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이 심하다. 아픈 데는 없는데 미열도 있고 실컷 자고 일어났는데도 몸이 개운하지 않고 찌뿌둥하다. 감기는 아닌 것 같은데 무언가 오고 있는 것 같다. 이럴 때는 좀 더 자는 게 좋은 것 같아 아침을 먹고 누워서 눈을 감아 본다. 이런저런 생각하지 말고 잠이나 자려고 하는데 생각은 나를 데리고 여기저기 다닌다. 오만가지 생각이 오락가락 오고 가더니 잠이 와서 한잠 자고 일어났다. 기분은 여전히 별로다. 이런저런 약속이 있는데 만사가 다 귀찮다. 그래도 치과에 약속이 잡혀 있으니 일단은 준비를 하고 치과에 왔다. 세상에서 하기 싫어하는 일중에 하나다. 엑스레이를 찍고 치석을 떼어내고 잇몸을 파고 들어가는 이를 때우고 메꾼다. 입안에서 나의 건강을 지켜주는 치아를 치료하는 것인데 가고 싶지 않다.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리 떨리고 겁이 나는지 모른다. 어쩌다 한 번씩 치과를 다녀오면 며칠 동안 온몸이 뻐근하다. 힘을 빼고 의사한테 모든 것을 맡기면 좋으련만 그게 안된다. 조바심에 가슴이 뛰고 숨을 제대로 쉬지 않아 한숨을 쉰다. 그래도 치과를 안 다닐 수도 없어 다니는데 갈 때마다 고통스럽지만 어쩔 수 없다. 나만 그런가 해서 남편한테 물어보면 남편도 마찬가지지만 견딜만하단다. 세상을 사노라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가 있다. 몸 어딘가에 이상이 있으면 조기발견을 하고 조기치료를 해야 한다. 싫다고 미루고 무섭다고 피하다 보면 병은 더 깊어져 나중에는 손을 쓸 수가 없게 된다. 아이들이 젖 이를 빼고 영구치가 나오는데 삐뚤빼뚤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평소에 다니던 치과에 데리고 가서 치료를 잘 받아서인지 치아가 고르게 되어 아주 보기 좋다. 그 뒤로 그 의사가 퇴직을 해서 더 가지 못했지만 세월이 지난 지금도 그 치과의사가 너무나도 고마워 종종 이야기한다. 사람 사는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산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커다란 행운이다. 그때 그 의사를 만나지 않고도 좋은 의사를 만날 수도 있었겠지만 그 치과 의사를 만난 것은 참으로 행운이었다. 세월이 흘러서 이제는 손주들의 삐뚤삐뚤한 이를 보면서 그 의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번 치과에 와서 갈고닦고 구멍을 메꾸면 당분간은 오지 않아도 된다. 의사가 엑스레이를 보여준다. 치료한 충치도 보이고 뿌리도 보이고 피곤해서 누워버린 이빨도 보인다. 치아도 나이 따라 늙어간다. 어릴 적의 이빨과 다르다. 고르던 이가 삐딱하게 떨어져 있고 잇몸이 내려앉아 뿌리가 보이기도 한다. 매일 열심히 칫솔질을 해도 칫솔이 안 닿는 곳에는 치석이 쌓이는 것을 막지 못한다. 기계가 한바탕 입안을 휘젓고 돌아다니며 할 일을 한다. 치료가 끝나면 광을 내어 윤기가 나게 한다. 구석구석 밀린 때를 다 벗겨낸 치아 사이에 구멍이 보인다. 마치 목욕탕에 가서 묵은 때를 벗겨내면 몸무게가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치과에 갈까 말까 망설였는데 오길 잘했다. 두려워도 하고 나면 시원해서 좋다. 이제 몇 달 동안은 치과에 오지 않아도 된다. 다행히 큰 문제가 없어서 좋다. 틈틈이 이상이 생기기 전에 정기치료를 잘해서인지 이번에는 충치도 없고 특별히 치료할 것은 없다. 이곳은 유난히 치과 치료비가 너무 비싸서 한번 가려면 부담이 간다. 별것 하지 않아도 몇백 불씩 내야 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입안 청결을 위해 신경을 쓴다. 보이는 곳은 깨끗하지만 틈사이에 있는 치석만큼은 기계로 닦아야 하니 어쩔 수 없다. 치과에 가야 한다는 게 부담이 되어 두통이 생기고 으슬으슬 춥고 오한이 생겼나 보다. 이제는 아프지도 않고 기분도 개운하다. 치료를 다 끝내고 집으로 가는 발걸음은 가볍다. 웃을 때마다 햇살이 내 입에서 눈부시게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