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 정리를 하며 내 마음도 정리한다

by Chong Sook Lee


요즘에는 해가 늦게 떠서

7시가 되어도 어둑어둑하다.

있는 대로

게으름을 피우다 보니 배가 고프다.

일을 하던 안 하던

하루하루 살아가려면 할 일이 많다.

매일매일 할 일을 미루다 보면

집안일거리가 눈에 보여

더 이상 미룰 수가 없게 된다.

잠옷을 벗고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아침을 먹으러 부엌으로 가려는데

바구니에 그득한 옷들이

언제 치워 주냐고 나를 쳐다본다.

못 본 체하고 방문을 나서려다

하나씩 골라 정리를 해본다.

이제 여름이 갔으니

여름옷은 집어넣고

가을옷을 꺼내야 한다.

여름 내내 서랍에서

빼서 입기만 하고

정리를 안 해서 서랍이 엉망이다.

배가 고프기는 하지만

발목 잡힌 김에 정리를 해본다.

여름동안 더워서 쩔쩔맸는데

어느새 조석으로 선선하다.

짧은 옷을 쳐다보는 것도 추워 보인다.

계절이라는 것이 참 냉정하다.

더울 때는 사정없이 열기를 뿜어내고

추울 때는 냉기를 뿌린다.

가을이 예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집안일은 뒷전으로 밀어 놓았는데

어차피 오늘 하루 나가지 않고

정리를 한다 해도 끝날일이 아니니

적당히 하고 적당히 놀면 된다.

여름옷을 지하실 방에 있는 옷장에

내려다 놓고 추동복을 올려다 놓으며

안 입는 옷은 치워놓는다.

입지도 않으며 버리지도 않고

끼고 있는 옷들이 많다.

직장 생활을 할 때는

여러 옷이 필요했는데

일을 안 하고 집에 있으니

편안한 옷 몇 벌이면 충분하다.

멋있고 유행하는 옷도 필요 없고

입어서 편하고

내게 어울리는 옷이면 족하다.

좋은 옷도 특별한 날 입으려고

아낄 필요 없이

평상복으로 입으니까 기분이 좋다.

친구 아이들 결혼식을 할 때

새로 산 옷들도 체형이 변하고

유행이 지나서
몇 번 입지 않고 그냥 걸려 있다.

이제는 세월이 흘러

결혼식 초대는 거의 없고

장례식에 갈 때만 정장이 필요하다.

모든 것이 풍요롭고

편리한 시대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쌓아놓고 살 필요 없다.

아무 때나 필요한 물건을 주문하면

바로 배송이 된다.

유행이 지난 옷도 어쩌다 입어보면

그런대로 입을만하다.

젊은 사람은

무엇을 입어도 보기 좋은데

나이 든 사람들은 유행하는 옷이라고

잘못 입으면 오히려 어색하다.

겨울옷 대부분이 어두운 색상이다.

한두 개 있으면 되는데

몇 개씩 가지고 몇 번 입지도 않은 옷들이

옷장에서 잠을 자고 있으니

틈틈이 입어주어야 한다.

옷이라는 것이

그 순간에 멋있어 보이고

입으면 예쁠 것 같아 사가지고

몇 번 입어보면

싫증이 나고 불편하면 안 입게 된다.

어떤 옷은

별로 비싸지도 않고 특별히

멋있지도 않은데 입으면 편하여

자주 입게 된다.

처음에 좋아서 산 옷이 마음에 들어

오랫동안 잘 입는 경우가 있고

바로 싫증이 나서

안 입게 되는 경우도 있다.

마찬가지로

사람들과의 관계도 금방 친하다가

금방 돌아서는 관계가 있고

오래도록 변하지 않고

좋은 관계가 있다.

멋지고 세련된 사람도 좋지만

된장찌개 같이 구수한 사람이 좋다.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김치찌개 같은 관계가 좋다.

아침에 생각지 않게 시작한

옷 정리를 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을 바꿔 입지만

사람들은 오래된 사람들이 좋다.

자주 만나지 않고 어쩌다 만나도

늘 만난 것 같은 따스한 사람이 좋다

옷은 싫증이 나거나 유행이 지나면

버리고 새로 살 수 있지만

끊어진 사람과의 관계는

돈으로 살 수 없기에 더욱 소중하다.

옷을 정리하며

나는 어떤 유형의 사람일까

반성해 본다.


(이미지출처: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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