자실하며 울고 있다. 그들을 위로하며 봉사하는 손길이 바쁘다. 어서 빨리 그들이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사람은 이래도 저래도 불만이 많고 불평을 하며 산다. 아무런 일이 없으면 사는 게 심심하고 시시하다고 짜증 내고, 대형사고가 나면 쉽게 좌절하고 원망하고 절망한다. 자연은 자연이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데 하늘을 원망하고 탓한다. 삶은 어차피 자연에서 왔다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지금 자연이 내게 피해를 준다고 자연을 피해서 살 수 없다. 우리네 삶이 만들어 놓은 비와 바람이 서로 뭉치고 헤치며 다시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비가 안 와서 말라죽는 곳이 있고 비가 너무 와서 모든 것을 쓸어 버리는 곳이 있다. 자연이 하는 대로 삶은 이어진다. 거부하거나 부정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다가온 것은 끌어안고 가는 것은 보내야 한다. 하루라는 시간은 오지 말라고 할 수 없다. 자연히 오는 하루를 반갑게 맞이하는 방법은 즐기는 것이다. 매일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라는 생각을 버리고 날마다 새롭게 맞아야 한다. 세상에는 똑같은 날은 하루도 없다. 하늘처럼, 기후처럼, 내 마음처럼 순간순간이 다르다. 같은 듯 다르고 다르기에 새롭다. 어제와 다른 오늘이고 내일과 다른 오늘이기에 좋다. 사람과의 관계도 매번 같을 수 없는데 변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에 오해를 하고 돌아선다. 매번 처음 같을 수 없는데 처음 같기를 원하고 변함없이 대해주면 무애무덕하다고 싫증을 내고 짜증 낸다. 날씨를 종잡을 수 없듯이 사람의 마음도 알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살 수 있는 것인데 변덕이 심하다고, 심술을 부린다고 거부하며 싫어한다. 나날이 다르기에 우리는 지치지 않고 사는 것이다. 같은 사람을 만나 매일 같은 일을 하며 산다면 지루하겠지만 같은 듯 다르기에 산다. 무료한 것이 싫어도 변화를 두려워하며 받아들이지 않는다. 삶은 춥고, 덥고, 따뜻하고, 시원한 계절을 닮았다. 번갈아 찾아오는 희로애락 속에 웃고 울고 사랑하고 즐기며 사는 것이다. 지쳐서 넘어져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때도, 견딜 수 없는 아픔과 슬픔에도 새날을 기다린다. 내일이 오늘이 되면 또 다른 희망이 있기 때문에 어제의 아픔은 딛고 살아간다. 나뭇잎은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리고 비가 오면 비를 맞는다. 가을에는 단풍이 지고 떨어진 낙엽들은 바람이 데려다주는 곳으로 간다. 겨울에는 봄을 기다리는 희망으로 추위를 견디고 꽃샘추위를 이겨내며 꽃을 피운다. 선택 없는 선택을 하며 사는 것이다. 무심한 하늘은 푸르기만 한데 세상은 어지럽기만 하다. 언제 어느 때 어디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지만 지금 나를 찾아온 하루를 열심히 살아야 한다. 매일이 다르기에 더 아름다운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