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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게 물들어가는 단풍이고 싶다
by
Chong Sook Lee
Oct 1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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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감사절 연휴가 끝나서
아이들은 모두 일상으로 돌아갔다.
갑자기 텅 빈 집이 너무 허전하다.
아이들이 오면 좋고
가면 더 좋다는 말이 있지만
역시 집은 시끌시끌하는 게 좋다.
손주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장난감을 늘어놓고 정신을 빼도
사람 사는 것 같다.
모두 다 떠난 집에
남편과 둘이 앉아 영화를 보는데
아이들 소리가 들리는 듯해서
두리번 거린다.
다시 우리 둘만의 공간이다.
아이들이 없으니 허전하지만
평화로움을 느낀다.
이럴 때 나는 부모님을 뵈러
한국에 가던 때가 생각이 난다.
몇 년에 한 번 벼르고 별러서
가는 고국방문은 늘 설레서
잠을 자지 않아도 피곤하지 않았다.
고국에 가서 부모님을 만나는 것도 좋지만
형제자매들과 만나는 게 더 좋았다.
자매 넷이 만나서
못다 한 이야기를 하며 웃고 울고 하면
엄마는 궁금하신지 방문을 열고
들어오셔서 합류한다.
여자들끼리 깔깔대는 시간은
왜 그리 빨리 가는지
동생들은 집에 갈 시간이 다 되는데도
조금만 조금만 하며 아쉬워한다.
멀리 캐나다에서 온 언니와
손을 잡고 푸념을 하고
연로하신 부모님 걱정을 하곤 했다.
엄마가 불을 켜 놓고
깜빡하는 바람에
솥이 새까맣게 탔던 이야기와
엄마가 정신이 없어서 길을 잃어
온 식구가 찾아 나섰던
이야기를 하며
한숨을 짓던 이야기를 하였다.
아버지가 길을 걷다가
모퉁이에 발이 걸려서 넘어져
머리를 다친 이야기도 생각이 난다.
나이가 들면 몸이 마음과 같지 않아
여러 가지 사고가 난다.
아버지가 머리를 붕대로 감고
계시는 사진을 동생이 보내와서
그다음 날에 급하게 한국에 간 적도 있다.
내가 가서 특별히 할 것은 없는데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마음이 급해서 달려갔던 것이다.
세월이 흘러 부모님은 안 계시고
이제는
아이들이 우리를 걱정하는 시간이다.
사람은 태어나서 자라고 늙으면
다시 어린애가 되는 것 같다.
나도 모르게 달라지는 모습을 보며
나도 별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행동이 둔해지고 느려진다.
기억력도 예전과 같지 않지만
아직은 그런대로 잘 넘어가는데
앞으로 어떨지 모르겠다.
때가 되면 최선을 다해
최고의 모습으로 물들어 가는
단풍잎을 보며
나도 그렇게 아름답고
곱게 늙어가고 싶다.
하늘에 모든 걸 맡기고
살아야 하는데
아직도 고집이 있고
욕심이 있어 걱정이다.
재산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짐이 되었다.
많이 갖고 많이 쌓으면
최고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다.
남보다 빨리 가면
성공인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다.
앞서고 뒤서며
오고 가는 게 인생이다.
먼저 간다고 승리도 아니고
늦게 간다고 패배도 아니다.
한평생 사는데 힘들지 않고
걱정 없는 사람이 없다.
누구나 자신만의 몫이 있어
고생을 할 만큼 하고
행운도 찾아올 만큼 온다.
보기에는 남들이 더 많이 갖고
더 행복해 보여도
나름대로 그들만의 고충이 있다.
일을 할 때는 시간이 없어
할 일을 못했는데
퇴직한 지금은 편한 게 좋다.
시간만 있으면 못할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아이들은 시간이 없어서 쩔쩔맨다.
틈틈이 이것저것 하느라고
정신이 없는 것을 보면
젊을 때가 좋다는 생각이 든다.
단풍잎들이 하루가 다르게 바짝 말라간다.
이제 남은 이파리 몇 개만 남아
바람에 흔들린다. 가을이 간다.
아이들이 왔다간 집에 앉아서
육 남매를 낳아 기르시며
짝을 맞아 결혼하고
손주들을 데리고 와서
법석대며 놀다간 후
얼마나 허전하셨을
부모님을 생각한다.
다 떠난 집안에서 두 분이 앉아
지금의 나와 같은 마음으로
평화를 찾으셨을 것이다.
삶은 이렇게 계절처럼 오고 간다.
낙엽이 가리를 방황하는
찬란한 오후가 간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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