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이다 세월 다 간다. 할까 말까 하다 안 하고 갈까 말까 하다가 안 가다 보니 이젠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시간이 얼마 안 남았어도 해야 할 것은 해야 하는데 시간 없다고 안 하면 그나마도 끝이다. 마지막이 온다 해도 사과나무를 심겠다 는 신념이 중요하다. 104 세의 장수 할머니 한분이 스카이 다이빙을 하는 뉴스를 보았다. 생전 운동에 관한 아무런 경험은 없지만 더 늦기 전에 스카이 다이빙을 해보고 싶어 시도한 것이 화재가 되었다. 특별한 장비나 옷도 없이 평상복으로 스카이 다이빙을 하는 할머니의 모습은 참으로 초연해 보인다. 스카이 다이빙 지도자와 함께 4000 미터 아래로 내려가며 카메라를 보며 미소 짓는 할머니는 참으로 멋지다. 기네스북에 기록될 거란다.
사람은 하고 싶은 것을 다 하지 못하고 산다. 후회하며 살다가 너무 늦었다고 체념한다. 해 보지도 않고 있다가 시간을 놓치고 못한다고 할게 아니고 늦었어도 한번 해보는 용기가 필요하다. 한국에 가면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다 보면 여행은 하기 힘든다. 여행을 가고 싶어도 연로하신 부모님과 같이 갈만한 곳도 마땅치 않아 동네 한 바퀴 도는 게 전부다. 시장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옛날 생각하고 남대문 시장이라도 가려면 차편도 모르고 가는 길도 모르기 때문에 동네 시장구경으로 만족하곤 했다.
한 번은 딸과 함께 한국에 간 적이 있다. 가기 전에 딸이 인터넷으로 가볼 만한 곳을 알아보며 부산과 남이섬에 가자고 한다. 강산이 40번이 변해서 알아볼 수 있는 곳은 없지만 딸과의 여행이기에 기꺼이 가자고 했다. 남이섬에 가기로 한 날이다. 표를 예약해 놓고 아침 일찍 서울역으로 가는데 정전으로 갑자기 지하철이 멈추었다. 사람들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급하게 역을 빠져나와 택시를 잡고 버스를 타고 어딘가로 뛰어가는데 우리는 어디가 어디인지 방향을 알 수 없었다. 어디로 가야 서울역으로 가는지 물어볼 사람도 없다. 기차 시간은 다가오는데 황당하다. 택시를 타고 한참을 가서 역에 도착했는데 무심한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고 기차는 이미 떠나지 오래되었다.
일단 가기로 약속했으니 차표를 다시 끊고 층계에 앉아서 다음 기차를 기다리다 기차를 타고 간신히 남이섬에 도착했다. 한국말 잘하는 엄마를 믿고 왔을 텐데 딸이 앞장선다. 표를 사고 이것저것 놀거리를 찾아본다. 지나가다 보니 자전거 렌트 해주는 곳이 보인다. 딸이 같이 타자고 하는데 자전거 탄지 너무 오래되어 막상 타보려고 하는데 잘 안된다. 경기용 자전거를 타고 쌩쌩 날아다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한동안 안 탔다고 몸이 굳었다. 비틀거리고, 넘어지고 하다 간신히 몇 바퀴 돌았다. 머리는 잘 탈 것 같았는데 몸은 아니올시다 이다. 그나마 나중에 몸의 기억이 살아나서 재미있게 탔으니 다행이다.
점심을 먹고 멀리 사람들이 서 있는 게 보여 가 보았더니 ' 짚 라인'이라는 것을 타려는 것이다. 딸은 타보자고 하는데 내가 탈 수 있을지 겁이 난다. 아무리 둘러봐도 환갑 지난 노인은 나 하나뿐이었다. 그래도 딸과 함께하는 여행인데 두렵다고 안 할 수 없어 나도 하겠다고 하며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수많은 층계를 걸어 올라가서 순서를 기다리며 서서 그만둘까 망설이는 동안 차례가 왔다.
몸에 여러 줄을 묶고 짚라인에 매달려 강 위를 간다. 하늘이 보이고 산천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생각보다 무섭지 않고 너무 좋다. 가슴이 뛰지만 두려움에 뛰는 게 아니다. 불과 몇 분 동안이지만 강렬한 희열이었다.옆에 내려오던 사람이 땅에 떨어질 때 소리를 지른다. 갑자기 땅에 발이 닿아 놀란 것 같다. 나는 발을 살짝살짝 땅에 대며 스무스하게 내려왔다. 정말 감격스러운 경험이었다. 두려움 때문에 하지 않았다면 후회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잘한 것 같다. 내가 같이 한다고 하니 딸이 의아해하면서도 신나 해 하던 기억이 난다.
104살 먹은 할머니가 스카이다이빙하는 모습을 보며 몇 년 전의 추억이 생각나는 날이다. 하고 싶은 것 다 할 수는 없지만 기회가 되면 무엇이든지 해보고 싶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어 몸이 옛날처럼 유연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게 분명 있을 것이다. 코로나가 유행하는 바람에 한동안 수영을 하지 않았다. 이제 날씨도 추워지고 눈이 오면 산책하기도 힘들어질 텐데 수영을 다시 시작해야겠다. 걷는 것도 좋지만 수영은 온몸 전신 운동이 되기 때문에 더 좋다.
세상은 할 수 없는 것도 많지만 찾아보면 할 수 있는 것도 많다. 나이 들었다고 무섭다고 뒤로 물러설 것이 아니고 무엇이든지 해 봐야 한다. 어쩌면 지금껏 살아오면서 몰랐던 나 자신의 능력을 찾아내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나에 맞는 새로운 것을 찾아보고 해 보면 더 재미있고 활기찬 인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