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추수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청소의 계절이다. 한 해 동안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늘어진 집안을 정리한다. 청소와 정리는 끝이 없어도 철이 바뀔 때마다 조금씩 하면 된다.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니 옷장부터 정리를 하게 된다. 얇은 옷은 집어넣고 두꺼운 옷과 신발을 꺼내놓는 일이 가을에 하는 일이다. 옷과 신발을 정리하면 부엌살림을 정리한다. 식구가 없으니 그릇도 많이 필요 없다. 아이들이 온다 해도 외식을 자주 하다 보니 많은 그릇이 자리만 차지할 뿐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다. 몇 번 쓰지 않은 그릇들이지만 아이들은 요리를 하지 않아 준다고 해도 안 가져간다. 애지중지하며 천년만년 쓸 것처럼 아끼던 그릇이 모두 구석에 놓여있다. 옷과 신발 그리고 가구조차 필요 없어지는 세월이다. 한국에 갈 때마다 가져온 책들이 먼지만 쌓여가서 오래전에 치웠다. 읽지도 않고 먼지만 쌓이는데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다. 더구나 영어권에 사는 아이들이 읽지 못하는 책들이다. 어릴 때 한국말을 하고 한글학교에 열심히 보냈지만 언어를 이해하기에는 어려워한다. 아무리 좋은 책도 이제는 읽을 사람이 없다. 책이 많아서 친구들이 빌려가기도 하고 선물로 주기도 했는데 이제는 너나 할 것 없이 책을 읽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사람들의 사는 방식이 달라진다. 쇼핑센터에 가보면 만들어 놓은 음식이 많아 하나 사다가 끓이거나 데워먹기만 하면 된다. 물건이 흔한 세상이다. 팔지 못하고 버려지는 옷이 30퍼센트가 넘는다고 한다. 팔지 못한 옷들을 쓰레기 처리하지 않고 재고로 처리하여 소각시킨다. 재고로 소각하면 세금을 덜 내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차라리 싸게 팔면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될 텐데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 이유가 있다. 그렇게 되면 환경오염 문제가 되지만 그들에게는 세금이 더 중요하다. 살아가는 모습도 여러 가지고 생각도 여러 가지이다. 오늘 지금 이 순간만 생각하는 사람과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이 어우러져 산다. 문명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 살던 조상들에게 깨끗한 지구를 물려받았다. 문명이 발달하고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든 우리들은 후세들에게 무엇을 남겨줄지 모른다. 그들이 오염된 지구에서 살아남아야 하는데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지 궁금하다. 마지막 남은 가을을 위해 나무들은 조용히 말라가며 옷을 벗는다. 겨울을 맞기 위해 입었던 옷을 훌훌 벗어 버리고 뿌리를 위한 삶으로 더욱더 단단해져 간다. 이런저런 정리를 하며 되돌아보니 결국 쓰레기를 만들기 위해 그토록 열심히 살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몇 번 쓰기 위해 새로운 물건을 사고 선물을 주고받으며 기뻐했는데 이제는 모든 것이 짐이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지구상에 머무는 시간이 부여된다. 그 많은 시간에 물건을 사서 쌓아 놓기만 했지 정리는 못하며 산다. 조금 버리고 더 많이 산다. 필요보다 남들이 사니까 덩달아 사며 경쟁하듯 살림을 늘리며 산다. 지나고 보면 필요 없는 것을 알게 되지만 사람들은 때가 될 때까지 알지 못한다. 이제 남은 시간이 짧아지고 곧 겨울이 온다. 겨울이 오기 전에 나무가 정리를 하듯 나도 무언가 해야 하는데 게으름만 피운다. 얼마 남지 않은 세월에 내가 만든 쓰레기는 치우고 가야 한다. 사람이 떠나면 할 일이 많은데 쓰레기까지 남겨두면 안 될 것 같다. 하루에 한 가지씩을 명심하면 그리 어렵지 않다. 가을에는 겨울을 준비하고 겨울에는 봄을 준비하면서 살아간다. 오늘이 어제가 되고 내일은 오늘이 된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다. 삶은 차곡차곡 쌓고 허물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나이에 따라, 성별에 따라, 계절을 맞고 보내는 마음이 다르다. 남편은 사람을 시켜 난방 난로를 청소하게 하고 죽은 나뭇가지를 잘라낸다. 텃밭을 정리하고 해마다 봄에 다시 나오는 꽃들을 잘 다듬어준다. 추수감사절이 지났으니 아이들은 크리스마스에 다시 온다. 그때를 위해 나무에 크리스마스 전구를 매달면 겨울준비는 끝이 난다. 젊을 때와 지금은 생각이 다르고 마음가짐도 다르다. 집안일도, 바깥일도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하다 보면 끝이 난다. 주위의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가는 것을 본다. 그들 나름대로의 시간을 다해서 가는 것인데 늘 마음이 아프다. 늙어가는 모습은 그들만의 모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세월 따라 익어가는 계절처럼 누구나 세월 안에서 익어가는 것이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가는 계절을 잡을 수 없다. 아름답던 가을은 이렇게 떠나고 겨울이 올 차례다. 하얀 눈이 내려 세상을 덮으면 따뜻한 봄이 올 거라는 희망으로 기다리며 살다 보면 봄은 온다. 청소를 하고 정리를 하면 기분이 좋다. 집안 구석구석에 쌓인 먼지를 떨고 닦아내며 마음속의 먼지도 털어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