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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날 숨어버린 보름달
by
Chong Sook Lee
Sep 3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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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가 온다
추석날인데
보름달이 숨어버렸다
예쁘게 물든 단풍이
비바람에 흔들려
마지못해
떨어진
낙엽은
군데군데 쌓여있
고
더러는
푸르른 잎들이
매달려 있
지만
계절은 재촉하고
다가온다
그토록 청명하던
어제였는데
밤새 내린 비가
세상을 적시고 있다
시간이 남았다고
게으름 피우던
나뭇잎들이
원망스러운 눈길로
하늘을 본다
엊그제
우연히 바라본 하늘에
쟁반 같은
보름달이 떠 있었는데
정작 추석인 오늘은
달구경은커녕
구름이 꽉 찬
회색 하늘이
세상을 내려다본다
보름달이 먼저
다녀갔나 보다
부엌 창문으로 보이던
커다랗고 풍성한
보름달을 보며
어릴 적 부르던 노래를
흥얼거렸다.
***달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달
어디 어디 떴나
남산 위에 떴지***
세월이 흘러도
둥근달을 보면
어릴 적 배운 노래는
잊히지 않고
노래를 부르면
어린 나이로
돌아간다
이 비가 그치면
더 많은 잎들이
땅에 떨어지고
머물 곳을 찾아
거리를 방황할 것이다
가다 못 가면
주저앉아 겨울을 나고
친구 따라 어디론가
먼 여행을 가리라
해마다
변함없는 마음으로
찾아오는 계절은
한결같은 친구 같다
봄에는 희망으로
여름에는 풍성함으로
가을에는 황홀함으로
설렘을 선사하는
자연의 고마움
참고 기다리며
살아온 세월
추석날 숨어버린
보름달이 그리워진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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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추석
가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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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ng Sook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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