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만들기가 이리도 쉬울 줄이야

by Chong Sook Lee


비 온 뒤라 날이 쌀쌀하다.
오늘은 왠지 빵이 만들고 싶다. 빵 만드는 기계로 집에서 만드는 빵은 가게에서 사는 빵과는 다르지만 집안에서 나는 고소한 빵냄새는 참으로 매력적이다. 사는 빵은 매끄럽고 세련되어 보기 좋지만 내가 만든 빵은 뭉뚝하고 멋은 없다. 그래도 날이 쌀쌀한 날은 무언가 만들고 싶어 케이크나 빵을 굽는다. 굳이 만들어야 할 이유는 없는데 마음이 나를 서두르게 한다.


아침부터 레시피를 찾으며 어떤 것이 좋을까 생각한다. 쉽고 간단하며 기름지지 않고 담백한 빵을 좋아한다. 버터나 계란 그리고 우유가 들어가지 않고 물과 이스트와 소금 조금, 기름과 설탕 한 숟갈을 밀가루와 섞어 기계에 넣어 놓으면 반죽부터 굽기까지 다 한다. 빵이 다 되었다고 하면 꺼내어 40분 정도 식혀서 잘라먹으면 버터를 바르지 않아도 맛있다. 밀가루와 설탕값이 많이 올라서 빵값도 덩달아 올랐다. 귀찮다고 생각하면 사 먹으면 되지만 집에서 방부제 넣지 않고 해 먹는 빵은 건강에도 좋다.


일단 괜찮은 레시피를 찾았는데
특별한 재료가 필요 없다.

따뜻한 물 1컵 반
이스트 3 티스푼
밀가루 3컵 반
소금 1 티스푼
기름 3 테이블 스푼

위의 재료를 순서대로 넣고
시작 버튼을 눌러주면 된다.
얼마나 쉬운지 모른다.
알아서 섞고
뭉치고 부풀리고 다시 치대고
다시 부풀리고 시간이 되면
빵이 만들어진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도 순서대로 하고 그냥 놔두면 기계가 알아서 하기 때문에 설명이 필요 없다. 점심 먹고 설거지하고 빵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잔뜩 부풀어 올라서 사진 한번 찍었는데 다시 반죽소리가 들린다. 부푼 반죽을 다시 치대며 이리저리 굴리고 가만 놔두면 부풀어 오른다. 두 번 부푼 다음에 뜨거운 온도로 굽는다.
어떤 빵이 만들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잘 만들어지면 좋고 안 만들어지고 마음에 안 들면 그런대로 잼을 바르던지 하여 먹으면 된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만드는 빵인데 무엇이든 좋다. 누군가가 수많은 실패를 거듭하고 나온 레시피이니 잘 만들어질 것이다.
지난번에 만들었을 때는 빵이 조금 건조한 듯해서 이번에는 밀가루 양을 조금 줄였는데 맛있으면 좋겠다.
머리를 안 쓰고 몸 편한 것만 하다 보니 아는 것도 잊어버리는 것 같아 일부러 시간 날 때 이것저것 해본다. 해보고 잘되면 친구들과 나눠먹고 아이들도 준다.
빵이 거의 다 되어간다.
기계 안에 빵이 잔뜩 부풀어 올라 있다.
그냥 보기만 해도 신난다.
빵 맛이 얼마나 좋을지 모르지만 여기까지는 성공이다. 어쩌다 차가워진 날씨 덕분에 만든 빵이다. 재미 들리면 매일 하나씩 만들어도 될 정도로 너무 쉽다. 무언가를 새로 시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서 망설인다. 안되고 실패하면 어쩌나, 맛이 없으면 어쩌나, 이런저런 생각이 들지만 해보지 않고는 모른다. 산다는 것 자체가 용기가 필요한 것처럼 두려움이 앞서도 무조건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실패하고 또 실패해도 다시 용기를 갖고 시도하면 된다. 빵을 만들었으니 맛있게 먹을 일만 남았다. 구수한 빵 냄새가 집안에 가득하다. 재미있게 사는 게 따로 있는 게 아니고 이게 바로 사는 재미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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