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이 버릇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by Chong Sook Lee



사람마다 반복하는 습관이나 버릇이 있다. 초저녁 잠이 많은 나는 저녁 10시만 되면 맥을 못 추는 대신 아침 6시가 되면 기계처럼 깬다. 오랜 시간 아침잠을 잘 수 없었기 때문에 생긴 습관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다가 결혼을 하고 연년생으로 세 아이를 낳고 기르며 아침잠은 못 잤다. 아이들이 학교를 가고 남편과 나 역시 직장을 가야 하기 때문에 아침잠은 남의 일이 되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식당을 할 때는 아침 5시부터 준비를 했다. 6시에 식당을 오픈하는데 단골손님들이 5시 반도 되기 전부터 와서 식당 앞에서 기다리니 선택권이 없었다. 물론 여는 시간에 열어도 되지만 동네장사라는 게 그렇지 않다. 어차피 식당을 열어야 하고 30분 일찍 열면 매상도 좋아지고 일찍 오는 손님들이 고마워서 열었다. 출근을 하자마자 불을 켜고 그릴을 켜 놓고 커피를 만들고 문을 열어주면 각자가 좋아하는 자리에 앉는다. 늘 마시는 커피를 가져다주고 늘 먹는 음식을 만들어준다. 처음에는 같은 음식을 매일 먹는 손님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매일 같은 음식을 먹어도 질리지 않는지 음식을 먹을 때 보면 처음 먹는 것처럼 매번 맛있게 먹는다. 사람들은 식당마다 좋아하는 음식을 정해놓고 돌아가면서 먹으면 싫증이 안 난다고 한다. 아침은 우리 식당에서 먹고 점심은 또 다른 곳에 가서 먹는 사람도 있고 아침 점심을 우리 식당에서 매일 먹는 사람도 많았다. 오래된 식당이라 어릴 적부터 다녀서 정이 들어 다른 식당에는 가고 싶지 않는다고 하며 우리 식당에 오면 집에 온 것 같다고 하는 사람도 많았다. 문을 열고 식당에 들어와서 좋아하는 자리에 앉아 있으면 먹고 싶은 음식과 마시고 싶은 음료수를 알아서 가져다 주니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서로 가까워지고 가족을 데리고 오고 친구와 친척을 데리고 온다. 아이들이 커서 어른이 되어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구하면 좋은 소식을 전하러 온다. 애인과 함께 오고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아 데리고 오면 축하해 주며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던 생각이 난다. 오랜만에 우리 식당 옆을 지나가다 옛날에 오던 추억이 생각나서 들려서 먹고 가기도 한다. 사춘기에 공부를 안 하고 놀던 아이들이 나중에 철이 들어 공부를 하여 교사나 변호사가 되고 어엿한 기술자가 되어 인사를 하러 오면 엄마나 아빠처럼 반겨주는 우리가 좋아서 왔다. 습관이 되어 버릇처럼 일어나서 차를 몰고 오다 보면 우리 식당에 오게 된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게 22년을 하던 식당을 그만두고도 일찍 일어나는 습관은 버리지 못하고 여전히 아침 일찍 일어난다. 깜깜한 새벽에 일어나 앉아서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다 보면 참새들의 수다도 듣고 눈을 피해 소나무아래서 잠을 자고 일어나는 토끼도 본다. 매일 다르게 뜨는 해를 보고 간밤에 바람이 데려다 놓고 간 낙엽도 본다. 세월 따라 나를 따라온 습관이나 버릇은 나와 가장 친한 친구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이어주는 진정한 나의 모습이다. 사람의 습관은 그 사람의 인생이다. 밤잠이 없는 사람은 낮의 세계를 알 수 없고 술을 싫어하는 사람은 술맛을 모른다. 어릴 때부터 해온 작은 행동이 고칠 수 없는 습관이 되어버린 것도 환경에 따라 없어진 것도 많다. 인간은 매일매일 습관을 만들고 버릇이 되다 보면 그것에 길들여져 간다. 하루를 살며 보고 느끼며 생각하는 것들을 쓰다 보니 어느새 습관이 되었다.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다가도 시간이 되면 생각이 정리가 되어 쓰게 된다. 사람 사는 게 거기서 거기이지만 특별한 의미를 둔다면 하루하루가 특별한 날이 될 수 있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도 만난 사람이 없지만 가만히 생각하면 그렇지도 않다. 아침에 일어나서 새소리를 듣고 눈부시게 떠오르는 태양을 본다. 산책을 하며 흐르는 계곡에 살얼음이 얼어 있는 것을 보며 겨울이 다가옴을 본다. 떨어진 낙엽들의 사람들의 발에 밟혀서 가루가 되고 어제 멀쩡하던 나무가 뿌리째 뽑혀 누워있는 것도 본다. 순간순간 보이지 않게 세상은 돌고 세상에 태어난 모든 것들은 조금씩 늙어간다. 세월 따라 습관이 되어 버린 작은 버릇들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좋은 버릇은 사회에 도움이 되지만 나쁜 버릇은 사회를 좀먹는다.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는 습관은 급기야는 화살이 되어 돌아온다. 이까짓 것 별거 아니라고 하는 습관의 결과는 분명 있다. 한 번이 되고 두 번이 되다 보면 만성이 되어 별것 아닌 게 되지만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습관의 늪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을 발견한다. 거짓말이 습관이 되면 결국 사람들에게 신뢰를 잃는다. 옛날, 어느 마을에 장난꾸러기 소년이 살았다. 소년은 거짓말을 하려고 한 것이 아니고 장난 삼아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하게 되어 많은 사람들이 골탕을 먹게 되었다. 동네사람들은 소년의 말을 믿지 않게 되었는데 어느 날 소년의 집에 불이 나서 ‘불이야 ‘라고 소리쳤는데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았다. 결국 소년의 집은 다 타버리고 간신히 몸을 피한 소년은 그제야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나쁜 버릇을 고쳤다는 이야기가 있다. 아주 작은 습관이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우리의 삶 속에 스며든다. 아이들의 범죄가 늘어간다. 촉법소년법을 악용하여 범죄를 짓는 사례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철 모르는 아이들이 저지른 죄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악질적인 경우가 많다. 그들이 멋 모르고 한두 번 잘못한 것을 용서해 준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한두 번 하다 보면 습관이 되고 버릇이 되어 더 큰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 아무리 어려도 자기가 한 일에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개인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었지만 어리다고 그냥 넘어가면 앞으로의 사회가 희망이 없다. 잘못하는 사람이 죗값을 받지 않고 떵떵거리고 산다면 잘하는 사람만 손해 보는 사회가 된다. 한 살짜리도 아닌 아이들이 나쁜 짓을 일삼는 것을 보면 습관이 버릇이 된 것이다. 습관이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하다 보면 몸에 배고 몸에 배면 고치기 힘들게 되는 것이다. 친구를 때리고 물건을 훔치며 나쁜 짓을 하다 보면 습관이 되어 무뎌지는 것은 순간이다. 좋은 습관을 들이기는 어렵지만 오래도록 악으로부터 지켜주고, 쉽게 들여진 나쁜 습관은 오래도록 떼어내지 못한다. 나쁜 습관이 버릇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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